"나의 국적은 '조선'입니다. 고향은 경상도입니다. 그런데 왜 조선이냐구요? 우리 할아버지는 분단되기 이전에 일본에 왔습니다. 우린 다시 조선을 기다립니다. 남조선, 북조선이 아닌 하나 된 조선을 기다리며 민족정신을 배우고 있습니다."
이 말은 딱히 누구의 말인지 내 수첩에 적혀 있지 않다. 아마도 조선학교와 관련된 많은 분들이 이와 비슷하게 얘기를 했기 때문에 따로 적어 놓지 않았나 보다. 하지만 이 말을 할 때면 하나같이 눈빛에 흐트러짐 없이 조용하지만 단호한 어조였던 것은 분명히 기억한다.
그 어느 때보다 과학문명의 혜택을 신나게 누리며 살고 있는 21세기에 고운 치마저고리를 입고 예쁘게 입을 모아 통일된 조국의 그리움을 노래하며 살고 있는 사람들이 있으니 이 어찌 놀랍지 않은가? 그것도 고난과 원한의 눈물로 얼룩진 일본 땅에서 말이다.
일본의 조선학교-3·11 대지진 이후 도후쿠·후쿠시마의 '우리 학교' 이야기/김지연 글·사진/눈빛출판사/1만7000원
일본 조선학교(현지 동포들은 '우리 학교'라고 부른다) 학생들은 두 가지 시선을 견뎌야 한다. 일본 국민임에도 불구하고 외국인으로 분류돼 이방인 취급을 받으며 갖은 모욕을 참아야 한다. 그렇다면 조국은 그들에게 따뜻한 시선을 보내는가. 오히려 '남'과 '북' 중 어느 편이냐고 의심하고, 따지고, 외면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이 '조선'의 끈을 놓지 않는 것은 언젠가 남과 북이 하나가 되면 통일된 조선의 국적을 갖고 싶다는 의지 때문일 것이다.
일본의 조선학교-3·11 대지진 이후 도후쿠·우쿠시마의 '우리 학교' 이야기는 사진작가 김지연이 3·11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조선학교를 찾아 그들의 일상을 담은 사진집이다. 저자는 대지진 발생 이후 우경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일본 사회에서 더욱 따가운 시선을 받으며 살아가는 조선학교 학생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해주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사진 속에 비친 조선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여느 학교 풍경과 다르지 않다. 수업에 열중하고, 전통악기에 빠져들고, 쉬는시간이면 웃고 떠들기 바쁘다. 졸업식에선 아쉬운 마음에 눈물을 훔치기도 한다. 그들을 바라보는 세상의 삐딱한 시선은 잊어버린 채, 하나같이 천진난만하고 순수하다.
한때 일본 내 조선학교는 500여 개, 재학생이 5만 명을 넘은 적도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80여 곳 밖에 남지 않았다. 흑백사진 속에 담긴 조선학교 학생들의 모습은 그들에 대한 오해나 편견을 접어버리고 하나의 민족으로 서로 이해하는 것이 어떠냐고 호소하는 듯한 절실함이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