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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44> 탈렌트의 비유

맡겨진 능력 제대로 사용하고 베풀어라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08-30 19:59:39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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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렌트의 비유-라틴어성경 삽화
성경을 읽다 보면 게라, 베카, 다락, 세켈, 미나, 렙톤, 콰드란스, 드라크마, 데나리온, 탈렌트 등의 화폐 단위를 접하게 된다. 성경은 유대인, 헬라인, 로마인들의 화폐 단위를 일관성 없이 사용하고 있다. 유대인들이 자기 나라를 빼앗기고 사방에 흩어져 살았다는 사실을 방증하는 대목이다. 이런 화폐를 현대의 가치로 환산하기란 어려운 일이다. 하지만 '한 데나리온'은 당시 노동자의 하루 품삯으로, '한 세켈'은 4일 품삯으로 통용되었고, '한 탈렌트'는 금 30㎏ 정도의 가치로 6000데나리온이었다고 한다. 오늘날 노동자의 하루 임금을 대략 5만 원으로 칠 때 금 한 탈렌트는 3억 원에 해당하는 돈이다.

다윗 임금은 아들 솔로몬에게 왕위를 물려주기 전에 예루살렘 성전을 건립하는데, 막대한 재산을 기부한다. 정확히 금 3000탈렌트와 은 7000탈렌트를 내놓았다.(역대기 상 29,4) 금 탈렌트는 은 탈렌트의 15배 가치였다고 하니, 이는 합쳐서 1조 원 이상에 해당하는 어마어마한 금액이다. 다윗이 하느님을 얼마나 경외하고 주님의 성전 건립에 대한 열망과 정성이 얼마나 컸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신약성경에서도 여러 화폐단위가 언급되는데, 탈렌트는 마태오복음(18장, 25장)과 요한묵시록(16장)에 걸쳐 모두 세 곳에 등장한다. 특히 마태오복음에서 탈렌트는 예수님의 비유말씀과 관련되어 그 의미가 매우 인상적이다.

하루는 베드로가 예수님께 다가와 형제가 자기한테 죄를 지으면 일곱 번까지 용서해주면 되겠느냐고 질문한다. 하지만 예수님께서는 '일흔일곱 번까지라도 용서해야 한다'고 가르치시면서 매정한 종의 비유를 들려주신다. 이야기는 1만 탈렌트(약 3조 원)를 빚진 종이 임금으로부터 부채 전액을 탕감받았음에도 자기에게 100데나리온(약 500만 원)을 빚진 친구를 탕감해 주지 않고 감옥에 가두었다는 것이다. 뒤늦게 사건의 전모를 알게 된 임금은 다시 그 종을 잡아들여 빚진 것을 다 갚게 하였다.

물론 그 종이 3조 원이나 되는 빚을 다 갚을 수는 없었을 것이다. 온통 죄를 뒤집어쓰고 사는 인간이 하느님의 자비로 용서를 받았다면 자비를 입은 만큼 이웃에게 베풀라는 말씀이다. 자비를 베풀 줄 몰랐던 그 종의 종말은 결국 영원한 죽음, 즉 지옥이었다는 것이다.

예수님께서는 공생활 말기에 세상의 종말과 심판에 관한 말씀을 자주 하셨다. 특히 탈렌트의 비유를 포함한 마태오복음의 비유 4편(24, 45-25, 46)은 종말의 시간이 언제 들이닥칠지 모르니 항상 깨어 준비하라는 가르침이다.

탈렌트의 비유에 등장하는 주인은 자기 종 셋에게 각각 다섯 탈렌트, 두 탈렌트, 한 탈렌트의 재산을 맡기고 여행을 떠난다. 오랜 시간 뒤에 주인이 돌아와서 종들과 셈을 밝힌다. 첫째는 다섯 탈렌트를, 둘째는 두 탈렌트를 더 벌어들였고, 셋째는 땅에 묻어두었던 한 탈렌트를 그대로 내놓았다. 주인은 첫째와 둘째의 성실함을 크게 칭찬하고 더 많은 재산을 맡기는데, 셋째에게는 게으름과 쓸모없음을 크게 문책하고 그를 바깥 어둠 속으로 내던져 버린다.

이 비유는 하느님께서 세상 사람 모두에게 얼마가 되었던 엄청난 탈렌트를 맡겼다는 것이며, 세상이 끝날 때 이를 그대로 둔 자는 엄벌을 받는다는 내용이다. 하느님께서는 세상 모든 사람에게 각자의 그릇에 맞게 능력과 소질을 주셨다. 중요한 것은 받은 것의 양이 아니다. 얼마를 받았던 중요한 것은 '어떻게' 그것을 사용하느냐는 것이다. 모든 불행은 남과의 비교에서 시작된다는 말이 있듯이 양을 가지고 남의 것과 비교하는 순간 불행은 시작된다.

   
내가 갖춘 능력과 소질이 당장은 돈이 되는 것이 아니라서 슬퍼할 필요가 있겠는가? 각자에게 주어지고, 맡겨진 모든 것을 신뢰하고 감사하면서, 잘 사용하고 베푼다면 여기서 하루의 기쁨과 행복은 시작될 것이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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