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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대 신부의 복음단상 <46> 기도 없는 성전은 건물에 불과하다

하느님을 만나는 곳 말끔히 정화해야

  • 국제신문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1-08 19:32:43
  •  |  본지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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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테라노대성당
로마에는 크기로 보아 네 개의 대성당이 있다. 바티칸의 성 베드로 대성당, 성 바오로 대성당, 라테라노 대성당, 그리고 산타 마리아 마조레 대성당이 그것이다. 모두 웅장하고 화려하기 그지없다. 하지만 가톨릭교회는 유독 라테라노 대성당의 봉헌일(11월 9일)만 축일 등급으로 지내고,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 대성당의 봉헌일(11월 18일)과 마리아 대성당의 봉헌일(8월 5일)은 단순한 기념일 등급으로 지낸다. 그렇다면 라테라노 대성당이 현재 교황이 거주하는 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보다 더 중요하다는 말이 되는데, 그 이유는 역사와 신학적 의미 속에 있다.

라테라노 대성당은 그리스도교에 대한 박해종식 이후 제일 먼저 건립된 성당으로서 324년 로마제국의 콘스탄티누스(274~337년) 황제가 세워 당시 로마교회의 주교인 실베스터 1세 교황(재위 314~335년)에게 바쳤고, 이후 로마의 주교좌 성당이 되었다. 이 대성당에 인접한 라테라노 궁전에 4세기부터 약 1000년 동안 역대 교황들이 거주함으로써 라테라노 대성전은 '전 세계 모든 교회의 어머니요 머리' 라는 명칭으로 교황에 대한 전 세계 교회의 존경과 일치의 표징적 역할을 수행하였다.

수세기를 거치면서 화재, 지진, 약탈로 말미암아 훼손된 부분을 대대적으로 복구하여 1726년 베네딕토 13세 교황이 '가장 거룩한 구세주 예수'께 성전을 봉헌하면서 11월 9일을 봉헌축일로 확정하였다. 오늘이 마침 그 축일이다. 오늘날 교황은 성목요일 주님 만찬미사를 이곳 대성전에서 집전한다.

예수님은 공생활 마지막에 하느님의 성읍인 예루살렘에 입성하여 그 성전을 정화하셨다. (요한복음은 예수의 공생활 시작 시점에서 성전정화사건이 있었다고 보도한다.) 예수께서 의노와 열정으로 정화하시는 예루살렘성전은 이스라엘의 종교와 삶의 모든 것이었다. 그 안에 하느님과 이스라엘이 맺은 계약의 궤가 모셔져 있었고 이는 주 하느님의 현존과 그들의 선민과 구원을 상징하였다. 그러나 성전의 참된 의미는 환전상들과 제사에 필요한 물품을 파는 장사꾼들의 지나친 상혼에 가려져 있었고, 그 뒤엔 제사장들의 권력과의 결탁이 있었다.

예수님은 손에 빗자루를 들고 예루살렘 성전을 청소하신다. 이는 유대교를 말끔히 정화하여 구약을 폐기하고 신약을 세우시기 위함이다. 무슨 권한으로 정화행위를 하느냐는 유대인들의 비난에 맞서, 예수님은 스스로가 새로운 성전임을 암시하신다.

신약의 참된 성전은 사람의 손으로 만들어 바치는 건물이 아니라 바로 예수님의 몸이다. 신약의 성전이 또 하나 있으니, 그것은 바로 성체성사를 통하여 예수님의 몸을 받아 모시는 우리 자신들의 몸이다. 물론 신앙의 공동체가 하느님을 찬미하고 기도하며 성체성사를 거행하기 위하여 함께 모이는 성당 또한 하느님의 집이요 성전이다.

성전은 인간이 하느님을 만나는 곳이요, 하느님의 자비와 용서와 사랑을 체험하고, 우리 가운데 이미 와 있는 하느님의 나라를 체험하는 곳이다. 성전은 무엇보다 기도하는 곳이다. 기도가 없는 성당은 성전이기보다 하나의 건물이 되고 만다. 예수께서 아버지께 드렸던 기도, 예수님의 세상에 대한 열정으로 선포하셨던 말씀과 성사, 이것 없이 성당은 하나의 건물이 되고 마는 것이다. 그래서 목자들은 물론 신자들도 예수님처럼 자주 손에 빗자루를 들고 우리가 함께 모이는 성전과 각자 마음의 성전을 정화하여야 한다.
   
그래서 오늘 라테라노 대성전 봉헌축일은 로마의 주교인 교황의 주교좌성당을 중심으로 전 세계 가톨릭교회의 믿음과 사랑의 일치를 기원하고 기념하는 축일이다. 오늘은 전체교회와 개별교회뿐 아니라 우리 자신의 성전을 축하하는 날인 셈이다.

천주교 몰운대 성당 주임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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