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공재동의 아동문학 세상 <37> 존 메이스필드의 기쁨의 마법 상자

호빗·해리 포터로 이어지는 영국 판타지 소설의 시초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3-12-20 19:03:28
  •  |   본지 13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국내판 '기쁨의 마법 상자' 표지.(주디 메이스필드의 표지화, 왼쪽), 존 메이스필드.
- 작가 '바다의 시인'불린 계관 시인
- 크리스마스 맞아 고향 가던 케이
- 마법 상자 얻은후 벌어지는 모험
- 수많은 오페라·연극으로 재탄생
- 영화 '해리 포터' 감독 차기작

영국에서 요정이야기는 1875년 프랜시스 브로윈의 '할머니의 신기한 의자'를 끝으로 사실상 사라지고, 요정이야기와 마찬가지로 현실에서 불가능한 이야기들이 어린이에게 아무런 해가 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판타지 문학이 그 뒤를 잇는다. 빅토리아 시대 최고의 걸작 중 하나인 리처드 행기스트 혼의 '어느 런던 인형의 추억(1846)'은 기술적인 면에서 판타지로 분류되지만, 본격적인 판타지 문학은 1862년 찰스 킹즐리의 '물의 아이'로부터 시작되어 루이스 캐럴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1865)', 조지 맥도널드의 '북풍 뒤에서(1871)', 몰스워스 부인의 '뻐꾸기시계(1877)'로 이어진다. 제1차 세계대전으로 잠시 멈칫하지만, 1935년 존 메이스필드의 '기쁨의 마법 상자'가 그 뒤를 이었다.

우리에게는 '바다의 시인'으로 더 잘 알려진 존 메이스필드는 1878년 영국 레드버리에서 변호사의 아들로 태어났다. 13세 때 학교 실습선 콘웨이호에서 선원교육을 받은 후, 15세에 범선의 실습생이 되어 케이프혼에서 칠레로 원양 항해를 했다. 1895년 뉴욕으로 건너가 농원, 술집, 공장 등에서 거친 일을 하며 시를 썼다. 2년 후 영국으로 돌아가 본격적으로 바다에 관한 시를 썼으며, 1930년에는 계관 시인의 영예를 얻었다. 그는 1927년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책 '한밤의 사람들'을 출간하지만, 존 메이스필드의 명성을 세상에 널리 알린 것은 1935년 발표한 '기쁨의 마법 상자'이다.

케이는 크리스마스 휴가를 보내기 위해 기차를 타고 고향으로 향한다. 집으로 가는 길에 케이는 떠돌이 인형극 할아버지와 수상한 사람들을 만난다. 할아버지는 케이에게 알 수 없는 말들을 전하며, 상자 하나를 건넨다. 그 상자는 생쥐처럼 몸을 작게 만들 수도 있고 순간 이동도 가능하게 하는 마법 상자였다. 악당들은 그 상자를 손에 넣기 위해 마을 사람들과 대성당의 주교와 성직자, 아이들까지 닥치는 대로 납치해 간다. 케이는 경찰을 찾아가지만 아무도 케이의 말을 믿어주질 않자, 스스로 마을 사람들을 구하러 나선다.

크리스마스 예배를 다 함께 드리려면 크리스마스 전날까지 사람들을 모두 구해야 하는 임무가 주어진 것이다. 케이는 마법 상자의 도움으로 시공간을 초월한 여행을 한다. 마법 상자를 놓고 악당들과 아슬아슬하고 숨 막히는 대결을 벌이기도 하고, 벌레만큼 작아진 채로 케이가 마법 상자를 잃어버리기도 한다. 위기 때는 친구들의 도움을 받으며, 마침내 악당들을 물리치고 납치된 성직자와 사람들을 구해 크리스마스 자정에 열리는 예배를 무사히 치를 수 있게 한다. 신화 속 인물인 사냥꾼 헌, 반지를 낀 참나무 숙녀, 성직자로 위장하여 마을 사람들을 납치하는 악당 등 독특한 캐릭터들이 이야기의 재미를 더한다. 존 메이스필드의 딸인 주디스 메이스필드가 삽화를 그렸는데, 신비롭고 긴장감 넘치는 글의 분위기를 잘 살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 작품은 라디오와 텔레비전 시리즈로 방영되기도 했으며, 수많은 오페라와 뮤지컬, 연극 등으로 각색되어 지금까지도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메이스필드는 이 작품에서 계관 시인다운 예민한 감각으로 판타지에 마법이라는 새로운 도구를 도입함으로써 상상의 영역을 넓혔다. 마법의 상자를 통해 독자들은 시공간을 뛰어넘어 과거와 현재, 미래를 마음껏 넘나드는 신비한 경험을 하게 된다. 치밀하고 짜임새 있는 플롯과 감각적인 표현, 짜릿한 모험과 환상 등으로 '기쁨의 마법 상자'는 판타지의 교과서로 불리면서, 많은 작가에 영향을 끼친다. 마법의 상자는 1930년대 가장 뛰어난 판타지로 평가받은 존 로널드 루엘 톨킨의 '호빗(1937)'에서 '절대 반지'로 새롭게 태어나고, 크리이브 스테플스 루이스의 '나니아 연대기(1950)'를 거쳐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 시리즈(1997∼2007)'로 이어진다. 조앤 롤링은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에서 전문 마법사를 양성하는 마법학교를 만들기도 한다.

   
이처럼 메이스필드의 '기쁨의 마법 상자'는 21세기 영국 판타지 문학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해리 포터와 불의 잔'을 만든 마이클 뉴웰 감독이 차기 작품으로 '기쁨의 마법 상자'를 예정하고 있어 이 작품은 새롭게 주목을 받고 있다. 1985년 스티븐 스필버그의 환상 영화 '구니스'를 시작으로 영화계에도 서서히 판타지의 물결이 밀려오고 있다. 2001년 피터 잭슨은 영화 '반지의 제왕'을 개봉하면서 영화에서 불가능한 현실은 없다고 선언했다. '나니아 연대기'에 이어 최근에는 '반지의 제왕' 전편이라 할 수 있는 '호빗'이 개봉되었다. 폭력 영화에 지친 관객들에게 판타지는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재독 사회학자 한병철은 현대사회를 '피로사회'로 규정했다. 피로사회를 사는 현대인들이 판타지에 열광하는 것은 신비와 호기심으로 가득 찬 동심 세계로의 회귀현상으로 설명할 수 없을까.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대저·엄궁대교 우여곡절 끝 착공…2030년엔 만성체증 숨통
  2. 2195억 짜리 공영주차장, 정식운영 6개월 만에 ‘누더기’
  3. 3부산시설공단, 부산시민공원 개장 11주년 다채로운 문화콘텐츠 수놓는다
  4. 4‘재건축 대어’ 대우마리나, 신탁 아닌 조합방식에 무게
  5. 5[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59>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6. 6장제원 비보 부산정가 충격 “과오 떠나 동료로서 안타까워”
  7. 7167㎞ 총알 2루타…이정후 4경기 연속 출루
  8. 8장제원 전 의원 사망에…윤 대통령 “너무나도 가슴 아파”
  9. 9계엄 입장 요구 농성 참여한 공무원…부산 남구, 市에 중징계 요구
  10. 10양키스 1경기 9홈런…‘어뢰 배트’ 화제
  1. 1장제원 비보 부산정가 충격 “과오 떠나 동료로서 안타까워”
  2. 2장제원 전 의원 사망에…윤 대통령 “너무나도 가슴 아파”
  3. 3윤핵관의 핵관…무소속 당선·불출마 부침 속 58년 生 마감
  4. 44일 尹 탄핵선고…대한민국 향방은(종합)
  5. 5을숙도 ‘1호 국가도시공원’ 만들기, 이성권 의원이 뛴다
  6. 6전원일치면 이유부터 낭독 관례…의견 갈리면 주문 읽어(종합)
  7. 7野 발의 최상목 탄핵소추안, 오늘 국회 본회의 보고
  8. 8與 “헌재, 공정한 결정 기대…기각” 野 “윤석열 만장일치 파면 확신”(종합)
  9. 9韓대행 “‘헌재의 시간’ 지나 ‘국민의 시간’…어떤 결정도 받아들여야”
  10. 10韓 대행, 상법 개정안에 거부권…野 “소액주주 권리 짓밟는 폭거”(종합)
  1. 1‘재건축 대어’ 대우마리나, 신탁 아닌 조합방식에 무게
  2. 2금감원장 “尹이라면 상법 개정안 거부 안 했을 것”…사의 시사
  3. 3가덕도신공항 접근철도 공사 속도 붙는다… 2공구에 쌍용·극동 응찰
  4. 4“거부권 반대” 이복현 금감원장 거취 촉각
  5. 5부산 中企에 최대 9억 운전자금…관세피해 지원 강화한다
  6. 6부산 인구 1분기에만 7379명 감소…40~50대 '100만 붕괴' 눈앞
  7. 7디지털화폐 체험하고 경품선물도 받으세요
  8. 8금감원 “MBK, 홈플 신용등급 강등 알고 회생 진행한 정황”
  9. 93월 소비자물가 3개월 연속 2%대 상승…가공식품 등 고공행진
  10. 10정부, KTX 등 공공요금 상반기 동결…"인상 요인 최대한 흡수"
  1. 1대저·엄궁대교 우여곡절 끝 착공…2030년엔 만성체증 숨통
  2. 2195억 짜리 공영주차장, 정식운영 6개월 만에 ‘누더기’
  3. 3부산시설공단, 부산시민공원 개장 11주년 다채로운 문화콘텐츠 수놓는다
  4. 4계엄 입장 요구 농성 참여한 공무원…부산 남구, 市에 중징계 요구
  5. 5차도·인도 구분없이 난폭 질주…명지는 지금 ‘자전거와의 전쟁’
  6. 62일 부산교육감 재선거…중도층 투표율이 당락 가른다
  7. 7부산시설공단, 부산시민공원 하야리아잔디광장 4월 조기 개방
  8. 8‘부도’ 김해중앙병원, 김해복음병원이 새주인
  9. 9전국 日뇌염모기주의보
  10. 10구장 안전사고 책임은 구단? 지자체? 경찰, 중처법 수사 착수
  1. 1167㎞ 총알 2루타…이정후 4경기 연속 출루
  2. 2양키스 1경기 9홈런…‘어뢰 배트’ 화제
  3. 3레이예스 마저 2년차 징크스?
  4. 4황유민·박현경 등 퀸 대결…KLPGA 18년 만에 부산 개막전
  5. 5“승엽아 인자 니배끼 없다, 롯데 방망이에 불 좀 붙이도”
  6. 6전북 52명 K리그 등록 최다, 아이파크 33명…U-22 13명
  7. 7'몬스터 월' 집어삼킨 윤동희…기지개 켠 롯데 타선
  8. 8헬멧 벗겨질 정도로 달린 이정후, 시즌 첫 멀티히트
  9. 9손흥민·지소연, 축구협회 올해의 선수…통산 최다 8번째 수상
  10. 10물먹은 솜방망이…‘봄데’도 옛말
수장고에서 찾아낸 유물이야기
동삼동패총에서 나온 신석기시대 옹관
시인 최원준의 음식문화 잡학사전
‘무늬오징어’는 ‘흰꼴뚜기’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영화, 독특한 맛의 변주…요리사 출신 감독의 기묘한 기행
시간여행 ‘환상’을 매개로 냉정한 현실 다뤄…“작은 감정이라도 느끼게 하는 영화이길”
리뷰 [전체보기]
신인이 이끈 시립극단 정기공연 ‘박수 갈채’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통영국제음악제 문 연 임윤찬, 산불피해 아픔 달랜 감동 선율
시민의견 직접 듣는 부산시 ‘문화경청’…문화예술정책 ‘일방통행’ 비판 잠재울까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봉준호의 영감은 어디서 나올까 外
미디어 아티스트 홍석진의 예술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따라 썼을 뿐인데…디지털시대, 필사가 주는 힘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시간 미루기 대장이었다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김지선-In the shadow of Fear, Toward the Light
이희원-sprout움트다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청명한 이 아침에 /이상훈
청바지 /윤현숙
이원 기자의 드라마 人 a view [전체보기]
‘트렁크’ 서현진 정윤하
배우 문소리의 전천후 행보
이원 기자의 영화 人 a view [전체보기]
‘검은 수녀들’ 송혜교
‘하얼빈’ 현빈
이원 기자의 Ent 프리즘 [전체보기]
영화 ‘수상한 그녀’ 흥행 10년…K-드라마로 다시 안방 흔들까
일반인 출연자 잇단 스캔들, 검증 문제 도마 위에
조재휘의 시네필 [전체보기]
사제(師弟)에서 도반(道伴)으로
시대의 변화를 받아들이다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승부’ 개봉 첫 주말 1위…‘로비’는 예매율 1위
예매율 1위 이병헌 주연 ‘승부’…2위는 하정우의 ‘로비’
뭐 볼까…오늘의 TV- [전체보기]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20일
뭐 볼까…오늘의 TV- 2025년 2월 19일
방호정의 컬쳐 쇼크 & 조크 [전체보기]
보사노바 가득한 애니 ‘그들은 피아노 연주자를 쐈다’
김태춘이 만든 다목적 문화공간 ‘국제악기’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3일(음력 3월 6일)
오늘의 운세- 2025년 4월 2일(음력 3월 5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4년 10월 8일
오늘의 BIFF- 2024년 10월 7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진달래꽃을 통한의 핏물로 묘사한 조선 중기 권호문
조선시대 17세기 문인 윤선거가 봄날을 읊은 시

Error loading images. One or more images were not found.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
스토리 박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