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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정수 |
새 세상을 열어 놓은 듯 울산에도 첫눈이 왔다. 순백의 도화지 위에 요란스레 쏟아낸 아침 물까치 떼의 울음은 간밤에 꾼 꿈을 미리 해몽이라도 한 것일까? 거짓말처럼 걸려온 당선통보 전화. 머릿속에 저장된 모든 파일이 하얗게 날아가는 순간이었다.
인생은 육십부터라는 말은 나를 두고 한 말인 것 같다. 생을 아우를 수 있는 글쓰기는, 육십갑자에서 생(生)이 다시 시작하듯 그만큼 삶의 경험과 내면의 철학이 바탕이 되어야 제대로 된 목소리를 가질 수 있다는 얘기가 아닐까.
늦은 나이에 시작한 글쓰기는 아직 삐뚤빼뚤하다. 작물에도 손이 많이 가야 윤기가 나듯 주어진 시간을 아껴가며 한 포기 한 포기 글 싹을 정성을 다해 키워 가겠다.
몇 해 전, 한참을 망설이다 시조의 문을 두드리게 된 울산문인협회 시민문예대학에서 박영식 선생님을 만났다는 것은 내 생에 큰 행운이었다. 한국의 대표 문화 브랜드인 시조가 전통의 맥을 이어 가려면, 무엇보다 현시대의 흐름을 정확하게 읽어내야 한다는 것과 시조만이 가지는 절제와 가락의 울림을 소중히 다뤄야 한다는 말씀에 늘 노심초사로 긴장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다.
밤늦도록 글 짐 이고 끙끙댈 때 따뜻한 보리차 한잔 슬그머니 놓고 가던 내 시의 첫 독자이며 매운 소리로 거침없이 비평하던 남편께 영광을 바친다. 늘 투덜거리면서도 은근히 엄마를 자랑하는 늦둥이 아들아, 고맙다. 자식 못잖은 사위와 딸, 글 쓰는 할머니 때문에 힘들어하는 손자 손녀, 지칠 때마다 등 떠밀어 주신 시누님 시동생님 모두 모두 사랑합니다.
새파란 하늘 한 장 가슴에 들앉게 해주신 심사위원님과 국제신문사에 갑오년 새해 아침 무릎 꿇어 큰절을 올립니다. 복 받으소서!
▶약력=1952년 경북 영일 출생, 현 울산 거주. 제28회 부산전국시조백일장 장원, 가람 이병기 시조시인 추모 제14회 전국시조현상공모 장원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