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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부터 김명인, 박태일, 최영철 |
신춘문예 투고시가 두 켜로 나뉜 지는 오래다.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소수 전문시와 흔한 생활시 다수가 그들이다. 그만그만한 표현력을 갖춘 전문시는 우리 사회에 시를 꾸준히 학습하는 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알려 준다. 생활 감각을 담아낸 소박한 생활시 또한 문학이 삶의 중요한 취향문화임을 한결같이 일깨워 준다.
문제는 이런 속에서 눈을 번쩍 뜨게 할 만한 작품이나 새로운 시도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는 데 있다. 적당한 수준의 언어감각을 바탕으로 소극적인 표현성에 머문 작품이 대종이다. 올해 투고시 또한 거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뽑는 이의 손에 마지막까지 남은 작품은 셋이었다. 조유희의 '고양이의 대화법', 김태형의 '비 내리는 공단', 그리고 김유진의 '단단한 물방울'이 그들이다.
'고양이의 대화법'은 고양이를 대상으로 삼은 날렵하고도 예각적인 인상화다. 글감으로서 흔한 고양이를 시인 나름의 신선한 서정 공간으로 감싸고자 했다. 표현주의적인 필치까지 겨냥한 역량이 뛰어났다. 거기에 견주어 '비 내리는 공단'은 우리 사회의 가장자리 풍경에 대한 집중적인 응시가 빛나는 작품이다. 대범한 수사로 그려 담은 날카로운 현장성은 시인의 넉넉한 뒷심까지 엿보게 한다. 앞서 가는 삶보다 뒤서는 삶이 차라리 건강할 수 있음을 일깨워 주는 시다. 그럼에도 두 편 모두 당선작으로 밀기에는 완성도가 떨어졌다.
'단단한 물방울'은 방에 앉아 밤을 까는 가벼운 일상을 독특한 상상적 직조술로 즐긴 작품이다. '고양이의 대화법'처럼 표현성을 극도로 좇지도 않았고, '비 내리는 공단'과 같이 현실의 무게에 표현이 밀리지도 않았다. 그만큼 온건하면서도 설득력 있는 풍경을 자아낸 셈이다. 이 작품이 지닌 나날살이에 대한 섬세한 상상력은 아무나 넘볼 경지가 아니다. 함께 보낸 '핀셋' 또한 좋은 작품이었다. 당선작으로 밀어도 모자람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두어 군데 막연한 진술이 흠을 키웠다. 따라서 뽑는 이는 김유진의 '단단한 물방울'을 즐겁게 당선작으로 민다. 힘차게 날아오를 앞날을 기대해도 좋으리라. 더욱 가혹한 말의 형벌 속으로 쉼 없이 내려서기 바란다.
심사위원 김명인 박태일 최영철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