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은 얼핏 무질서하고 아무 원리없이 생겨나는 것 같지만, 사실은 우리의 감정과 환경에 깊은 뿌리를 두고 있다.

생각이란 참 밑도 끝도 없이 떠오르고 잠시도 쉼 없이 일어 사람을 끌고 다닌다. 무슨 생각이 그렇게 많이 일어나고 떠오르는지 돌아보면 생각만큼 나를 성가시게 하고 괴롭히는 것도 없다. 우리를 이토록 부산스럽게 하는 것이 생각 말고 또 있을까!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시작해 잠들기까지 어지간한 사람도 여간 어려운 일도 이렇게 잠시도 쉼 없이 나를 흔들고 유혹하고 화내게 하고 슬프게 하고 기쁘게 하는 것이 없다.

그래서 옛사람들은 마음을 원숭이 같다 했다. 원숭이를 보면 온종일 꺅꺅거리고 고함치고 이 나무에서 저 나무로 뛰어 돌아다니며 종일 설쳐대지만, 하루해가 지고 나면 아무것도 한 것 없이 그저 시간만 보낼 따름이다.

불교나 유교의 가르침 중에는 가만히 앉아 생각을 일으키지 않음을 최상으로 친 경우가 많았다. 불교 특히 선가(禪家)의 수행이야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유교에서도 '밤기운을 보존하라'는 맹자의 '존야기'(存夜氣)나 송대의 정명도 선생이 '나무 기둥같이 보낸 나날들'을 보면, 쓸데없는 생각들에서 벗어남을 군자의 기본자세로 꼽았다.

생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 좋은 것일까 나쁜 것일까? 우리에게 왜 생각은 이렇게 많이 일어나며 온갖 상념에 시달려 마침내 바른 지혜를 잃어버리게 할까? 생각이란 일어나는 원리가 있으며 어떤 방식으로 솟아나고 흐를까?

무질서하게 아무것이나 두서없이 일어나는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 생각이란 철저하게 깊은 뿌리에 바탕을 두고 피는 꽃이다. 저마다 살아온 민족, 역사, 사회문화적·지역적 환경과 함께 개인이 지나온 여건과 경험, 지적·정서적 인식을 통해 나름의 의미가 지어지고 그 의미체계가 가치관을 만드는 데 그 가치관이 욕망을 일으키고 생각은 이 욕망만큼 솟아난다.

우리는 우리의 이성이 감정과 다르게 독자적으로 작용하는 어떤 정신 기능이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러나 불교의 입장은 다르다.

우리는 저마다 나름대로 욕망으로 산다. 그것은 사람마다 경험이 다른 까닭이다. 그러나 사람이 모두 즐거움은 좋아하고 괴로움은 싫어하게 되는데 물론 강도와 수준의 차이는 있겠지만, 이러한 경험이 나름의 의미를 만들고 이 의미체계가 가치 기준을 만들어 왔으므로 사람마다 다른 색깔의 욕망이 일어나게 된다.

그리고 이 욕망으로 특히 좋아하고 특히 싫어하는 강도를 따라 저마다의 생각을 일으킨다.

경험 많고 깊은 안목에서 보면 어리거나 생각이 단순하고 여러 여건을 다 고려하지 못하는 사람의 생각은 가볍고 얕으며 별 가치가 없다. 우리는 가치 없는 것은 간과하거나 오래 생각하지 않는다. 작은 것에 얽매인 사람일수록 생각이 많을 뿐 아니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새 생각을 일으킨다. 사실 진실하고 성실하며 순수하고 넓은 마음을 가진 사람일수록 생각이 적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지혜 깊고 마음이 너른 사람은 생각을 적게 하는데 마음이 한량없이 크고 깊으며 너른 사람은 사소한 것은 그저 응해주고 상황에 따라 처리해 갈 뿐 감정이 함께 솟아나는 생각일랑 하지 않는다. 마음이 무량하여 크기가 한이 없다면 생각이란 일어나지 않는다. 이를 우리는 번뇌 없음이라고 한다. 우리도 한없는 심양(心量)을 길러 무심에 들어볼까.

원불교 정관교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