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3일 오후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부산시립국악관현악단(이하 시립국악단) 30주년 기념공연'의 첫 곡은 '만선'이었다. 1984년 5월 23일 열린 '시립국악단 창단공연'에서 초연된 곡이다. 거친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아 올리는 한 척의 배처럼, 시립국악단도 수많은 관객의 마음을 끌어내기를 기원하며 만들어진 곡이다.
이날 시립국악단은 '만선'에 담긴 의미 그대로 관객의 마음을 가득 끌어올렸다. 음악적 성숙도는 물론, 공연 기획이 눈길을 끌었다. 초대부터 현 7대까지 역대 지휘자 5명을 모두 초대해 이들의 개성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었다.
이의경 초대 지휘자는 두루마기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지휘봉도 없이 맨손으로 '만선'을 지휘했다. 2대 김영동 지휘자는 깔끔한 와이셔츠를 차림으로 '대바람 소리'를 지휘했다. 고인이 된 3대 지휘자의 무대를 대신해 '육자백이'가 박애리 박성희 정선희 명창의 합창으로 구성지게 펼쳐졌다. 4대 배양현 지휘자는 '축제'를 지휘했다. 정장을 입고 무대에 오른 배 지휘자는 활기차고 신명 나는 '축제'를 이날 30주년을 맞은 시립국악단에 헌정했다. '화랑'을 지휘한 5·6대 박호성 지휘자는 연미복 차림이었다. 크고 활기찬 몸짓으로 인상적인 공연을 선사했다.
마지막 무대는 제7대 김철호 지휘자가 맡았다. 시립국악단 지휘복을 입고 등장했다. 이번 공연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진 곡 '희망의 노래'를 지휘했다. 부산시립합창단 단원들이 함께 무대에 올랐다. 김만중의 시 '빛이 고요를 머금다'를 개사한 가사가 울려 퍼졌다. 조용히 시작된 곡은 후반으로 가면서 절정을 이루었다. 희망의 잉태와, 그 희망이 세상에 펼쳐지는 과정을 담은 곡이다. 이날 여러 지휘자가 등장했지만, 시립국악단의 연주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시립국악단은 '만선'부터 '희망의노래'까지 변함없는 모습으로 관객에게 최고의 연주를 선사했다. 흔들림 없이 단단하게 뿌리내린 시립국악단의 모습이 빛나는 무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