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고등부 운문 장원 '골!'
- 틀 깬 참신성에 낙점 받아
- 일부 맞춤법·어휘력 향상을

세월호 참사로 나라 전체가 깊은 슬픔에 빠졌습니다. 그런 분위기에서 현충일을 맞았습니다. 국제신문과 해군작전사령부가 공동 주최하고 부산지방보훈청이 주관한 올해 백일장에서 학생들은 차분하게 우리나라와 평화, 가족, 태극기 등을 다시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학생들의 글이 힘든 시기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기를 빕니다.

올해 초등부 운문 장원은 1학년인 김송률(남문초) 군의 '태극기가 참좋아'가 차지했습니다. 김 군은 진솔하면서도 대견스러운 생각을 잘 전개했습니다. 그 속에는 나만의 발견이 담겨 있고 자연과 사람과 희망이 펼쳐져 있습니다. 그리고 차상과 차하로 뽑힌 작품들도 나름대로 제목을 통해 그려지는 모습들을 개성 있는 발상으로 표현했습니다.

초등부 산문 장원으로 신서현(안남초5) 양의 '편지'가 선정됐습니다. 손으로 써 내려가는 편지의 소중함과 그리움에 대해 꾸밈없는 자신의 마음을 물 흐르듯이 잘 나타내고 있어 읽는 이를 감동하게 합니다. 좋은 글은 읽는 이의 마음에 감동을 주고, 나아가 그 사람의 행동까지 변화시키는 힘이 있어야 합니다. 고학년으로 올라갈수록 억지로 글을 꾸며 쓰는 경향이 많고, 저학년은 주제나 소재에 자신의 솔직한 생각을 꾸밈없이 잘 나타내고 있습니다.

중·고등부 운문에서는 장원으로 뽑힌 김지민(금정여고1) 양의 '골!'에 관해 논란이 있을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김 양의 시는 낯설고 새로우며 충격을 주고 있습니다. 김 양이 메시지나 틀에 갇히지 않고 오히려 틀을 깨면서 자신만의 새로운 세계를 본 것 같아 장원으로 선정했습니다. 99번의 실패와 1번의 성공을 이렇게 두세 마디로 표현할 수 있는 점이 놀랍습니다. 99번의 슛도 노골이 아니라 골이 되기 위한 과정입니다. 쉽게 좌절하는 청소년에게 많은 의미를 던지는 시입니다. 앞으로 다른 학생들도 시를 어렵게 여기지 말고 자기 생각을 솔직하게 표현하기를 바랍니다. 그러면 시는 다가가기 어려운 장르가 아니라는 사실을 깨달을 것입니다.

중·고등부 산문은 글제가 예년에 비해 다소 평이하거나 구체적이었는데 대부분 학생이 주어진 주제를 갈무리해서 구조를 가진 한 편의 글로 완성하는 데 어려움을 보였습니다. 그것은 진중하게 생각하는 힘이 부족하다는 방증으로 볼 수 있습니다. 맞춤법이나 어휘력 부족으로 신뢰감을 잃어버린 글도 다수 보였습니다. 좋은 글은 문학적 수사 못지않게 진정성이 우러나야 합니다. 장원으로 뽑힌 차윤서(브니엘여고2) 양의 '가족'은 가족의 의미를 이산가족과 연결한 수작으로, 무엇보다 글쓴이의 따뜻한 마음이 행간 속에 잘 녹아 있는 작품입니다.

심사위원=김문홍(동화작가), 김춘남(동시인), 옥태권 나여경(소설가), 전다형 최정란(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