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화장' 리뷰] 화장, 두 세계를 넘나드는 충돌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4-10-05 20:28:41
  •  |   본지 1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임권택 감독의 102번째 영화 '화장'은 여성의 미모를 가꾸는' 化粧'과 시신을 불에 태우는 '火葬' 두 가지 의미를 품고 있다. 영화가 자신을 드러내는 방식 또한 두 가지 다른 세계의 충돌이라 할 수 있다. 주인공의 노화와 아내의 죽음, 젊은 여직원의 아름다운 육체가 한 측면을 이룬다. 야위어가는 아내의 몸과 배에 접힌 주름, 전립선비대증으로 인해 소변 주머니를 몸에 착용해야 하는 수고까지. 세밀한 관찰을 통해 보여지는 몸은 이 영화의 또 다른 주인공이다.

이에 반해 여직원의 싱그러움은 주인공에게 삶의 활력과 욕망, 꿈을 제공한다. 손에 잡힐 수 없고 닿을 수 없는 욕망은 또 다른 측면을 만들어간다. 주인공의 꿈이나 환상을 통해 그를 유혹하거나 거부하는 여인의 몸짓은 아내의 육체와 대조를 이루면서 관능성이라는 관념으로 자리를 잡는다. 이상한 것은 두 측면이 충돌할 때 연상되는 날카로운 면을 이 영화에서 발견할 수 없다는 점이다. 이질적인 층위가 번갈아 등장하지만 두 세계는 서로 넘나드는 것임을 드러낼 뿐 구분하거나 배척 지점을 만들지 않는다.

영화의 첫 장면은 아내의 상여를 따라가는 장례 행렬이다. 관 속, 곱게 치장한 아내의 시신은 마치 깊은 잠에 빠진 것처럼 평온하다. 행렬의 틈에서 주인공이 뒤를 돌아보는데, 검은 옷의 인물들 속에 빨간 옷을 입은 여직원이 따라온다. 주인공은 그녀에게 다가가고 싶지만 차마 행렬을 거슬러 나아갈 수 없다. 이 장면은 주인공의 꿈이지만 아내의 죽음과 이어진 것처럼 보이기도 하고, 앞으로 주인공을 둘러싼 두 여인의 위치와 자신의 정체성을 암시한다.

이 영화는 주인공의 시선과 감정에 따라 사건을 배치하며 '그'라는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준다. 그는 능력 있는 대기업 임원이고, 직원들의 존경을 받는 좋은 상사이며, 아픈 아내를 정성껏 간호하는 인간처럼 보인다. 하지만 정작 그는 삶의 추동력을 지니지 않은 사람처럼 등장하며 오히려 아내보다 오래전에 세상으로부터 죽음을 선고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영화에서 가장 큰 갈등 장면인 여직원이 주인공을 찾으러 오는 씬을 살펴보면, 실현될지 모를 욕망의 두려움 때문에 뒷걸음질 치던 그가 휘적거리면서 산길을 걸어가는 모습은 삶의 공허함, 욕망의 허무함, 사랑과 그리움, 죄의식이 뒤엉켜 그의 죽음을 선고하는 것처럼 다가온다.

뒤이어 아내가 사랑하던 개를 안락사 시키려고 병원에 간 그는 문을 열고 나와 한참을 뚫어져라 응시한다. 그가 무엇을 바라보고 있는지 드러나지 않지만, 처음에 등장한 꿈의 액자식 구성과 병원의 유리문은 관을 연상시킨다. 아내의 주검이 놓인 관은 입관과 화장으로 이어지고, 병원의 유리창 너머로 펼쳐지는 세상은 투명한 관처럼 보인다. 개의 죽음과 마주하며 죽음의 물리적인 과정을 겪은 그에게 남겨진 삶 또한 그다지 다르지 않음을 예측할 수 있다. 시간을 견디지 못하는 노쇠함과 소멸, 죽음과 삶의 비밀을 부지불식간에 드러내는 감독의 혜안에 감사할 따름이다.

박인호 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철마 한우 싸다 싸
  2. 2[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3. 3“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4. 4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5. 5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6. 6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7. 7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8. 8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9. 9[포토에세이] 노랗게 물든 문광저수지 은행나무길
  10. 10“우리가 알던 그 시절 SM 맛” 이수만표 흥행 공식 또 적중…돌풍 속 잡음도
  1. 1더 밀릴 수 없다…지지율 위기에 정면돌파 택한 당청
  2. 2금융위원장 "산은 부산 이전 하지 않는 것으로 정리" 파장
  3. 3김용범·김현지 국감 증인채택 무산
  4. 4[뭐라노]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5. 5김여정 "국경선 새 대응수단 임무대기…확성기도 수일 내 가동"
  6. 6우크라 공관원 추가 철수에 국힘 반발
  7. 7[2026 국감 브리핑] 박홍배 “국회부산도서관 지역서점 구매 0.3%”…제도 개선 필요
  8. 8외교부, 'DMZ 北지뢰 폭발'관련, 유엔안보리 의장에 서한 발송키로
  9. 9이 대통령 "중수청 지휘감독 포기하는건 탄핵사유" 野 "국무회의 참석하면 밀실지휘 없어지나"
  10. 10‘청문 부적격’ 기관장들 임명 기류…田시장-시의회 협치 두번째 뇌관
  1. 1비정규직 58만명 역대 최대…부산 노동자의 42%(종합)
  2. 2집값 상승 이끈 ‘수영리버·비치벨트’…부산판 한강벨트 주목
  3. 3SB선보, 대선조선 인수 마침표…‘SB대선’ 닻 올렸다
  4. 4한화오션, 부산 R&D 확대…설계·연구인력 채용도
  5. 5市, 불꽃축제 앞둔 광안리서 바가지 근절 캠페인
  6. 6타 지역 줄어드는데 부산 5.9%↑…고령화 여파도
  7. 7동남권 해양ICT 육성…해운AX·북극항로 개척 협력
  8. 8선박 배기가스 저감·밸브제어로 두각…AI 관제 신사업으로 영토 확장
  9. 9‘모두의 창업’ 2기 가동…부울경 1135명 레이스
  10. 10의료AI 신기술 총망라 ‘키메스 부산’ 23일 개막
  1. 1[속보]‘부캉이’ 차단 그물 뚫고 되돌아와
  2. 2“법기수원지 추가 개방, 양산시 손 놨나”
  3. 3부캉이 일단 외해 내보냈다(종합)
  4. 4창원 병원 혈액투석실 C형 간염 14명 집단감염
  5. 54년에 한 번 올릴 기회…기초의회 의정비 인상 붐
  6. 6부산대·교대 통합 온도차…부실 보고 질타도
  7. 7데이터센터 몰리는 사하구…주민 갈등 줄일 조례 탄생
  8. 8생곡소각장·퐁피두 등 전·현 시정 공방…울산 국힘 퇴장 파행
  9. 9부산도시철 7년 만에 멈춰서나…22일 노사 최종교섭
  10. 10부산시 신임 기획조정실장, 하민상 공수처 담당관 임용(종합)
  1. 1‘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2. 2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3. 3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4. 4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5. 5부산시설공단 여자핸드볼팀 전국체전 2년 연속 금메달
  6. 6마무리 캠프 코앞인데…롯데 감독·단장 인선 언제쯤
  7. 7유럽 강호 맞서는 김시우·임성재
  8. 831세 데이터 분석가, 최연소 MLB 구단 사장됐다
  9. 9"2026 AG 여자유도 계체실격, 남자 계체명단만 확인해 발생"
  10. 10잘 넣긴 하는데…욱하는 외인, 속 타는 구단
우리은행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얼굴에 담긴 이야기
물극필반(物極必反)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쉽게 따라 배우는 걷기명상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남인목-웃는 나무
강동윤-Pixelated Oasis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1일 (음 9월 11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유배객 자암 김구의 눈에 비친 남해의 가을 바다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