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오전 부산시의회 브리핑룸에서 남송우 전 부산문화재단 대표 등 문화계 인사들이 최상윤 부산문화재단 이사장 임명 철회를 요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박수현 기자 parksh@kookje.co.kr

- '보이지 않는 손' 작용 說도

- 정치인 시장 결함 채우기는커녕
- 앞장서 과잉충성 공무원도 문제

부산시의 독단적인 문화행정이 도를 넘었다. 부산비엔날레 전시감독과 부산국제연극제 집행위원장 선임 문제로 문화계를 한바탕 흔들어놓았던 것이 불과 1년 전인데 그새 그때의 교훈을 잊어버리고 다시 '마이 웨이'(My Way)를 고집하고 있다. 시는 지난 13일 문화계가 거세게 반대하는 최상윤 부산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을 강행(본지 14일 자 2면 보도)했다. 문화계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밀어붙이는 불도저식 행정을 되풀이했고, 그 때문에 문화계와 등을 지게 됐으나 여전히 시의 대답은 한결같다. "이게 최선이다."

이 같은 상황이 벌어진 가장 큰 원인은 서병수 부산시장의 '문화 마인드' 부족이다. 취임 이후 뚜렷한 자기 색깔을 드러내지 못한 서 시장은 유달리 지역 문화계와의 소통에 무심했다. 스스로 만든 것인지, 아니면 서 시장 주변의 보이지 않는 손이 뻗친 것인지 불분명하나, 분명한 것은 자신만의 철옹성을 쌓은 채 문화계의 얘기를 전혀 듣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그 성벽의 결과물은 참담하다.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 '다이빙벨' 상영 철회를 요구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고,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을 강행해 원로를 포함한 지역 문화계의 반발을 자초했다.

더욱 한심한 것은 부산시다. 서 시장의 부족한 문화 마인드를 채워주기는커녕 시장의 명령이 떨어지면 앞뒤 가리지 않고 돌격하는 행동대장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다이빙벨' 상영 논란이 불붙었을 때도,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 반대 여론이 심각할 때도 서 시장은 단 한 번도 해명하지 않고 한 발 뒤로 물러서 있었다. 오히려 나선 것은 시였다. 시 문화체육관광국장이 직접 기자회견을 열어 "'다이빙벨' 상영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목소리를 높이며 부산국제영화제 측에 무언의 압박을 가했다. 문화재단 민간 이사장 임명 문제도 왜 그런 인물을 임명해야 하는지 설명하고 이해를 구하기보다 "시가 고민해서 내린 결론이다"란 입장만 내놓고 무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일단 결정하고 나면 잠잠해질 것'이란 오만이 하늘을 찌르는 것 같다.

서 시장은 전문 행정가가 아닌 정치인이다. 정치인이 가진 장점도 있겠지만 부족한 점도 있기 마련이다. 이를 보완해줘야 할 이는 시 공무원이다. 현장의 여론을 수렴해 시장에게 전달하고, 부족한 점을 보완할 방법을 제시하는 현명한 참모 역할을 해야 한다. 그런데 지금 벌어지는 사태를 보면 시는 현명한 참모보다 과잉 충성을 바치는 쪽을 선택한 것 같다. 과연 그들이 여론을 외면하면서까지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 지금이라도 시가 여론을 수렴해 문제를 바로잡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