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마지막 12월, 한국 영화계 최고 이슈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인터스텔라'의 흥행몰이다. 한국 관객의 엄청난 지지와 관심에 할리우드 영화 제작진마저 놀라고 있다. 이런 절대적 지지의 이유를 생각해보면, 과학계에서도 명료하게 풀어내기가 힘든 상대성 이론의 개념을 시간여행이라는 영화적 상상력을 가미해 인간의 삶 속 시간의 개념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발휘하는지를 거대한 우주 공간 속에서 가슴 먹먹하게 담아내는 감독의 능력 때문인 것 같다. '인터스텔라'를 통해 크리스토퍼 놀란은 이제 할리우드를 넘어서 이 시대에 가장 중요하면서 영향력이 있는 거장이 되었고, 동시에 영화예술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크리스토퍼 놀란은 자신의 영화와 삶을 위해 일상을 매우 처절하리만치 정제하며 단순하게 살아간다고 한다. 예를 들어 그는 컴퓨터 화면을 통해 메일을 보지 않으며, 그 어떤 정보도 PC를 통해 접하지 않고, 메일을 비롯한 모든 텍스트는 종이로 출력해서 본다고 한다. 그뿐만 아니라 휴대전화나 그 어떤 개인 이동통신도 사용하지 않으므로 요즘 현대인의 삶에 가장 중요한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역시 그에겐 아무런 의미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

그가 그런 삶을 살아가는 이유는 단 한 가지일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영화와 가족에 대한 온전한 집중과 관심을 통해 그 어떤 과잉적인 정보나 불필요한 시간을 뺏기지 않으며 오롯이 영화 만들기에 집중하려는 것이다. 이러한 그의 풍모는 가장 유망했던 감독이 어떻게 거장의 자리에 오르게 되었는지를 알 수 있는 중요한 대목이다.

시대마다 어느 장르를 막론하고 그 시대를 대표하고 앞서가는 거장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대중은 자신의 삶을 점검하고자 할 때 그런 거장의 삶과 그의 풍모, 발언들을 자신의 삶에 대입하여 미래를 준비하고, 더 나은 삶의 방식으로 변화하고자 한다.

거장 중에서도 특히 세계 영화인의 절대적인 존경을 받고 있는 거장 영화감독의 삶과 그들의 세계관을 치밀하게 옮겨놓은 책 '거장의 노트를 훔치다'를 통해 시대의 정신을 만들어나가며 귀감이 되는 그들의 삶을 찬찬히 바라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우리에겐 '열혈남아'와 '아비정전'으로 잘 알려진 홍콩영화의 거장 왕자웨이(왕가위)는 감독을 꿈꾸는 후배들에게 그렇게 이야기한다. "감독이 되려면 정직해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정직한 것이 아니라, 자신에게 정직한 것을 말한다. 자기가 왜 영화를 만들고 있는지 알아야 한다. 실수를 저지르고 있을 때 스스로 알아야 하며 다른 사람을 비난해서는 안 된다."

그의 발언은 단순히 영화감독을 지망하는 후배 영화인들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이제 자신의 길을 가려는 모든 젊은이에게 유효하며 가장 필요한 이야기일 것이다. 시대의 거장들을 통해 우리는 순간 잠시 잃어버린 길 위에서 자그마한 나침판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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