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중 누구나 잘 아는 소설이 '변신'일 것이다. 이 소설에서는 인간이 벌레가 되는 모습, 일종의 '괴물'이 되어가는 신체를 다루고 있다. 그러나 이 소설에서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신체의 변이를 통해 끔찍함을 보여주자는 황당한 괴기소설의 수법과는 너무나 다르다.

소설 '변신'에서 이 괴이한 벌레로 변하는 한 개인은 절대적으로 소통 불가능한 상태가 된다는 것의 고통을 어떻게 독특한 방식으로 구현할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의 결과로 보인다. '인간-벌레'라는 기이한 조합을 통해 어떤 '소수자'를 표상하려 한 것이다.

현실에서도 이러한 '인간-벌레'가 되어간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벌어진 최모 경위 자살사건 외에도 검찰의 '인간-벌레'를 만드는 수사에 수치심이나 모욕감을 느끼고 자살하는 사례가 많았다. 카프카가 소설가이기 이전에 법학도였다는 사실을 안다면, 소설 '변신'에서 정말로 기괴한 것은 현실을 부조리하게 만드는 권력적인 말들이며, 이 결과 양산될 수밖에 없는 것이 '인간-벌레'라는 현대사회의 알레고리임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이를 소수자의 편이 아니라 권력의 편에서 참혹하게 형상화한 것이 '유형지에서'라는 단편소설이다. 한 답사연구자가 섬에 만들어진 유형지에 초대받았다가 나오는 과정을 다룬 소설로, 유형지에 배치된 '사형-기계'를 마음대로 사용했던 과거를 극찬하는 장교의 말은 권력이라는 망령에 잠식당한 한 인간의 모습을 소름 끼치도록 잘 보여주고 있다. "사령관이 직접 죄수를 써레 밑에 눕혔습니다. 지금은 하찮은 일개 사병이 그 일을 하지만 당시엔 재판장인 나의 일이었고, 나의 명예였습니다."(179쪽)

죄인의 온몸에 바늘로 죄와 관련된 문장을 새겨넣어 죽이는 '써레(사형-기계)'는 책의 표현을 빌려 나름대로 짧게 정리하자면, 모두가 이 과정을 잘 볼 수 있게 투명한 관의 형태로 되어 있고 두 개의 바늘이 움직이도록 설계된 기계인데, 하나는 죄를 신체에 새기는 고문의 역할을 하고 다른 하나는 이 과정이 잘 보이도록 피를 물로 세척하는 역할을 한다고 한다. 이 기계가 이제 과거의 영광을 뒤로하고 폐기할 위기에 놓이자 과거 재판장이었던 장교가 답사연구자에게 이를 하소연하는 것이 소설의 주요 내용이다.

내가 '유형지에서'라는 소설을 '변신'보다 더 끔찍스럽게 좋아하는 이유는, 그 소설의 마지막 부분에 적혀 있는 한 묘비명 때문이다. "이곳에 전임 사령관이 잠들어 있다. 지금은 자신들의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그의 추종자들이 그의 무덤을 파고 묘비석을 세우노라. 어느 정도 세월이 흐르면 사령관이 부활해 이 집에서 나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유형지를 다시 탈환할 것이란 예언이 있다."(196쪽)

이 묘비명처럼 권력적인 말의 자리에 누가 있어야만 정의를 이룰 수 있다는 '망상'이 아직 우리 사회에 존재하고 있다. 카프카가 생각했던 '법'의 끔찍함이 지금도 그의 소설을 빛나게 하는 것처럼, 무조건 무력하게 따라야만 하는 끔찍한 법과 권력의 체계를 새롭게 바꿀 수 있는 신념과 그로 인한 운동들만이 '정의'를 구성하는 힘이 되어야 할 것이다.

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