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일 부산 서면 영광도서 문화사랑방에서 부산시울림시낭송회가 주최한 제140회 시낭송회에서 회원 시인이 시를 낭송하고 있다. 강덕철 선임기자 kangdc@kookje.co.kr

- 매달 첫 수요일 오후 7시
- 서면 영광도서 문화사랑방
- 13년째 신작 시낭송회 개최

- 1일 맹문재 시인 특별강연 등
- 매년 두차례 유명시인 초청
- 부산시인·시민과 만남자리

- 기성시인 중심, 대중참여 낮아
- 독자 유인·소통방법 고민 중

지난 1일 오후 7시께 부산 서면 영광도서 문화사랑방에서는 문학강연이 깊어가고 있었다. 초청 강사는 맹문재 시인('푸른사상' 주간, 안양대 교수)이었다.

"쉬운 시는 좋은 시가 되기 어렵다고 봐요. 시대가 이렇게 복잡하고 급변하는데 그런 사회를 반영하는 시가 쉬울 수가 있을까요. 그렇다면 어려운 시는 좋은 시냐?…" 맹문재 시인이 말을 이었다. "관찰에 머물러서는 안 되죠. 간파해야죠. 간파하려는 의지와 역량을 갖춰야죠. 친일문학은 시대를 간파조차 하지 못했다는 점에서도 (수준 낮은 문학으로) 비판받아야죠."

그의 마무리가 매섭다. "간파하려면 대상에 대한 사랑이 있어야죠. 부모가 자식을 사랑하는 만큼의 사랑이 필요합니다." 객석을 채운 관객 50여 명이 고개를 끄덕인다. 진지한 문학 모임이었다.

문학 강연을 하고 있는 맹문재 시인.

이날 행사는 부산시울림시낭송회가 주최한 제140회 시낭송회였다. '초대음악 해금 연주(국악인 김원지), 저녁에 만나는 아름다운 시-초청시인 작품 낭송, 대담-맹문재 시인의 시와 삶'의 순서로 행사는 이어졌다.

'140회'라는 숫자에 먼저 눈길이 꽂힌다. 부산시울림시낭송회를 이끄는 이해웅 회장에게 140이라는 숫자에 얽힌 의미를 물었다. "부산 중구 광복동에 있던 국도아트홀에서 2002년 4월부터 시작했지요. 이듬해 5월부터 영광도서 문화사랑방으로 옮겨 지금까지 한 달에 한 번씩 열었더니 어느새 이달로 140회가 됐군요."

부산시울림시낭송회 활동의 기본이 지난 1일의 맹문재 시인 강연 같은 유명 시인 초청 행사인 것은 아니다. 달마다 회원 13명과 초대 시인 5~7명이 참여해서 여는 신작 시 낭송이 근본이다. 이 모임의 기획을 맡은 강문출 시인은 "매달 낭송회 때마다 참여 시인이 미발표 신작 시를 한 편 이상 가져와서 낭송하고 이야기하는 것이 우리 모임의 특징이다"라고 설명했다.

그리고 상반기와 하반기에 한 차례씩 전국에서 활동하는 유명한 시인을 초청해 특별 강연을 개최한다. 지난 1일 맹문재 시인을 초청한 것이 바로 올해 상반기의 특별 강연이었다.

창립 13년째를 맞은 올해까지 상·하반기의 특별 강연을 통해 부산의 시인과 독자를 만난 이들은 한국 시단의 굵직한 이름을 거의 망라한다. 장석남 정호승 김용택 문정희 문태준 천양희 김신용 손택수 안도현 문인수 박형준 오탁번 이승훈 송찬호 김명인 김사인 강은교 유홍준 장옥관….

시울림 회원 이영란 시인은 "달마다 하는 평소 행사 때 참여 시인은 신작 시를 갖고 와서 낭송하고 이야기를 나누니 모임의 밀도가 높고 시 창작과 문학 활동에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여기에 1년에 두 번은 부산에서 쉽사리 만나기 힘든 시인을 초청해 대중 강연을 열어 시에 관한 사유와 담론을 지역에 충전하는 구실을 시울림은 꾸준하고 끈질기게 해온 셈이다.

이 모든 행사가 오후 7시에 시작하므로 시울림이 모이는 날은 부산 한복판 서면에서 시가 있는 저녁이 펼쳐진다.

시울림의 모든 행사는 일반 시민에게도 문이 열려 있다. 시를 쓰는 데 관심이 있는 시민이라면 함께할 수 있다. 매월 첫 수요일 오후 7시에 영광도서에 가면 진지한 시 모임에 참여할 수 있다.(1월은 문학기행, 8월은 쉼) 시울림의 고민도 있다. 이해웅 회장은 "초창기에는 문학콘서트처럼 대중적인 형태로 진행했다. 그러다 보니 밀도가 떨어져 기성 시인이 신작 시를 발표하고 다듬는 자리로 바꿨더니 일반 시민의 참여는 많이 줄어 지금은 드물어졌다"고 밝혔다.

시울림이 13년 동안 정성껏 마련해 온 시가 있는 저녁이 지금으로써는 기성 시인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지만, 시를 사랑하는 시민에게 문호를 활짝 열어놓고 독자가 편하게 올 수 있게 할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고 시울림 측은 밝혔다.

회원인 조원 시인과 신원희 시인은 "요즘 진지하게 시를 만나는 공간이 많지 않다. 시인과 시민이 만나 문학을 놓고 소통할 수 있는 공간이 시울림 행사"라고 말했다. 요즘 문학에 대한 시민의 관심과 깊이와 진지함을 두루 갖춘 문학모임 모두 이전보다 크게 줄었다. 그런 어려움을 뚫고 오랜 세월 시가 있는 저녁을 만들어 온 시울림의 뚝심은 더 나은 내일을 상상하게 해준다. http://cafe.daum.net/poemsnutt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