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 84개국 순방에 쓴 비용만 1200억
- 해외개발 27조 쏟아붓고 회수 4조뿐
- 현 정부는 日 교과서 왜곡에 웃음거리

- 한비자 "교묘하고 화려한 말 속지말라"
- 리더 뽑는 국민이 새겨 들어야 할 말

우경(虞慶)이 집을 지으면서 목수에게 일렀다.

"지붕이 너무 높다."

목수가 대답했다.

"이것은 새집입니다. 흙벽은 아직 젖어 있고 서까래도 생나무입니다. 젖은 흙은 무겁고 생나무 서까래는 휘게 됩니다. 휘게 될 서까래로 무거운 흙을 떠받치고 있으니, 이건 당연히 낮아지게 됩니다."

우경은 우겼다.

"그렇지 않소. 여러 날이 지나면 흙은 굳고 서까래는 마르게 되오. 흙이 굳으면 가벼워지고 서까래가 마르면 곧게 될 것이니, 곧은 서까래가 가벼운 흙을 떠받치면 더욱더 높아질 것이오."

목수는 말문이 막혀서 그가 이르는 대로 했으나, 결국 지붕은 무너져버렸다.

한비자 중 '외저설 좌상'에 나오는 이야기다. 우경의 변론은 화려하고 말솜씨도 뛰어나지만, 그가 한 말은 실정과는 맞지 않다. 한비는 군주가 유세가나 신하의 말을 들을 때 교묘하고 화려한 말솜씨에 현혹되지 말아야 한다는 뜻으로 이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오늘날에는 군주가 아닌 국민들이 이 이야기를 곱씹어보아야 한다. 국민들이 투표권을 행사할 때 표를 하나라도 더 얻으려는 정치가들의 언변에 놀아나지 않기 위해서, 또 국민을 대리해서 국가와 국민의 이익을 위해 일해야 할 관료들이 일을 그르치고서도 화려한 수사로 변명을 일삼을 때 속지 않기 위해서 말이다.

■ 한국의 자화자찬 외교

	6일 일본 문부과학성의 검정을 통과한 중학교 교과서의 지도에 독도가 다케시마(竹島·일본이 주장하는 독도의 명칭)로 표기돼 있고 일본 땅으로 구분돼 있다. 연합뉴스

감사원은 지난 3일 "이명박 정부 시절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된 돈은 27조 원으로 회수액은 4조 원에 불과하고, 앞으로의 회수 전망은 불투명하다"며 현재 진행 중인 자원외교 사업에 대한 전반적인 재검토를 위한 감사에 착수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지금 여당과 야당은 국정조사의 기간과 증인 채택 여부를 두고 서로 공방을 벌이고 있다.

본래 외교란 외국과 교섭해 관계를 맺는 일이고, 이익이 걸렸을 때는 당연히 자국의 이익을 꾀하는 쪽으로 교섭을 진행하는 나라의 큰일이다. 그런데 전 정부의 '자원외교'는 우리 쪽에 막대한 손실을 입는 수준에서 이루어졌음이 점점 밝혀지고 있으니, 이는 결코 '외교'라고 불릴 수 없는 것이다. '자원상납' 또는 '자원조공'이라고 해야 옳다. 그럼에도 당시 이명박 대통령과 그 정부는 자원외교를 한답시고 얼마나 팡파르를 울리며 자화자찬했던가!

"밖으로 제후들(외국들)과 통하고 안으로 국력을 소모시키면서 나라가 위태롭고 쇠망하는 시기에 이르기를 엿보다가 험악한 모습으로 군주(국민)를 협박하며 말하기를 '외교에서 내가 아니면 친교를 맺을 수 없고, 적국의 원한도 내가 아니면 풀 수 없다'고 말하는 자가 있다. 군주(국민)가 그 말을 믿고 국정을 맡기면 결국 군주(국민 또는 국가)의 명성은 땅에 떨어지고 제 자신만 드러나게 되며, 나라의 재부(財富)를 헐어서 제 집안만 이롭게 한다."-유도(有度)

본래 이는 왕정(王政)에서 강한 권세를 휘두르며 군주를 겁박하는 신하를 염두에 두고 한 말이므로 국민이 투표를 통해 대통령을 뽑는 지금의 민주정에서는 약간 비틀어서 읽는 게 적절하다. 그래서 괄호를 쳐서 따로 표시를 해두었으니, 새로 읽어보라.

이명박 전 대통령은 외교에 매우 심혈을 기울였던 대통령이었다. 그는 정상외교를 위해 5년의 임기 동안 무려 49회에 이르는 해외 순방 기록을 남겼는데, 이는 역대 대통령 가운데 최다에 해당한다. 평균 37일에 한번 꼴로 해외 순방을 했으며, 해외 체류 기간도 도합 232일이나 된다. 또 84개국을 방문하면서 1200억 원의 세금을 사용했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얼마나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는가? 아니, 그토록 자화자찬하던 자원외교가 적법한 절차를 밟으면서 진행되기나 했던가? 한비는 '망징(亡徵)'에서 이렇게 말했다. "법에 의한 금령은 소홀히 하고 음모와 계략에만 힘쓰며, 국내 정치는 어지럽혀 놓고 외국과의 교제나 원조에만 의지한다면, 그 나라는 쇠망한다."

지금 이명박 전 대통령을 청문회에 출석시키는 것은 '정치적 공세'라며 여당에서 결사반대하고 있다는데, 이는 참으로 한심한 작태다. 대통령은 책임을 지지 않는 자리라는 것을 공언하고 있는 셈이기 때문이다. 대통령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를 수 있는 자리이기 때문에 더욱 철저하게 조사하고 공과를 평가해야 한다. 그것이 이 나라가 '우경의 지붕 꼴'이 되지 않는 길이다.

■ 상속된 자화자찬 외교

그러면, 현 정부는 어떠한가? 박근혜 대통령도 2년이 채 안된 재임기간 동안 꽤 많은 나라를 순방했다. 이를 보면, 현 정부도 지난 정부처럼 외교에 꽤 비중을 두고 있는 게 분명하다.(어느 나라, 어느 정부가 그렇지 않겠는가만은.) 그러나 과연 그만큼의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다고 말할 수 있을까?

현 정부의 외교 수장을 맡고 있는 윤병세 장관은 재임 기간이 길어지고 있는 만큼 나름대로 한국 외교를 위해 공헌을 했다고 자부하는 듯하다. 그는 "지난 2년 60여회의 정상회담과 300여회의 외교장관회담을 치렀다"고 말했고, 또 중견국 협의체인 믹타(MIKTA) 외교장관회의 주도, 한중일 외교장관회의 복원, 유엔에서의 활약 같은 성과도 자부했으며, "한국의 외교적 위상은 과거와 다르다, 국력과 외교력 상승 덕분에 다른 나라 눈치를 보지 않는다"고도 말했다.

과연 한국의 외교적 위상이 과거와 달라졌는가? 달라졌다면, 얼마나 달라졌는가? 한국의 외교에서 가장 우선적이고 중요한 것이 일본과의 외교이므로 일본과 관계가 어떠한지를 보면 짐작할 수 있다. 일본의 아베 총리는 끊임없이 망언을 일삼고 있고, 그럼에도 미국 의회에서 상하원 합동연설에 나서기로 되어 있다. 또 아베 총리가 강조해 온 '자학사관의 탈피' 등 수정주의적 역사 인식이 반영된, "독도는 일본 영토다"고 기술한 교과서들이 검정에 통과했다.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한국 외교부는 적절하게 대응하고 있는가?

국민들 가운데 얼마나 많은 이들이 현 정부가 외교를 잘하고 있다고 생각할까? 외교부 장관은 스스로 잘했다고 자평하는데, 그렇게 생각하거나 말하면 정말 잘한 것이 될까? 앞에서 한비가 말한 '외교에서 내가 아니면 친교를 맺을 수 없고, 적국의 원한도 내가 아니면 풀 수 없다고 말하는 그런 자'임을 스스로 드러내는 건 아닌지.

"군주가 무슨 일이든 대범하며 잘못을 뉘우치지 않고, 나라가 혼란한데도 자신의 능력을 과신하며, 국내의 실정은 헤아리지 않고 이웃 적국을 얕잡아 보면, 그 나라는 쇠망하게 된다. 나라가 작은 데도 겸손하게 낮추지 않고, 힘이 약한데도 강한 나라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무례한 태도로 이웃의 큰 나라를 깔보고, 탐욕스럽게 고집을 세우면서 외교를 서투르게 하면, 그 나라는 쇠망하게 된다."-망징

■ 외교도 전쟁…국익 해쳤다면 처벌 마땅

지금 한국에도 '외교'가 있는가? 성과 없는 외교도 '외교'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있다. 대통령이 되도록 많은 나라를 순방하고 오랫동안 해외에 머무는 것을 외교라고 말할 수 있다면, 있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의 말을 그대로 믿는다면, 있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거둔 성과가 있는지,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고 알아챌 만한 성과가 있는지, 한류 스타들이 한 일만큼 성과를 거두었는지를 두고 말한다면, 한국에는 외교가 없다! 외유(外遊)가 있을 뿐.

그럼에도 외교에 대해 자화자찬이 끊이지 않는 것은 나라에 손실을 가져온 자에 대한 처벌이 없어서다. 외교 또한 전쟁이다. 그 전쟁에서 아무런 성과도 거두지 못했거나 오히려 국익을 해쳤으면서도 성과를 거둔 것처럼 행세하는 자는 국민을 기만하는 자이기도 하다. 그런 자는 처벌해야 마땅하다.

"관리를 힘쓰게 하고 백성에게 위엄을 보이며 음란함과 게으름을 물리치고 속임수와 거짓을 그치게 하는 데에는 형벌만 한 게 없다. 형벌이 엄중하면 귀한 자라도 미천한 자를 감히 얕보지 못하고, 법이 분명하면 군주(국민)가 존귀해져 침해받지 않는다."

-유도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매주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