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리뷰] 정기공연 '오래된 미래'

한국춤 거장들·시립무용단 환상적 군무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5-06-01 19:03:08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부산시립무용단 제72회 정기공연 '오래된 미래'가 지난달 29일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서 펼쳐지고 있다. 사진 이호형·부산시립무용단 제공
- 김진홍 승무에 담긴 정신 보여줘
- 배정혜 풍류장고 폭발적 인기
- 연습 장면 다큐로 남겼다면…

'오래된 미래'라는 이 묘한 말의 수수께끼부터 풀어야 한다.

현재에 만족하지 못한 어떤 사람이 더 나은 미래를 찾아 길을 나섰다. 고생 끝에 한 마을에 닿았다. 그곳에는 탁월하고 앞선 사람들이 살고 있었다. 높은 경지를 알아차린 그는 이곳이 그가 꿈꾼 '미래'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가 닿은 곳은 첨단 미래가 아니었다. 옛날과 과거를 그대로 간직한 오래된 마을이었다. 거기에서 오래된 방식과 곰삭은 손길만으로도 사람들은 아름다움을 빚고 의좋게 살았다. 마침내 찾은 미래가 알고 보니 예부터 우리 곁에 있던 과거였다. 그래서 '오래된 미래'라고 한다.

부산시립무용단이 지난달 28, 29일 제72회 정기공연으로 부산문화회관 대극장에 올린 '오래된 미래'(예술감독 홍경희, 연출 유희성)는 '부산에서 다시 볼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들 만큼 대범한 기획이었다. 한국춤의 거장을 대거 초청해 명무의 춤사위와 그 춤속에 깃든 정신을 보여주었고, 시립무용단이 제대로 결합해 조화로운 무대를 펼쳤다. 이런 대범함은 흥겹고도 수준 높은 공연을 낳았다.

첫 순서인 김진홍의 승무부터 매우 인상 깊었다. 젊은 춤꾼이 추면 힘겨워 보이기만 하는 승무의 숱한 동작이 김진홍의 몸에서는 간결한 상승미로 나타났다. 승무에 담긴 정신성을 탁월하게 표현했다.

승무가 끝난 뒤 김진홍이 무대 한가운데 가장 낮은 자리에 앉아 장구를 치고, 그 앞에서 시립무용단이 오고무를 대형 군무로 춘 장면은 지극히 창의적이었다. 가장 낮은 곳에서 승무를 마친 원로가 장단을 치고, 팽팽한 오고무가 어우러지자 오고무는 승무의 연장이 되었다.

시립 단원 10명과 함께 춘 김명자의 살풀이춤은 우리춤이 가진 결의 아름다움을 깊이 있게, 멋들어지게 그렸다. 김온경의 부채산조는 잡념이나 욕심 같은 것을 비워낸 가녀린 우아함을 원로의 품격과 함께 보여줬다. 춤꾼의 주위 공간과 무대 주위를 흐르는 공기를 휘어버리게 할 만한 장악의 힘과 깊은 호흡은 엄옥자 원향지무였다.

김매자의 '삶'이 전통을 바탕으로 하되 답습하지 않고 삶과 세상에 끝없이 말을 거는 '현대적' 전통춤의 미와 고집을 선사했다면, 남성 단원 6명과 함께 춘 국수호 '남무'는 철저히 다듬은 세심한 춤사위를 바탕으로 산뜻하고 뚜렷한 에너지를 구현한 명무였다.

배정혜 '풍류장고'는 가장 인기가 높았다. 시 문학에서는 연륜이 쌓여 거장의 반열에 갈수록 서정이 천진해진다고 한다. 천진함, 동심 등은 실상 예술이 닿는 가장 높은 경지인데 배정혜의 풍류장고가 그것을 보여주었다. 홍경희의 '천지화'는 화려하고 힘있게 공연을 매조졌다.

김진홍 김명자 김온경 엄옥자 김매자 국수호 배정혜 선생은 모두 한국춤에서 가장 높은 반열에 있는 레전드급 예술인이다. 이들이 뭉치는 공연은 자주 있기 힘들다. 그런 점에서 기획이 돋보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이날 공연의 마지막 작품 '천지화'는 전체 작품 흐름과 맞지 않게 평지돌출한 느낌이 강하다. 군무의 숙련도와 표현력은 훌륭했지만, 좌우대칭 중심의 단순·선명한 구성과 숨 가쁘게 몰아치는 호흡이 앞의 여러 작품과 부딪쳤다.

그리고 홍보와 마케팅이 체계적이지 못했고 모자랐다. 이번 공연의 명인명무들이 시립 단원들과 연습하는 장면을 다큐멘터리로 남겼다면, 귀한 작품이 됐을 것이다. 예술영화제 출품작 감이다. 시민과 언론에 이 좋은 공연을 간절하게 알리겠다는 마음이나 체계도 느끼기 어려웠다. 그 점은 매우 아쉽다.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3. 3‘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4. 4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5. 5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6. 6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7. 7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8. 8[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9. 9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10. 10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1. 1[속보] 한동훈 “오세훈 무죄 판결에 참 다행스럽다 생각”
  2. 2‘YS 오른팔’ 故최형우 빈소 조문한 김민석 “여야 넘어 성찰”
  3. 3법무장관 후보 검찰출신 박균택·양부남 2인 압축
  4. 4북한군 자주포, 韓 카메라에 찍힐만큼 가까이 배치 …접경지 긴장고조
  5. 5김정은, 중국 6·25참전기념관서 “조중친선 영원히 계승”
  6. 6김정은 방중, 북중혈맹 과시, 경제협력 확대에 무게
  7. 7법무장관 박균택·양부남 유력, 野 "李 죄 지우기 인선이냐"(종합)
  8. 8[2026 국감 브리핑] 정동만 “부산에 금융·해양 공공기관 집중 배치해야”
  9. 9울산 동구의회 의원 내년 월정수당 15% 인상
  10. 10李대통령, 26일 ‘농어민과 대화’…농지조사·CPTPP 등 의견수렴
  1. 1올해 임시·일용근로자 31년來 최소…40세 이상에 감소 집중
  2. 2‘운명의 일주일’… 가덕도신공항 난제 풀 대책 나올까
  3. 3CNN,“서울이 뉴욕이면 부산은 LA”…부산 조명
  4. 4[속보]‘부캉이’ 이틀 연속 부산항 국제여객터미널 인근서 관측
  5. 5부산에서 광저우·샤먼으로 가는 직항 하늘길 처음 열렸다
  6. 6‘책임경영 선언’ 정용진 이마트 대표 내정…신규임원 역대 최대
  7. 7'삼성고시' 24~25일 실시, 신입사원 연말 최종 선발
  8. 8롯데 6개 계열사, 베트남 현지인력 채용 나선다
  9. 9SK하이닉스, 솔리다임 상장 중단…중복상장 논란에 주주 반발
  10. 10국회 재경위 "종부세 개편 땐 임차인 세부담↑·수도권 집중 심화"
  1. 1‘부캉이’ 수로 떠난 날 북항 기름 유출 원인은 유조선
  2. 2HD현대중공업 기본급 12만 원 인상 골자 올해 임단협 2차 잠정합의안 마련
  3. 3부산항 인근에 머물고 있는 ‘부캉이’ 이모티콘도 나왔다
  4. 4태풍 ‘참피’ 영향 부산 이틀 동안 112㎜ 비…주택 담장 무너져
  5. 5중학생이 소화기로 진화 시도…부산 스터디카페서 불
  6. 6프로야구 입장권 부정구매 후 최대 12배 웃돈 받고 되팔아
  7. 7부산·울산·경남 흐리고 비…26일 아침까지 이어져
  8. 8경기 안성 저수지 낚시터서 초등학생 물에 빠져 숨져
  9. 9창원 휴대전화 부품업체서 40대, 낙하물 맞아 숨져
  10. 10'시장 캠프·인수위 출신' 창원시 산하기관장 후보 4명 청문 줄줄이
  1. 1태풍 ‘참피’영향 프로야구 플레이오프 1차전 취소
  2. 2안세영, 시즌 10번째 우승…프랑스오픈 3연패
  3. 3종합 6위 부산, 고른 활약에도 아쉬움
  4. 4만년 꼴찌 삼성 선두 ‘파란’…前 챔프 KCC 최하위 ‘수모’
  5. 5쇼트트랙 전설 최민정의 마지막 질주
  6. 6‘성폭행 의혹 제기’ 초교후배…기성용에 1억 배상해야
  7. 7‘높이’ 키운 BNK썸, 2년 전 영광 재현 노린다
  8. 8호랑이 발톱 세운 김도영…돌아온 사자 포효 최형우
  9. 9축구협회장 선거, 12월 18일 추진
  10. 10요트 하지민, 레이저급 정상…전국체전 16연패 역사 쓰다
우리은행
한국문학관 기행
바람처럼 자유로운 김홍신 문학을 ‘건축언어’로 표현한 공간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보리수가 휘감아 지킨 불두, 몰락왕조 영광의 기억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응원하고 함께하는 마음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커넥티드’…9.5 대 1 뚫은 신인 작가 10팀 한자리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실크로드 연구자이자 간첩 ‘깐수’ 外
일상 언어에서 찾은 삶의 방향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지나-마음
남인목-웃는 나무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시간이 지나고 보니 /설상수
경비원 /박필상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누적 180만 넘긴 ‘극장판 치이카와’ 2주 연속 정상…예매율도 1위
팬덤의 힘 ‘극장판 치이카와’ 1위로…암살자(들) 근소한 차 2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6일 (음 9월 16일)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22일 (음 9월 12일)
오늘의 BIFF [전체보기]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4일
오늘의 BIFF- 2026년 10월 13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지리산 연곡사를 찾아 시 읊은 매천 황현
겸재 정선은 금강산의 참모습을 어떻게 그렸을까
  • 국제신문 골프대회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