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대왕 어진. 세종은 인재를 고루 등용하고 잘 활용했다. 유명한 당 태종조차 세종의 한결같은 마음과 실천에는 미치지 못했다. 국제신문 DB

- 사람보는 눈 탁월했던 당 태종
- 적의 신하까지 전격 발탁 중용
- 정관치세 태평성대 이끌어

- '인사가 만사'라 여긴 세종대왕
- 인재 두루 등용 적재적소 배치
- 한국사 가장 위대한 업적 남겨

- 황교안 총리 밀어붙인 대통령
- 국회 임명동의는 얻어 냈지만
- 인재 구하려 했던건지는 의문

며칠 전,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의 국회 임명동의가 지연되는 데 대해 "어느 나라 국회인지 알 수가 없고 무책임의 극치다, 국회가 뚜렷한 이유도 없이 정치적 공세로 국회가 만든 법에서 정한 기간도 지키지 않으며 인준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면서 국회의 행태가 "국민을 무시하는 처사"라고 불평을 토로했다고 한다. 국회를 비난한 이 말은 맞으면서 틀렸다. 국회가 정치놀음으로 지연하고 있는 것은 맞다. 그러나 자격에서 논란이 될 인물을 정부에서 인선했으니 틀렸다.

이제 후보자가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국무총리가 되었으나, 이것으로 대통령과 청와대에서 이 후보자를 밀어붙인 이유가 정당화되지는 않는다. 이 나라를 위해 참으로 유능한 인재를 구하려 했던 것인지는 의문으로 남아 있으므로.

■인재를 알아보고 쓴 당 태종

632년 3월 어느 날이었다. 조회를 마친 당 태종(626∼649 재위)이 씩씩거리며 욕을 해댔다.

"언젠가 저 시골 늙은이를 죽여버릴 테다!"

황후 장손씨가 듣고는 누구에게 화를 내는지 물었다. 태종이 말했다.

"위징이란 놈이 매번 조정에서 나를 욕보인단 말이오!"

그러자 장손씨는 큰절을 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첩은 군주가 밝으면 신하가 곧다고 들었습니다. 지금 위징이 곧은 것은 폐하께서 밝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첩이 어찌 하례를 드리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에 태종은 노여움을 풀고 즐거워했다고 한다.

당 태종과 함께 태평성대를 연 명재상 위징. 출처 위키백과

위징(魏徵, 580∼643)은 누구인가? 그는 처음에 태자 이건성을 섬겼던 인물이다. 이세민(당 태종) 제위를 노리고 이건성을 견제하며 세력을 키우고 있을 때, 위징은 이건성에게 계책을 건의하여 대비하게 했다. 그러나 '현무문의 변'으로 이건성은 이세민에게 죽임을 당했고, 이건성을 따르던 인사들은 잇달아 달아났다. 위징은 달아나지 않았는데, 이세민이 그를 불러 꾸짖었다.

"너는 왜 우리 형제를 이간질했느냐?"

위징은 태연하게 이렇게 대답했다.

"태자가 신의 말을 들었다면 틀림없이 지금의 재앙은 없었을 것입니다."

이세민은 숙연한 자세로 경의를 표하고 그를 특별히 예우하면서 간의대부로 발탁했다. 이세민은 즉위하자 늘 위징을 내실로 불러서 치국의 득실에 대해 물었고, 불과 몇 년 사이에 위징은 200여 가지 일을 건의했다. 정관(貞觀) 12년에 태종은 연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관 이후 마음을 다해 짐에게 간언하고 좋은 계책을 건의해 나라를 안정시키고 백성들에게 이익을 줌으로써 짐이 지금의 업적을 이루도록 하고 천하 사람들의 칭송을 듣도록 만든 사람은 오직 위징뿐이오. 옛 명신 가운데 그 누가 위징을 뛰어넘을 수 있겠소!"

천하를 경륜할 재능과 강직한 성품을 지녔던 위징이지만, 자신을 알아주고 써준 태종이 없었다면 과연 큰일을 할 수 있었을까? 당 태종은 참으로 인재의 가치를 알고 인재를 알아볼 줄 알며 진정으로 아낄 줄 알았던 제왕이라 할 만하다. 그러했기에 원수를 발탁하여 측근에 둘 수 있었던 것이 아니겠는가!

"옛날의 군주는 사람을 잘 얻어서 제 몸을 편안하게 하고 나라를 잘 보존하기도 했고, 또 사람을 잘못 얻어서 제 몸을 위태롭게 하고 나라를 멸망시키기도 했다. 사람을 얻는다는 말은 하나지만, 그 이익과 손해는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난다. 그래서 군주는 좌우 측근을 둘 때 신중하지 않을 수가 없는 것이다. 군주가 신하의 말을 진실로 환하게 살필 수 있다면, 그 현명함과 모자람을 마치 검은색과 흰색을 가리듯이 분명하게 구별할 수 있을 것이다." ― '설의(說疑)'

■마지막까지 인재 문제 고심한 세종

이렇게 인재를 잘 써서 '정관의 치'라는 태평성세를 일구었던 당 태종도 정관 후기에는 교만과 자만에 빠져서 신하들의 간언이나 의견을 받아들이지 않게 되었다. 심지어는 자신이 극찬했던 위징이 파당을 지으며 불충하다고 의심하기까지 했다. 태평한 시절이 이어지면서 안이해졌기 때문이리라. 사실 한두 가지 공업을 이루는 것도 어려운데, 재위 기간 내내 흔들림이 없이 통치를 이어가는 것은 지극히 어려운 일이다. 그런데 그런 지극히 어려운 일을 해낸 군주가 조선에 있었다. 조선조를 넘어 한국의 역사에서 가장 존경받는 인물로 꼽히는 세종(1418∼1450 재위)이다.

세종은 안정되고 태평한 시절에 즉위한 군주가 아니다. 즉위 보름만에 끔찍한 상황에 처했다. 상왕인 태종이 공신과 외척의 발호를 막으려고 '강상인의 옥사(獄事)'를 일으켜 세종의 장인인 심온을 죽음으로 내몰았고, 신하들은 거듭 "그 아비에게 죄가 있으니 그 딸을 왕비로 둘 수 없다"고 하면서 왕비 폐출을 주장했던 것이다. 게다가 남쪽에서는 왜구가 해안을 침략하고 북쪽에서는 야인들이 국경을 넘어와 백성들을 살해하고 있었으며, 전국은 가뭄과 홍수로 해마다 흉년을 겪으면서 창고는 거의 비어 백성들을 구휼할 수 없는 난국이었다.

이런 와중에서 창업을 이어 수성(守成)의 시대를 열어야 했으므로 얼마나 힘겨웠을지는 쉽사리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다.

그럼에도 세종은 수많은 위기를 극복하고 백성들의 삶을 윤택하게 하면서 조선 왕조의 기틀을 확고하게 다졌다. 그 자신이 군주로서 탁월한 능력과 식견, 포용력을 지녔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인재를 고루 등용하여 적절하게 활용한 일이 가장 큰 요인이었다고 할 수 있다.

인재의 발탁과 등용이 세종의 통치에서 근간이 되었음은 재위 말년까지 인재를 구하려고 애쓴 데서도 단적으로 드러난다. 이는 당 태종조차 미치지 못하는 점이었다.

세종 29년(1447)에 문과별시가 있었다. 책문(策問)에서 세종은 인재를 등용하고 인재를 양성하며 인재를 분별하는 방법에 대해 물었다. 재위한 지 30년이 지났음에도 세종은 여전히 나라와 백성을 위해 인재를 찾고 있었던 것이다. 이 책문의 서두에 나오는 말처럼 "인재는 세상 모든 나라의 가장 중요한 보배"임을 늘 자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때 장원급제한 강희맹(姜希孟, 1424∼1483)의 답안은 이렇게 시작된다.

"저는 이런 말을 들었습니다. '하늘이 세상에 인재를 내지 않았다고들 하지만, 한 시대가 부흥하는 것은 반드시 그 시대에 인물이 있기 때문이다. 하늘이 세상에 인재를 냈다고들 하지만, 한 시대가 쇠퇴하는 것은 반드시 세상을 구제할 만큼 유능한 보좌가 없기 때문이다.' 세상에 인재가 있었던 적이 없다고 하지만, 올바른 방법으로 구하면 항상 남아돌아갑니다. 또한 세상에 인재가 없었던 적이 없다고 하지만, 인재를 구하는 올바른 방법을 잃어버리면 늘 부족합니다. 그러니 임금으로서 어찌 세상에 인재가 없을 것이라 단정하고서, 딴 세상에서 구해서 쓸 수 있겠습니까?"

■이 시대라고 인재가 없을까만은

역사를 돌아보라. 멸망했던 왕조들에 충신이 없었고 인재가 없었던가? 새로 왕업을 일으키는 데 기여한 인물들은 어디서 왔겠는가? 그러므로 인재가 없었던 시대는 없었다. 하물며 이 시대라고 인재가 없을까? 그런데 왜 지금 대통령은 시비의 대상이 되어 논란을 일으킬 인물들을 줄곧 인선하고 있을까? 왜 그리도 국민을 우롱하듯이 뻗대고 있을까? 한비가 대답한다.

"초나라 굴도(屈到)는 마름 열매를 즐겨 먹고 문왕(文王)은 창포 절임을 즐겼는데 둘 다 흔히 먹는 맛은 아님에도 두 현자는 오히려 이를 즐겼다. 사람들이 좋아하는 것이 반드시 맛있는 것은 아니다. 진(晉)나라 영후(靈侯)는 참무휼(參無恤)을 좋아하고 연나라 자쾌는 자지(子之)를 현명하다고 여겼는데, 둘 다 올바른 선비는 아니었으나 두 군주는 그들을 존중했다. 사람들이 현명하다고 여긴다고 반드시 현명한 것은 아니다. 현명하지 않은데도 현명하다고 여겨 등용하는 것은 총애하기 때문에 등용하는 것과 같다." ― '난사(難四)'

※이 기사는 부산시 지역신문발전지원사업의 지원을 받아 싣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