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 부산시립극단 음악극 '화가 이중섭 길 떠나는 가족'의 한 장면. 부산시립극단 제공 |
화가 이중섭이 평생 그리워한 가족(어머니, 마사코, 아이 둘)과 황소. 그가 어깨춤을 추며 황소를 끌고 달구지에 가족을 태워가는 뒷모습에 이어 그림 '길 떠나는 가족'이 겹쳐진다. 부산시립극단의 음악극 '화가 이중섭 길 떠나는 가족'의 마지막 장면은 평생 예술과 현실의 괴리에 괴로워하고, 가족을 향한 그리움과 미안함을 자기 파괴로 갚을 수밖에 없었던 그가 행복을 찾아 떠나는 모습으로 마무리 지었다.
지난 11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공연을 시작한 시립극단의 올해 두 번째 정기공연 '길 떠나는 가족'은 지난해 12월 김수진 연출가(신주쿠 양산박 대표)의 연극을 음악극으로 재구성한 것이다. 김 연출가는 이중섭의 불타는 예술혼과 마사코와의 사랑에 초점을 맞춰 웰메이드 연극을 선보였다. 이번 공연은 시립극단 문석봉 예술감독이 김 연출가에게 음악극 버전을 의뢰한 것으로, 한 작품을 2년 연속 선보이는 만큼 지난해와 얼마나 달라졌을지 관심이 쏠렸다.
지난해와 올해 공연의 가장 큰 차이는 '음악'이었다. 이중섭의 오산학교 재학시절을 추가한 것 외에 모든 장면은 지난해와 같았다. 대신 한혜신 작곡가의 창작곡과 기존 곡 10여 곡을 더해 공연시간은 지난해보다 30분 늘어난 150분에 달했다.
야심 차게 기획한 음악극인 만큼 배경음악, 영상, 조명 등은 지난해보다 화려했다. 하지만 음향소리만 커졌을 뿐 정작 '음악'을 듣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연기를 기본으로 한 시립극단 단원들의 노래 편차가 컸기에 이들이 연기와 노래, 율동을 소화하기에 부족함이 많았다. 이중섭과 마사코의 사랑과 이별 등 감정이입이 극에 달한 장면에서 노래가 오히려 감정을 깨기까지 했다. 또 배우들이 마이크 없이 노래와 대사를 소화하다 보니 성량과 호흡이 딸려 지켜보는 관객이 마음을 졸일 정도였다. 연극에 음악과 춤을 더해 무대가 풍성해졌을지 몰라도 작품 전체로 봤을 때 이중섭의 드라마틱한 인생을 부각하기보다 단순히 노래만 삽입한 것에 그쳐 재공연의 이유를 찾기에 부족한 무대였다.
문 감독은 "김의경 선생이 원래 음악극으로 쓴 극본을 1991년 이윤택 연출가가 연극으로 초연해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공연을 인큐베이팅해 뮤지컬로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달 임기가 만료되는 문 감독은 뮤지컬 분야에서 경험을 쌓은 이답게 2012년 취임 후 '어무이 게사니' '언챙이 곡마단' '격정천리' 등 음악극 3부작을 직접 연출할 정도로 음악극에 애착을 보였으나 관객과 평단의 반응은 싸늘했다. 이번 음악극 '길 떠나는 가족'도 결국, 그의 뮤지컬을 위한 중간 과정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다.
시립극단은 시민에게 연극의 기본과 본질을 보여 줄 의무가 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시립극단의 행보에서 연극의 치열함과 실험 정신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새로운 예술감독이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시민은 주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