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테랑'은 '짝패'(2006)와 '부당거래'(2010) 어딘가에서 둥지를 튼 영화다. 류승완 감독은 전작 '베를린'(2012)의 무거움과 결별하기로 마음먹은 것처럼 의리로 뭉친 조직이 부당한 일을 밥 먹듯 해치우는 나쁜 놈을 응징하는 과정을 경쾌하게 보여준다.

베테랑 형사들의 적은 막돼먹은 재벌 3세이고 그의 악행은 돈으로 말끔하게 입막음 된다. 가진 자의 범죄가 특별한 이슈가 되어가는 유별난 접근과 돈으로 유통되는 범죄의 근간을 무겁게 파헤치는 대신 그가 선택한 방식은 사건 중심의 전개와 해결을 빠르고 유머러스하게 진행하는 것이다.

재벌가와 형사의 세계는 일방적인 것이 아니라 쌍방향의 행동과 기민한 반응의 연쇄를 기반으로 하고, 영화의 전반적인 기류는 인과응보의 가치를 따른다. 아무리 나쁜 놈들이 사악해져도 류승완의 영화에서 거칠고 투박한 믿음의 공동체는 유머 감각을 유지하고 있고 도움을 주고받으면서 발생하는 전문가의 기량을 발휘한다. 형사들은 정의를 구현하는 영웅으로 묘사되기보다 인간답게 살기를 원하는 직업인이고, 주인공은 죄를 지은 자는 처벌을 받아야 한다는 명제를 실현하는 사람이다. 이 기본적인 상황이 '베테랑'의 원초적 즐거움을 제공한다.

트럭 운전사가 부당하게 해고당한다. 그는 밀린 임금 지급을 주장하는 시위를 하다가 악인의 소굴로 들어서게 되고, 이 순간부터 영화는 돈을 이용해서 법망을 빠져나가려는 자와 죄인을 응징해야 하는 형사의 싸움으로 돌입한다. 흥미로운 것은 두 집단 모두 유사 가족의 가치를 내세운다는 것인데, 재벌가는 뒤치다꺼리하는 임원을 가족 구성원으로 인정함과 동시에 그를 희생양 삼으려고 한다. 형사들은 막내 형사가 칼에 찔리자 '우리 막내'를 건드린 놈들을 응징하기 위해 일시에 달려든다. 트럭 운전사의 부자 관계, 주인공과 아내의 관계도 서로의 허물을 일깨워주거나 비루함을 함께 돌파하기 때문에 끈끈한 신뢰를 바탕으로 한다.

형사들과 운전사는 맨몸으로 범죄와 부당함에 맞서고 재벌은 위장된 말로 응대한다. 편법을 위한 말과 정직한 주먹의 싸움에서 이기는 쪽은 주먹인데, 이 영화에서 가장 흥미로운 장면은 맨살의 격돌에서 드러난다. 격투기를 즐기고 다른 사람들이 서로 치고받는 원초적인 폭력에서 희열을 느끼는 악당이 자신의 안전한 집에서 벗어나 폭주할 때 길거리는 무법천지가 된다. 오가는 시민들과 삶의 터전을 무례하게 짓밟고 지나가던 악당과 형사의 주먹 싸움은 정보를 조작하고 통제하던 재벌의 반경을 벗어난 곳에서 벌어진다. 형사는 법을 어기지 않는 범위에서 목격자인 시민들과 더불어 그의 악행을 고발하게 된다. 갇혀있던 악당이 세상으로 나오자마자 그를 비호하는 말과 돈의 시스템은 사라지게 되고 생계를 위해 일하고 잠시의 휴식을 보내는 사람들의 물결 속에서 그는 적응하지 못한다. 그가 죄수복을 입고 TV 모니터에 갇힌 순간, 트럭 운전사는 의식을 찾는다. 올해 개봉한 한국영화에서 가장 기적적인 순간이 등장했다.

영화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