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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석 신부 삶의 터전, '묵상의 길'로 거듭나다

이태석톤즈거리~송도성당~생가, 거니는 곳곳 신부의 숨결 느껴져

  •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
  •  |   입력 : 2015-08-28 19:56:55
  •  |   본지 1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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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서구 남부민동에 있는 이태석 신부 생가. 생가 뒤로 송도성당 십자가탑이 보인다. 전민철 기자 jmc@kookje.co.kr
- 17평 함석집서 부모·10남매 생활
- 성당선 장난기 가득한 모습 선해
- 가난 속 빛난 사랑과 헌신 깨달아

송도해수욕장과 가까운 바닷가 동네가 부산 서구 남부민동이다. 부산항을 향해 열린 최고 전망대인 천마산이 남부민동 일대를 품어주니 경치가 좋고 바람이 시원하다. 가까이 부산공동어시장, 자갈치시장, 광복·남포·충무동이라는 부산 원도심이 있어 남부민동은 살기 좋다.

그런데 남부민동 일대는 지금껏 '부자동네'였던 적이 없다.(기자가 남부민동에서 35년째 살고 있어 그 사정은 좀 아는 편이다) 동네의 이름에는 '부유한 백성'을 뜻하는 부민(富民)이 들어가고 사는 환경도 좋은데, 가난한 사람이 훨씬 많았다.

송도성당 앞 이태석톤즈 거리 이정표.
그렇게 가난했던 이 중에 이태석(1962~2010) 신부가 있었다. 그리고 그가 하느님을 만난 곳, 송도성당이 있다. 서구청은 송도성당과 이태석 신부 생가를 잇는 길을 '이태석톤즈거리'라고 정식으로 이름 붙였다. 그러자 이태석톤즈거리~송도성당~이태석 신부 생가는 흔히 찾을 수 없는 '묵상의 길'로 다시 태어났다.

지난 27일 오후 남부민동 '송도윗길'의 송도성당 앞에서 버스에서 내렸다. 햇빛이 따갑고 날은 더운데, 눈맛이 시원하다. 이 버스정류소에서는 천마산이 통째로 눈에 들어오기 때문이다. 산의 정기가 어떤 것인지 실감할 수 있다.

송도성당 정문 왼쪽으로 난 내리막길로 조금 걸으면 골목이 오른쪽으로 열린다. 골목 안에 이태석 신부 생가가 있다. 생가 앞에 '천주교 부산교구 (사)이태석신부참사랑실천사업회 재가복지센터'가 있다. 맹진학 라파엘 신부가 쓴 묵상집 '참사랑 길'에는 "참 가난했구나. 10남매가 17평짜리 함석집에서 살았다는 것은"이라고 나온다.

이태석 신부가 살던 방을 정갈하게 재현해 놓았다.
함석 지붕으로 된 천주교 주택 50 가옥 가운데 26호에서 10남매의 아홉 번째 자녀로 그는 태어났다.

복원한 생가에서는 이태석 신부가 수단 톤즈마을에서 하던 의료 봉사와 예술교육 등을 담은 영상물을 계속 틀어준다. 이 영상을 보다 보면, 우리가 실은 이태석 신부의 삶과 사랑과 헌신의 내용을 잘 알지 못했다는 것을 깊이 느낀다. 특히 톤즈마을의 가난하고 소외된 한센병 환자들과 이태석 신부의 만남은 눈물겹다. 방명록에는 사연도 많다. 박상규 사베리오 씨는 방명록에 이렇게 썼다. "송도의 자랑입니다-송도성당 성가대"

영상을 보고 한참 머문 뒤 밖으로 나오자, 마당이다. 마당에는 벤치가 있다. 아! 얼마 만인가? 마당 있는 집. 생가 마당은 분주했던 마음을 풀어놓고 잠시 쉬는 곳이다. 생가에서 나오느라 돌아서는 순간, 생가 뒤 언덕에 송도성당 십자가탑이 보인다. 성당이 집을 품은 형국이다.

"집에 있는 시간보다 송도성당에 있는 시간이 더 많았던"('참사랑 길' 중) 소년 이태석도 집을 나설 때마다 그 품을 느꼈을 테다.

송도성당에 들어서니 마당에 십자가의 길 조각상과 열세 사도 조각상, 성모 마리아상이 있다. 성전 안에는 김대건 신부의 척추 뼈 등 순교한 한국 성인 16분의 유해를 모셨다. 열린 성당에서 누구나 묵상의 걸음을 이어갈 수 있었다. 송도성당 가까이에 알로이시오 기념병원과 사회복지기관 등 가톨릭의 복지시설이 있고, 이태석 신부가 졸업한 근처 천마초등학교에도 그를 기리는 조형물이 있다.

남부민동 마을의 가난을 하느님과 세상을 향한 사랑으로 바꾼 이태석 신부의 힘으로 남부민동에 누구나 와서 자기를 돌아볼 수 있는 묵상의 길이 조금씩 길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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