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일 밤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6층 에메랄드홀에서 중국 영화사 하이룬픽처스가 주최한 '하이룬의 밤' 파티. 참가자들로 북새통을 이뤘다. 조봉권 기자

# 위세 과시한 중국

- 급성장 中 제작사 하이룬픽처스
- 이름난 게스트 초청 '통 큰' 연회

# 흥행작 잔치 한국

- 1000만 성적 배급사만 성대하게
- 롯데·NEW, 규모 줄이거나 생략

# 실속 챙기는 대만

- 세계 각국 영화인들 불러 모아
- 타이완 신예 소개하는 자리로

올해 부산국제영화제(BIFF)에서 열리는 파티는 대략 40개. 이 중 BIFF 공식 파티는 절반밖에 안된다. 홍콩 이탈리아 등 많은 국가의 파티와 한국 영화인이 모이는 다양한 자리도 있다. 파티의 목적은 '친구'를 만드는 것이다. 친구는 오랜만에 만나는 반가운 동지일 수도, 새로운 영화 이야기를 나눌 비즈니스 파트너일 수도 있다. 폭넓은 교류의 장을 마련하는 것 역시 영화제의 역할이고, 그것이 이뤄지는 곳이 바로 파티다.

■ 으리으리한 중국 '하이룬의 밤'

분위기가 절정에 이르자 파티 주최자인 중국 영화제작사 하이룬픽처스의 리우앤밍 회장이 연단에 다시 섰다. "여러분의 관심과 사랑으로 하이룬픽처스가 이렇게 성장했다. 그런 뜻에서 새로운 소식을 발표하겠다. 내년 8월 안에 우리는 한국하이룬픽처스 영화사를 한국에 설립할 것이다. 그리고 3년 안에 중한 합작영화 6편을 만들겠다." 리우 회장의 발표는 파티라는 자리를 절묘하게 활용한 것이었다. 지난 2일 밤 부산 해운대 그랜드호텔 6층 에머랄드홀에서 열린 '하이룬의 밤'은 성대했다. 모기업 하이룬영상그룹이 TV 드라마를 연간 800~1000편이나 제작하고, 하이룬픽처스는 최근 5년간 영화 10편을 만들었다. 손님도 으리으리했다. 조니토(두기봉), 펑샤오강, 지아장커, 하이룬픽처스가 제작한 BIFF 폐막작 '산이 울다'의 래리 양 감독과 주연배우, 알리바바필름 장치앙 대표…. 한국은 김세훈 영화진흥위원장, 이용관 BIFF 공동집행위원장, 김기덕 감독, 배우 이정재 등이 참석했다.

거장 조니토 감독은 "오늘 밤은 술을 많이 드시기 바란다"고 인사말을 했다. 음식도 술도 '중국답게' 잔뜩 쌓였고 손님은 끝없이 들어왔다. 최근의 가파른 성장세와 자금력을 동시에 과시하면서 비즈니스 효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중국식 통 큰 파티가 BIFF에서도 새로운 흐름이라는 말을 실감한 자리였다.

■ 올해 잘 풀린 집안 CJ·쇼박스

지난 2일 밤 부산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가든에서 열린 '쇼박스 비어 나이트'에 1000여 명의 영화인이 참석해 북적였다. 쇼박스 제공

매년 BIFF의 주말 밤은 국내 메이저 투자배급사 CJ엔터테인먼트, 롯데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등의 파티로 장식됐다. 이미 개봉한 작품이 화두가 되고 새 작품도 소개하곤 했다. 대부분 '자사 영화 뽐내기'의 성격이 강했다.

하지만 올해 파티는 영화 흥행과 상관관계를 갖는 새로운 양상이다. CJ는 '국제시장' '베테랑'으로 '쌍천만'을 이뤘고, 쇼박스는 천만을 기록한 '암살'을 비롯해 '극비수사' '사도' 등이 흥행에 성공했다. 롯데와 NEW는 열세였다. 이를 반영하듯 올해 CJ와 쇼박스는 성대한 파티를 열었고, 롯데는 규모를 축소했으며, NEW는 아예 행사를 열지 않았다.

지난 2일 밤 해운대 파라다이스호텔 야외 가든에서 개최된 쇼박스 비어 나이트에는 이용관 BIFF 공동집행위원장, 최동훈 감독, 배우 송강호 황정민 곽도원 등 1000명이 훨씬 넘는 국내외 영화계 인사가 찾아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지난 3일 밤 그랜드호텔의 한 클럽에서 열린 CJ엔터테인먼트의 밤 역시 영화부문 1위 사업자의 힘을 느낄 수 있게 이용관·강수연 BIFF 공동집행위원장, 박찬욱 김지운 감독, 배우 유아인 등 국내외 영화 관계자 2000여 명이 모였다. 이제 배급사 파티는 그해 가장 잘 되는 집안의 파티가 대세를 이룰 것 같다.

■ 타이완의 '젊은 피' 소개 무대

지난 3일 밤 부산 해운대 파크 하얏트 부산 2층에서 열린 '타이완의 밤' 모습. 타이완의 젊은 영화인들 소개가 파티의 하이라이트를 장식했다. 김희국 기자

와인이 어우러진 세련된 파티. 깔끔한 차림의 영화인들 사이로 배우들이 인사하고 다녔다. 영어와 타이완 말이 뒤섞인 대화가 곳곳에서 이뤄졌다. 지난 3일 밤 파크 하얏트 부산에서 열린 '타이완의 밤'은 실속이 꽉 찬 행사였다. 타이완 문화부와 필름기구에서 주최한 이날 행사에는 각국의 영화 관계자가 모였다. 특히 타이완을 대표하는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올해 뉴 커런츠 심사위원장인 감독 겸 배우 실비아 창은 이목을 집중시켰다. 여기에 중국의 지아장커 감독도 모습을 드러냈다. 타이완 측 관계자는 "영화에서는 중화권의 국경이 없을 만큼 협력 관계가 돈독하다"고 설명했다.

김동호 BIFF 명예집행위원장과 이용관 공동집행위원장도 참석했는데 특히 김 위원장은 축사 후 여기저기서 사진촬영 요청을 받을 만큼 인기 스타였다. 간단한 축사에 이어 파티의 하이라이트인 젊은 영화인 소개가 펼쳐졌다. 타이완은 올해 12편의 영화가 BIFF에 초청받았고 아시아필름마켓에는 2편이 참여했다. 대부분 영어를 유창하게 구사한 젊은 영화인들은 "부산에 오게 돼 기쁘고 내 작품을 선보여 영광이다"라며 즐거워했다. 허우샤오시엔 감독과 실비아 창은 "타이완의 젊은 영화인을 소개하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세계 영화계로 진출하는 발판이 된 BIFF. 타이완은 부산에서 젊은 영화인들을 세계에 데뷔시켰다.

■ 시작은 남포동 포장마차 파티

제5회 영화제 당시 해외 영화인들이 남포동 길거리 포장마차에서 소주 파티를 벌이고 있는 모습. 국제신문DB

BIFF의 파티가 처음부터 화려했던 것은 아니다. 1회 때는 돈이 없어 후원의 힘을 빌려 겨우 개막 리셉션 파티를 열었다. 그 대신 부산 중구 남포동 좁은 골목에 다닥다닥 붙은 포장마차와 선술집에서 뒤풀이를 즐겼는데 이때 유명한 '신문지 파티'가 탄생했다. 소수의 인원이 시작했던 포장마차 파티에 점점 사람이 모이면서 바닥에 신문지를 깔고 앉아 술을 마시는 낭만적인 파티가 됐다. 파티가 급격히 늘어난 것은 10회부터다. 다양한 국가의 게스트와 영화를 초청하며 국제영화제로 면모를 갖추면서 각 국가 영화기구가 영화인을 격려하기 위한 파티를 열기 시작했고 자연스레 품격 있는 해운대 호텔로 무대가 옮겨졌다.

최근에는 파티가 세를 과시하는 수단이 되기도 한다. 급성장한 중국은 매년 압도적인 규모의 파티를 연다. 한국은 2000년 명필름이 'JSA' 흥행 이후 술자리를 마련한 게 발단이 되었으며, 매년 배급사 파티가 다양한 형태로 열린다. 배급사 간 경쟁이 치열할 때는 특급 가수 초청에 열을 올리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