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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저녁 부산콘텐츠코리아랩에서 제20회 BIFF에 남다른 애정을 지닌 관객들이 나란히 섰다. 왼쪽부터 김대황 위덕선 변혜경 김영광 씨. 서순용 선임기자 seosy@kookje.co.kr |
제20회 부산국제영화제가 후반부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20년간 BIFF와 함께 자란 관객들에게 올해 영화제가 어땠을까. 1회부터 BIFF를 찾은 팬심 가득한 관객, BIFF의 영향으로 영화에 몸담은 젊은 영화인까지 이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20회 BIFF 많이 즐기셨나요?
▶김대황=올해 BIFF에 부산의 영화가 다수 초청돼 현장을 쫓아다니느라 바빴어요.
▶위덕선=저는 '한국영화의 오늘-비전' 섹션 영화 7편을 봤어요. 별 기대 없이 봤는데 아주 만족스러웠어요.
▶김영광=제가 활동하는 모퉁이극장이 비프테라스에 부스를 차리고 관객과 직접 대화하는 아주담담 코너를 진행했는데 굉장히 의미 있었죠. BIFF를 응원하는 관객이 무대의 주인공이 된 진풍경이었어요.
-20회 BIFF의 영화는 어땠나요?
▶김대황=변화보다 안정을 선택한 것 같아요. 칸 베를린 베니스 등 해외 유명 영화제 수상작을 다수 초청하고, 아시아 거장의 신작을 소개해 시네필의 관심을 끌었죠. 하지만 과감하게 신인의 영화를 선택한 토론토, 베니스 등의 화제작이 다수 빠져 아쉬웠어요.
▶김영광=올해 영화제는 '위기'의 '만찬' 같았어요. 많은 거장의 영화를 가져왔는데 이것이 위기를 기반으로 한 것일 수도, 20회를 자축하는 만찬이었을 수도 있죠. 영화제의 정체성을 드러내거나 뚜렷이 부각된 영화는 많지 않았어요.
▶변혜경=20회의 연륜이 느껴졌어요. BIFF가 20·30대 시네필이 주축인 영화제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에 보니 어린이, 가족 등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이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 많더군요.
▶위덕선=나이 지긋한 부부가 함께 영화를 기다리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어 부산 관객에게 한층 다가선 영화제가 된 것 같아요.
-영화 외의 이벤트는 어땠나요?
▶변혜경=영화의전당 야외광장에 비프빌리지의 다양한 행사를 보여주더군요. 뿔뿔이 흩어진 행사를 전달하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김대황=허우샤오시엔, 왕빙과 정성일 등 거장의 진지한 영화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시간은 좋았어요. 하지만 점점 모든 이벤트가 배우 중심으로 흘러가는 것 같아 아쉬워요. 단순히 관객의 호기심을 채워주는 행사보다 다양한 영화 세계로 안내해줄 수 있는 이벤트가 필요할 것 같아요.
-1회와 20회를 비교하면 어떤가요?
▶위덕선=매년 올 때마다 BIFF의 발전이 느껴져요. 1회 때는 저 같은 아줌마 자원봉사자가 많았는데 그땐 영화제가 처음이니까 뭐든 어설프고, 대신 정도 있고 웃음도 많았어요. 그런데 영화제가 발전하면서 자원봉사자도 경쟁률이 세지고, BIFF가 부산을 알리는 역할도 하게 되고….
▶김대황=남포동 시절에는 상인들이 자봉 조끼를 입고 우리가 도와줘야 한다며 자발적으로 영화제를 도왔던 좋은 기억이 많아요. 하지만 영화의전당으로 장소를 옮기면서 접근성도 떨어지고 BIFF가 점점 폐쇄적으로 변해가는 것 같아요. 올해 개막식도 모든 도로를 통제하고 가림막을 쳐 그들만의 축제를 열었잖아요.
▶변혜경=남포동 시절에는 외지 손님으로 맞는 주민의 입장에서 함께 축제를 만드는 느낌이 있었다면, 해운대로 무대를 옮기며 다양한 경로로 참여하는 관객이 늘어난 것 같아요.
-스무 살을 맞은 BIFF가 앞으로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을까요?
▶김영광=BIFF를 응원하는 팬 입장에서 한마디 하자면 요즘 영화제가 독립해야 한다, 자생력을 가져야 한다고 얘기하는데 BIFF 같은 국제적인 행사는 지자체 지원 없이 하기 힘들어요. 대신 BIFF가 보여줄 수 있는 자생력은 시민의 참여를 끌어들이는 것으로 생각해요. 20년간 BIFF가 많은 관객 씨앗을 뿌렸기 때문에 이제 그것을 수확하고 활용할 방법을 고민해야 할 것 같아요.
▶위덕선=공감해요. 부산시와 영화제가 삐걱거릴 때 마음이 불편했어요. 많은 관객이 바라보고 있는데 내부 이견은 자기들끼리 잘 조절하지 왜 저럴까 하는 생각이었죠. 영화제가 좀 더 단단한 집단이 되었으면 좋겠어요.
▶변혜경=BIFF는 시민평론단과 대중화위원회를 운영하며 감독과 게스트만의 축제가 아닌 시민이 함께하는 영화제예요. 그런 의미에서 시민이 영화만 보지 않고 영화와 관련한 다양한 체험을 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들었으면 해요.
▶김대황=앞으로 BIFF가 해결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어요. 올해 BIFF 홍보물이 거리에서 자취를 감춘 것만 보더라도 영화제가 얼마나 돈의 압박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고, BIFF를 향한 이런저런 요구도 빗발치죠. 하지만 어른이 되었다고 모든 고민을 짊어진 노인처럼 걱정만 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생동감과 활기가 넘쳤던 청년의 모습처럼, 대신 과감한 결단력을 가진 어른이 되길 바래요.
정리=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