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비춰보는 거울. 우리 모두 자기 마음도 비추는 거울을 갖자. 국제신문 DB

각종 전시회에 가면 축하 화환은 대체로 입구에 전시된다. 아예 축하 화환을 사절하는 곳도 많다. 화환이 작품들로 향하는 시선을 뺏기 때문이다. 그러나 예전에는 축하 화환이 전시회장 안을 장식하였고 그것이 마치 그 전시회의 가치가 드러나게 하는 영예인양 여긴 적도 있었다.

흔히 우리가 사는 현대 사회를 자본주의라고 한다. 돈이 만능이고 모든 가치를 치환할 수 있는 시대가 되고 있다. 생활의 근간을 이루는 의식주는 물론, 예술이나 문화도 돈으로 계산되고, 사회 활동의 인간관계며 지식이나 정보도 돈이 만들어 낼 수 있고, 인격조차도 돈으로 만들어 갈 정도이니 돈 자체가 가치로서의 자격을 가지고 모든 가치를 종속시키고 군림하며 심지어 인간을 부리고 가히 인간의 가치마저 결정해 버리는 시대로 나아가고 있다.

그래서 현대 사회의 모든 문제를 돈에 있다고 여기며 이 자본주의 사회를 인간이 타도해야 할 적으로 여기는 학자들이 여기저기서 양산되고 있기도 하다. 그러나 어디 돈이 문제이며 자본주의만이 근본 문제이겠는가. 인간의 가치를 종속시켜버리는 것들은 세상을 뒤덮고 있다. 얼굴의 생김새, 배운 지식, 자기가 이뤄낸 권력의 위치, 건강과 관련한 신체적 여러 조건, 정보화 시대의 여러 기능, 직업현장의 업무역량 등 얼마든지 있다. 이런 모든 것을 두고 자본주의 그 자체만 적으로 여기는 것은 어쩌면 사람을 너무도 모르는 까닭일 수 있다.

우리는 자신이 소중하고 가치 있는 존재라고 여기지만 실상 우리의 어디가 그렇게 빛나야 하고 우리의 무엇이 근본적 존엄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지 못한다. 그래서 인격이니, 도덕성이니, 감정이니, 감수성이니 하는 등등에서 자기 가치를 찾으며 이 가치 발견이 얼마나 되었는가에 따라 스스로 자부하거나 열등감으로 괴롭기도 한다. 주변 사람들을 또 이런 것들로 종속시키거나 추종하기도 한다.

그것이 어떤 것이든 사람 마음에서 욕망을 일으킨다면, 우리는 자기보다 그것에 가치를 주어버리고 거기에 얽매인 사람이라 하지 않을 수 없다. 욕망은 인간이 자기 가치를 상실한 가장 확실한 증거로서 나타나는 증상이다. 기쁘고 화나고 하는 이 감정들이 욕망의 증거인데 이런 감정이 일어나면 우리는 우리를 잃어버린 것이라고 단정해도 좋다.

완전한 자기를 얻은 사람은 아무것에도 얽매이지 않고 감정이나 생각의 자유를 얻게 된다. 진정한 자유를 얻은 사람은 분별망상이 일어나지 않는다. 그저 거울에 사물이 비치듯 경계(눈앞의 모든 상대)들이 보이는 데 따라 그에 그저 응하여 생각이 일어나되 거울 속 바람처럼 어떤 것도 나에게 와 머물거나 나의 색깔을 일으키지 않는다. 또 어떤 것도 묻혀가거나 외면되지 않는, 있는 그대로가 바로 실상으로 온전히 인정되고 그대로 가치를 가지며 그대로 인연을 맺어가는 청정심을 누릴 따름일 것이다.

이런 사람을 자기 마음을 완전히 회복한 사람이라 한다. 이런 마음을 병들지 않은 마음이라 한다. 여기는 개인적이며 주관적인 희망도 꿈도 욕망도 가치도 다 무너져버려서 모든 대하는 것의 가치를 완전하게 찾아내어 다시 새로이 완성된 자기가 살아난 것이다. 그러니 여기에 어떤 장식품들로 조잡한 아름다움을 만들어 자기라고 하겠는가.

원불교 정관교당 교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