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65~1866년 사이 에도(도쿄의 옛 이름)의 전경을 찍은 파노라마 사진. 베아트 촬영. 소명출판 제공

- 한일 간의 비교 관점서 벗어나
- 메이지유신·건국 등 자립과정 속
- 일본 제대로 파악할 새 시각 제시

'한·중·일' 또는 '한·일'에 관한 비교연구와 공부는 우리에게 피해갈 수 없는 영역이자 동시에 지극히 흥미로운 주제다.

한국 또는 우리를 깊이 알기 위해 매우 효과가 높은 공부 방법이 이 세 나라를 비교해가며 상관관계 속에서 핵심을 잡아나가는 방식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오랜 세월 밀접한 관계를 맺어왔고, 문화와 역사를 많이 공유한 이들 나라를 견줘가며 읽는 일은 무척 재미있기도 하다.

그래서 이 분야에서는 주목할 만한 책이 꾸준히 나온다. 지난해 이맘 때 화제로 떠오른 김용운 박사의 '풍수화-원형사관으로 본 한중일 갈등의 돌파구', 저술가 김상태의 '일본, 사라지거나 해방되거나'가 이런 흐름을 보여줬다.

	유신 정부가 1871년 도쿄에 있는 56개 번의 지번사를 황궁으로 불러 모은 뒤 전국의 모든 번을 폐지하고 정부가 직할하는 현을 새로 설치하는 폐번치현 조치를 발표하는 모습. 고보리 도모토 그림

올해 초에는 최근 나온 성희엽 박사의 묵직한 저서 조용한 혁명-메이지유신과 일본의 건국이 단연 눈길을 사로잡는 책으로 떠올랐다. 일본근대사 연구로 부경대에서 국제지역학 박사 학위를 받은 저자 성희엽의 '조용한 혁명'은 기존의 한·일 또는 한·중·일 비교연구 흐름과는 다른 새로운 관점과 내용을 장착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저자는 서문에서 이렇게 밝힌다. "익숙한 일본근대사를 유신과 건국이라는 큰 주제로 다시 한 번 성찰해 보고자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무엇보다도 일본 근대사를 한국과 일본 두 나라 사이의 교류사 내지는 관계사에 한정해서 바라보는 것에서 벗어나 이제는 근대 일본의 자립적인 발전과정이라는 관점에서 고찰해 볼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이 점이다. 한·일(한·중·일도 마찬가지다) 관계사와 교류사 관점에서만 일본을 본다면 사실 심각한 약점을 피해가기 어렵다. 한국과 일본 역사에서 관계사·교류사 중심의 접근은 '우리'와 관련된 것만 집중해서 골라 고찰하게 할 공산이 크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만 뽑아서 해석하고 의미를 찾느라 정작 일본 그 자체, 있는 그대로의 일본 그리고 일본의 핵심을 놓칠 위험을 크게 높인다.

저자는 이런 약점을 정확히 짚어냈고, 이는 현재의 한국에 꼭 필요한 태도다. 저자가 덧붙였다. "그러다 보니 일본 근대사에 관한 우리의 이해 수준은 심하게 말하자면 아직 시바 료타로의 역사소설 수준도 못 넘어서고 있다." 설득력이 무척 높은 지적이다. 우리는 일본을 안다고 생각했지만, 정작 보고 싶은 것만 보는 태도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는 막막함이 이 책의 행간에서는 쉬지 않고 밀려온다.

'조용한 혁명'이 내장한 새롭고도 묵직한 또 하나 힘은 제목에 있다. 일본 사람들조차 '유신' 정도로 규정하는 메이지유신과 근대적 건국을 "그것은 분명히 혁명이었다. 서구의 혁명과 다른 점이 있다면 '조용한 혁명'이었다는 것"이라는 관점을 저자는 밝힌다. 서구의 근대적 혁명이 이념으로 떠들썩했지만, 실은 너무 많은 파괴와 희생을 남겼다면 메이지혁명과 근대적 건국은 이념과 목표 면에서 이루고자 한 것을 다 이룬 완수된, 조용한 혁명이었다고 그는 말한다.

이 책은 이런 관점을 논증하고자 집요하게 방대한 자료를 축적하고, 일본 25개 관련 도시를 직접 탐방하는 발품을 팔고, 폭넓게 사료를 인용하면서 논지를 밝히는 일련의 과정으로 가득 찼다. "일본을 새로운 각도에서 깊게 보고, 우리를 성찰하자." 저자가 이 책 집필에 끈질기게 매달린 이유라고 한다. 어떤 토론과 반론이 있을지 기대된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