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최고의 바둑기사 이세돌 9단은 전날에 이어 이날도 대국 중간중간 붉게 상기된 표정을 지었다. 특히 막판 수 읽기 등에서 '기계'인 알파고가 엄청난 기량을 발휘하자 큰 충격을 받은 모습이었다.

이 9단은 10일 서울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구글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 5번기 제2국에서 알파고에 211수 끝에 백 불계패한 뒤 "남은 대국도 쉽지 않을 것 같다"며 "어제 충분히 놀랐고, 이제는 할 말이 없는 정도가 아닌가 싶다"고 밝혔다.

대국 종료 약 50분 후에 미디어 브리핑에 참석한 이세돌 9단은 무표정했다. 브리핑룸에 들어와 구글 딥마인드의 데미스 허사비스 최고경영자(CEO)와 악수를 할 때는 잠시 미소를 지었지만 표정은 곧바로 다시 굳어졌다.

이 9단은 "내용상 정말 완패였다"며 "조금도 한순간도 앞섰다는 적이 한 번도 없었다"고 담담하게 설명했다. 그는 특히 이틀 뒤로 예정된 제3국에 대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혔다.

이 9단은 "(알파고한테서) 특별히 이상한 점도 발견하지 못했다"며 "어제는 이상한 점이 있지 않나 했는데, 오늘은 알파고가 완벽한 대국을 펼쳤다"고 완패를 인정했다.

알파고의 약점은 무엇이냐는 취재진의 거듭된 질문에 이 9단은 "약점을 못 찾아서 두 번 다 진 것 같다"고 답했다.

한 중국 매체 소속 기자가 '중국의 전문가들은 (이 9단이) 자기 실력을 100% 발휘하지 못한 것 같다고 한다'고 전하자 이 9단은 웃으면서 고개를 갸우뚱하며 머리를 긁적였다. 절대 그렇지 않다는 의미의 제스처였다.

이 9단은 제3국에 대해 다소 부정적인 뉘앙스의 전망을 하면서도 "오늘 바둑으로 볼 때 중반 이후로 넘어가면 어렵다"며 "그전에 승부를 가려야만 승리할 수 있는 확률이 좀 올라갈 것 같다"고 희망을 놓지 않았다. 조봉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