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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3, 4일 부산시민회관 소극장에서 상연한 연극 '늙은 연가'의 한 장면. 극단 도깨비 제공 |
- 치매 앓는 어머니의 삶 통해
- 가슴 뭉클한 가족애 그려
- 현재·과거 인물이 무대에 공존
- 설명없어 이해 어렵다는 평도
"결혼하고 처음 본 연극이에요. 엄마로 살아가는 내 이야기 같아 너무 좋았어요." '늙은 연가'를 보고 극장을 나서는 한 여성 관객의 소감이다. 곁에는 남편과 예닐곱 살 돼 보이는 사내아이 둘이 있었다. 그녀처럼 평소 극장에 나올 여유가 없어 TV 드라마 정도를 볼거리로 삼았던 관객이라도 쉽고 편안하게 즐길 수 있는 작품이다. 어느덧 TV에서 희귀해진, 평범한 가족의 따뜻한 이야기도 반갑다.
"찰칵찰칵" 카메라 셔터음으로 연극의 막이 오른다. 무대 뒤 대형 스크린에 사진이 점멸한다. 실눈이 돼 웃고 있는 세 아이의 모습, 한이불 속에서 누워 활짝 웃고 있는 엄마와 삼남매. 어느 집 가족앨범에나 있을 법한 사진이다. 늙은 연가가 가진 정서가 무엇인지 확실한 인장(印章)을 찍고 시작한다.
익숙한 주제지만 새롭게 포장했다. 한 무대에 현재의 길녀와 과거의 길녀가 공존하는 방식이 먼저 눈길을 끈다. 돋보기를 쓴 할머니가 앉은뱅이책상에 앉아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음~그리워 말아요…꽃잎은 시들어도 슬퍼하지 말아요." 가수 김정호의 '하얀 나비'를 흥얼거리는 여자, 길녀(백정임)다. 젊은 여자가 다가와 묻는다. "우리 길녀씨도 꽃피던 시절이 있었제?" 바로 그 '꽃피던 시절' 과거의 길녀(곽은진)다. 현실적으로 본다면 치매를 앓는 길녀의 '착각'쯤 되겠지만 연극적 상상력으로 탄생한 젊은 길녀는 그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한다. 소리꾼인 그녀는 연기를 하다 무대 중앙에서 고수의 장단에 맞춰 구성진 가락을 늘어놓는다. 장을 구분하고, 감정선을 증폭시킨다. 가장 효과적으로 사용된 장면은 엄마에게 돈을 뜯어내려다 자식들끼리 싸움이 붙을 때. 할 말을 잃은 심정을 젊은 길녀가 대신 노래한다. "떼구르르 돈이 돌아 네가 도니 돈이 돌고…" 한 관객은 소리꾼이 젊은 시절 길녀임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고 아쉬워했다.
노년의 사랑도 유쾌하게 그렸다. 길녀를 사랑하는 박 영감(김익현)이 웃음을 책임진다. 길녀와 짜장면 배달소년(박성우)이 사귀는 것으로 착각해 질투에 사로잡힌 사진사. 길녀와 자신을 "BC"라고 소개한다. 소년이 묻는다. "BC가 뭐죠?" 심통난 박 영감의 대답. "복지관 커플!" 젊은 CC(캠퍼스커플) 못지 않은 애틋한 사랑을 보여준다.
이 연극의 심장은 마지막 장면에 있다. 길녀는 남편이 전처와 낳은 자식인 큰아들 상호를 제 자식처럼 키웠지만 사고로 잃은 상처를 갖고 있다. 치매가 심해지자 짜장면 배달 온 소년을 상호라고 생각한다. 돈만 밝히는 것 같았던 자식들이 엄마의 마음을 헤아려 배달 소년에게 아들 노릇을 부탁한다. 피를 나눈 가족이 아니지만 서로를 걱정하고 아끼며 보듬는 장면으로 온기를 불어넣는다.
★★★☆(3.93점)
-최고점 ★★★★★
"가족의 가치, 엄마의 자리 보여줘"
-최저점 ★★★
"소리꾼의 역할을 모르겠어요."
※별점 산출 방식=제34회 부산연극제 경연 IN 부문 참가작 9편의 관객 평가를 싣습니다. 각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 15명이 매긴 점수의 평균을 산출했습니다.(1~5점×평가인 수÷15)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