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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5일 부산문화회관에서 상연한 '구멍 속 구멍'의 수인(왼쪽)과 주희. 극단 누리에 제공 |
- 지배하고 당하는 현대사회 다뤄
- 표현하는 것들 해석 따라 호불호
- 영상활용 객석까지 바다로 연출
"무조건 별 5개 주시면 안됩니다!" 단체관람 온 부산 예술대 연극과 학생들이 연달아 '별 5개'에 스티커를 붙이는 것을 제지하자 목소리를 높였다. "아니에요. 정말 좋았어요. 2번째 베드신에서 인물의 성격이 전환되는 설정이 효과적이었죠." "앙상블의 군무가 멋졌어요!"
'일반' 관객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이 작품은 연극을 전공하는 학생과 연극인이 주목한 연극이었다. 지난해 최우수상을 받은 누리에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부산연극제 참가작 전부를 보지 못하는 연극인들이 '골라보는' 작품 목록에 빠지지 않을 만큼 관심이 높았다. 일반인의 관점에서 쉬운 연극은 아니었다. 연극을 전공하는 20대 남성 관객은 "사회적 메시지가 있어 좋았다"고 만족했지만 그의 팔짱을 낀 '일반인' 여자친구는 "내용을 이해할 수 없었다"고 불만스러워했다.
관객의 호불호를 가르는 지점은 상징에 대한 태도다. 한 연극인은 "상징을 해석하는 수준에 따라 흥미로운 연극이 될 수도, 난해한 작품이 될 수도 있다"고 했다. 제목부터 다양한 해석을 내포한다. 구멍 속 구멍. 비어있음, 가득찬 어둠처럼 상반된 의미를 응축한 구멍은 극 중 대사처럼 신체의 여러 구멍을 뜻하기도 한다. 지난해 창작희곡공모 대상을 차지한 작품으로, 염지영 극작가는 이 작품을 '지배, 인간성, 칼'이라는 세 단어로 요약했다. 지배하거나 지배당하는 것, 그 과정에서 발현되는 인간성, 그것을 표현하는 도구인 칼. 표면적인 줄거리를 해체하고 곱씹을 때 비로소 맛이 느껴지는 작품이다. 강성우 연출 역시 "현대 사회에서 살고 있는 우리 모습을 되새김해 보는 것"을 바랐다.
1년 계약을 맺고 섬에 들어가 불법포획한 고래를 해체하는 정태(유상흘)와 수인(이태성)이 극을 이끌어간다. 전반부는 서울 마장동 도축사 출신의 정태가 주도한다. "칼 끝이 뼈에 닿는 맛을 알아"라고 호기를 부리며 신체의 '또 다른 칼'로 섬으로 커피 배달 온 다방 아가씨 주희(최성희)를 헤집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후반부는 숙맥 같던 수인이 장악한다. "나도 칼이 있어요. 길고 질긴 칼. 매일 틈나는대로 속삭였죠. '죽어버려.' 결국 내 칼은 할머니와 아버지의 숨통을 끊어놨죠." 수인은 비밀을 털어놓으며 혀를 날름거린다. 사람을 죽이는 데 가담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 정태는 섬을 가라앉히겠다고 망치질을 시작한다. 그러나 수인은 그를 비웃는다. "우리가 끝낸다고 끝낼 수 있는 게 아니에요." 이대로 극은 막을 내린다. 둘의 행동과 생각을 지배하는, 어쩌면 숨통까지 쥐고 흔드는 섬의 주인 영감은 끝내 등장하지 않는다.
무거운 극의 분위기를 무대 연출로 화려하게 만들었다. 영상을 투사하는 '프로젝션 맵핑(Projection Mapping)'을 이용해 무대 뒤 스크린 뿐 아니라 객석까지 고래가 헤엄치고 포말이 이는 바다로 만들었다. 푸른 색과 붉은 색의 대비 등 조명 사용도 효과적이었다.
★★★★☆(4.67점)
-최고점 ★★★★★
"사회적 메시지가 있었어요"
-최저점 ★★★
"내용이 너무 어려웠어요"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