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회전무대 활용 동침장면 압권
- 무대 연출 다소 구식 지적도
당금은 삼신할머니 설화인 '당금애기'를 모티브로 했다. 양반집 규수 당금(최현정)이 유랑예인집단인 초라니패 세준(박현형)을 만나 하룻밤을 보내고 고초 끝에 아이를 낳은 뒤 아이, 세준과 길을 떠나는 이야기로 요약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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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0, 11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상연한 '당금'. 극단 이야기 제공 |
당금은 극의 문을 세 번 연다. 아기를 품고 나왔던 청바지, 후드티 차림의 젊은 여성이 무대 뒤로 들어갔다가 아기 없이 다시 등장해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사라지는 게 첫 장면이다. 아기 유기나 살해가 일어나는 생명 경시 풍조에서 생명의 소중함을 생각해보자는 작의(作意)를 직접 드러낸 것이다. "다른 단서로 연결되지 않아 오히려 방해됐다"는 관객도 있었다.
이어 조선 시대로 넘어간다. 당금이 자신을 말리는 몸종 옥단(박명정)을 뿌리치고 초라니패를 보러 장터로 나서는 장면이다. 마침내 무대 중간 가림막이 올라가면서 사당패가 등장한다. 시야가 확장되면서 역동적으로 요란한 소리를 내며 등장하는 사당패는 대단히 극적인 효과를 준다. 초라니패는 이 대목과 남녀 주인공이 재회하는 후반부에서 떠들썩한 놀이마당을 펼쳤다. 북 장구 꽹과리 징을 치고 노래하고 춤춘다. 탈놀음에 상모돌리기까지 등장해 객석의 갈채를 받았다. 올해 부산연극제 참가 작품 중 두 번째로 많은 14명이 출연하는데 이들이 한데 어우러져 중극장을 꽉 채웠다. 남자 대학생 관객은 들뜬 목소리로 말했다. "정말 좋던데요. 그 뭐냐…'북치고 박치고'!"
회전무대를 활용한 동침(同寢) 장면은 미학적으로 압권이었다. 꽃을 단 창호 두 짝이 천장에서 내려온다. 병풍을 사이에 둔 당금과 세준. 원형무대가 회전하면서 서로 숨바꼭질하듯 병풍 앞뒤를 오가며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를 듀엣으로 부른다. 어느새 무대는 붉은색 조명으로 물들고 당금이 시주승을 껴안는 순간 태평소 소리가 울려퍼진다. 병풍 너머 손과 발로 몸이 합해지는 장면이 은근히 묘사된다. 당금의 태몽은 사람 키보다 더 큰 대형 종이꽃 9송이와 그 꽃을 든 배우들이 현대무용을 펼치는 것으로 표현했다.
여러 관객이 "무대 연출에 엄청난 정성이 느껴졌다"고 했지만 한 연극인은 "다소 구식이다"고도 했다.
아이를 가진 것이 알려지자 당금은 광에 갇힌다. 광 안에서 부른 배를 쓰다듬으며 아이와 혼자 이야기하는 당금과 광 밖에서 그 소리를 들으며 흐느끼는 세준의 모습은 눈물을 자아냈다. 중년 여성 관객은 "여성의 삶을 주목한 점이 좋았다"고 후한 점수를 줬다.
★★★★☆(4.53점)
-최고점 ★★★★★
"무대 연출에 정성이 느껴졌어요"
-최저점 ★★★
"암전이 길어 흐름이 끊겼어요"
※별점 산출 방식=제34회 부산연극제 경연 IN 부문 참가작 9편의 관객 평가를 싣습니다. 각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 15명이 매긴 점수의 평균을 산출했습니다.(1~5점×평가인 수÷15)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