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거문고 연주 몸으로 표현 '압권'
- 교훈 주지만 난해하다는 평가도
"매 장면 연기, 무대, 음악이 잘 조화됐고 관객이 집중해서 보는 것이 너무 좋았어요." 영화, 뮤지컬은 많이 봤지만 연극은 처음 봤다는 한 20대 여성 관객은 만족스럽게 별 5개를 줬다. 표풍의 장점을 콕 집어낸 '연극 초심자'의 눈을 따라가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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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13,14일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상연한 '표풍'. 극단 바문사 제공 |
막이 오르면 스모그가 깔린 무대 위에 바위 산 네 개가 움직인다. 무대 뒤 오른쪽 고정된 바위산에 '입산(入山)'이라는 글자가 떠오른다. 안장(이정민)과 청장(박센)이 산 사이를 헤맨다. 사람 키만한 것부터 키 두 배는 훌쩍 넘을 바위산이다. 자세히 보니 움직이는 산 아래 바퀴가 달려있다. 산 뒤에서 누군가 직접 산을 움직이는 것이 얼핏 보인다. 안장과 청장, 움직이는 산이 사라진 뒤 얼굴을 하얗게 분장하고 품 넓은 하얀 바지저고리를 입은 네 명의 배우가 등장한다.
"거문고의 여섯째 줄 심술쟁이 유현이오!" 각각 거문고의 줄을 뜻하는 대현(송민정), 무현(권혁진), 유현(김아름) 괘상청(고미선)이라고 객석에 소개한다. 산을 움직여 안장과 청장이 헤매게 한 장난꾸러기 신들이다. 이들은 입으로 일종의 거문고 '아카펠라'를 들려준다. "딩동" "띵뚱"…. 우스꽝스럽게 시작했지만 하얀 한복을 휘날리며 춤추고 사람 그 자체가 악기가 되어, 어느새 관객을 몰입시키는 아름다운 음악이 된다. '거문고 소리'를 다루는 극의 핵심과도 맞닿아 있다. 넷이 서로 끝말잇기하듯 이어가는 대사도 많은데 리듬을 타고 몸짓을 담아 화려하게 연기한다.
가장 아름다운 명장면도 이들이 연출한다. 무대 맨 앞 가운데 정박된 한 점에서 무대 뒤까지 6개 줄이 펼쳐진다. 거문고 6현이다. 3명의 배우가 두 줄씩 잡아 당기고 한 배우가 거문고를 켜는 술대가 되어 넘나든다. 음악의 빠르기에 따라 조명과 움직임이 달라진다. 줄이 파도처럼 일렁이고 무용수처럼 술대가 줄 사이를 오간다.
음악이 끝나면 술대가 무대 위에서 객석이 있는 바닥으로 나비처럼 날아 착지한다. 연극이 종합예술임을 입증한다. 특히 문화회관 중극장 무대를 최대한 활용한 점도 높이 평가받을 만했다.
이 작품은 삼국사기에 전해지는 거문고 악곡 '표풍'을 소재로 만들었다. 배경은 신라시대. 안장과 청장이 지리산에 있는 당대 최고 거문고 명인 귀금을 찾아가 진정한 거문고 소리를 알려달라고 한다. 귀금(박찬영)은 "소리가 무엇이냐"고 묻는다. 수많은 정의가 명멸한다. "지극히 낮으나 넓은 데서 오는 사랑의 소리" "표표히 왔다가 사라지는 바람, 표풍(飄風)"…. 이들의 문답을 통해 어느새 관객도 생각에 빠지게 만드는 연극이다. "교훈을 주고 깊이가 있어 좋았다"는 관객도 있었지만 "어려웠다"는 관객도 여럿이었다. 한 관객은 "12세 관람가로 돼 있는데 줄거리를 모르고 보니 내용을 이해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4.0점)
-최고점 ★★★★★
"깊이 있고 교훈적, 연기·무대도 좋아"
-최저점 ★★★
"줄거리를 모르면 내용 이해 어려워"
※별점 산출 방식=제34회 부산연극제 경연 IN 부문 참가작 9편의 관객 평가를 싣습니다. 각 공연을 보고 나온 관객 15명이 매긴 점수의 평균을 산출했습니다.(1~5점×평가인 수÷15)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