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벽
- 반듯하게 쌓은 전통 축성 확인

부산 강서구 가덕도 갈마봉에 부산박물관 발(發) '드론'이 떴다. 드론(drone)은 사람이 타지 않고 무선 전파를 이용해 움직이는 비행체. 부산박물관은 카메라를 단 드론을 이용해 문화재조사에 나섰다. 진화하는 문화재조사의 현장을 최근 동행 취재했다.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이 갈마봉에서 문화재 조사를 위해 드론을 작동시키고 있다.

갈마봉성 터는 가덕도 동북쪽 갈마봉(해발 155m) 일대에 있다. 길이 총 350m 폭 4m, 높이 3~6m의 타원 모양의 석축성이다. 최근 이 성벽 근처에 새로운 성벽의 흔적이 발견돼 지표조사에 나선 것이다.

지표조사는 문화재조사의 가장 첫 단계다. 현장을 확인해 사진 자료를 만들고 유물을 수집한다. 이 과정에 드론이 활용된다. 사람의 눈, 손, 발이 닿지 않는 곳을 드론으로 촬영한다. 부산박물관 박방룡 관장은 "문화재 조사의 범위를 확장하고 정확성을 확보하기 위해 드론을 도입하게 됐다"고 말했다.

부산박물관 문화재조사팀은 드론조사에 앞서 육안으로 현장조사를 시작했다. 드론은 보조수단일 뿐 실제 조사는 결국 사람에 의해, '아날로그'적으로 이뤄졌다. 성벽에 접근하기 위해선 길이 나지 않은 무성한 풀숲을 헤쳐야 했다. 앞장선 문화재조사팀 나동욱 팀장의 배낭에서 낫이 나왔다. 잡목과 잡초를 '착착' 베며 시야를 확보했다. 성벽은 길이 나지 않은 산의 둘레에 있어 경사가 가팔랐다. 벽에 매달리다시피 걸어나갔다. 전날 비가 온 탓에 땅도 질었다. 기자와 조사팀 일행은 경사에 미끄러져 옷이 진흙투성이가 됐다.

"저기 보이네요." 드디어 그동안 알려지지 않았던 성벽이 모습을 드러냈다. 성곽을 전공한 박 관장은 "반듯하게 쌓은 성벽의 모양새를 볼 때 왜성이 아닌 우리 전통 산성 축성 방식이다. 축조시기는 고려시대까지 거슬러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성벽 입구인 문이 있었던 터도 인근에서 찾았다. 다대포까지 내려다보이는 곳이다. 나 팀장은 "부산포 해전을 지휘한 이순신 장군이 이 앞바다에서 머물렀다"고 했다. "이 돌도 챙깁시다." 조사팀 하병엄 학예연구사가 아기 얼굴만한 돌 네 개를 배낭에 챙겨 넣었다. "해안가에서 발견되는 동그란 돌이 산 위에 있다는 건 투석용 무기로 썼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현장 범위를 파악한 뒤 드론 조사가 시작됐다. "위웅웅~." '수벌'이라는 이름처럼 요란한 날갯짓을 하며 드론이 날기 시작했다. 100m 이상 높이 올라 갈마봉 곳곳을 비행했다. 조종기에 연결된 휴대전화 화면을 통해 촬영되는 영상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었다. 갈마봉뿐 아니라 가덕도 전체를 한눈에 볼 수 있었다. 나 팀장은 "성곽의 현황을 더 정확하고 쉽게 파악할 수 있게 됐다"고 했다.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