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의 '하찮은 것들'에 대한 집중을 통하여 우리 통념의 허구성을 드러내는 작업을 해온 홍상수 감독의 신작이 칸영화제에서 크랭크인한다.
영화제작사 영화제작전원사는 "홍상수 감독이 프랑스 국민여배우 이자벨 위페르를 주인공으로 한 신작의 촬영을 지난 11일 개막한 제69회 칸영화제에서 시작한다"고 12일 전했다.

아직 제목이 정해지지 않은 이번 작품의 주인공인 이자벨 위페르는 지난 2012년 칸영화제 경쟁부문에 공식 초청되었던 홍 감독의 영화 '다른 나라에서'의 주인공이었다.

홍 감독과 이자벨 위페르는 '다른 나라에서'를 마친 후 "꼭 다시 영화를 만들자"고 의기투합을 했었고 이번 제69회 칸영화제에서 그 약속을 지키게 되었다. 폴 바호벤 감독의 '엘르'로 칸영화제 경쟁 부문에 초청된 이자벨 위페르는 영화제 공식 일정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홍 감독의 신작 촬영에 매진할 것으로 보인다.

전체의 이야기 틀만 정해놓고 그 날 그 날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홍 감독 연출 스타일에 따라 이자벨 위페르가 맡은 역할은 확정된 것이 거의 없지만 고등학교 파트타임 선생이면서 작가인 인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번 신작의 배경이 되는 칸영화제가 어떤 식으로 영화에 그려질지는 아직 모른다. 홍 감독의 전작인 '밤과 낮'의 경우 파리에서 촬영되었지만 파리의 유명한 장소는 단 한 곳도 나오지 않았다. 이번 신작 역시 어떤 식으로건 칸영화제의 익숙한 모습을 그리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이번 신작에서는 이자벨 위페르와 함께 정진영, 김민희, 장미희가 호흡을 맞추게 된다.

정진영과 장미희는 이번 작품으로 처음 홍 감독과 작업을 하게 된다. 올해 '시간이탈자'를 통해 관객들과 만난 정진영은 정재영의 뒤를 이어 홍 감독의 또 다른 걸출한 페르소나가 될지 궁금증을 일으킨다.

장미희는 2008년 김기덕 감독의 '비몽'에 특별출연한 이후 오랜 장고 끝에 스크린에 컴백한다. 스크린에 복귀하는 장미희가 홍 감독과 어떤 앙상블을 만들어낼지 기대가 모아진다.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리다'를 통해 배우로서 또 한 번 도약한 김민희도 이번 영화에 함께한다. 전작을 통해 원숙한 연기력과 걸출한 매력으로 관객과 평단을 사로잡았던 김민희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이원 기자 latehop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