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형제의 강' '숭어 망쟁이' 등 9편
- 불똥 튀는 갈등 ·반전 없이 전개

소설가 강인수(77·사진) 부경대 명예교수가 7번째 소설집 '하얀 노을'(세종출판사)에 실은 이야기는 대부분 느린 물길처럼 흐른다. 뾰족한 사건, 또렷한 반전, 불똥 튀는 갈등은 별로 보이지 않는다. 갈등과 반전의 씨앗이 분명히 보이는데도 지은이가 짐짓 모른 척 지나쳐버리는 인상까지 준다.

수록 작품 '형제의 강'은 경남 양산 출신으로 조선 전기 북방 개척에서 활약한 삼(三)장수 이징석 이징옥 이징규 형제 이야기를 소재로 삼았다. 세종 때 평안도 변경에서 장수로 복무하던 징석은 절륜한 힘과 능력을 지닌 동생인 함길도 경원절제사 징옥에게 질투를 느낀다.

세종과 문종이 잇달아 승하하고 수양대군이 쿠데타를 일으켜 세조로 즉위하자 징석은 세조 진영에 가담한 반면, 징옥은 반란을 일으킨다. 동생이 세조를 타도하겠다며 '반군 수괴'가 되었으니, 세조 휘하로 온 형 징석은 절체절명 위기를 맞은 셈이다.

뭔가 일어날 분위기인데 소설은 이 국면을 지나쳐버린다. 반란을 진압한 세조는 징석을 오히려 중용한다. 세월이 흘러 은퇴하게 된 징석은 문득 반역 죄인으로 죽은 동생의 시신은 누가 염습이나 해주었을까 걱정한다. 늙은 하인에게 조카(징옥의 아들)를 챙겨달라 이른다. 이걸로 소설은 끝.

'숭어 망쟁이'도 별로 다르지 않다. 숭어 망쟁이는 가덕도 전통 어로법인 숭어들이의 어로장. 숭어 망쟁이는 숭어가 안 잡히자 아쉬워하면서도 "내일은, 다음에는 기회가 올 것"이라 되뇔 뿐이다. 그러다 정말로 숭어떼가 몰려와 어부들은 만선을 맛본다. 흐뭇한 웃음과 함께 소설은 끝난다. 별 갈등이 없다. 대신, 77세 소설가는 무심한 척하면서 슬쩍슬쩍 삶의 힘겨움과 연륜, 다사다난의 기억을 끼워 넣는다. 노년 소설가가 아니면 두기 어려운 수다. 단편 8편, 중편 1편을 실었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