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강백' 무비 스님(부산 문수선원)이 '초발심자경문 강설'(조계종출판사)을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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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강백 무비 스님. 무비 스님은 부산 금정구 청룡동 문수선원에서 강의와 집필 활동을 쉼 없이 하고 있다. 국제신문 DB |
최근 조계종출판사에서 보내온 이 책을 받아든 순간 "무비 스님께서 초발심자경문(初發心自警文)을?"이라는 의문형의 생각부터 떠올랐다. 대강백(大講伯)은 경론을 가르치는 모든 스님 가운데 최고 경지에 이른 분을 뜻한다 할 수 있다. 쉽사리 붙일 수 없는, 지극히 높은 존칭이다. 경론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담은 경(經)과 이에 관해 주석을 달고 연구한 론(論)을 뜻한다.
무비 스님은 뜻깊고 필요한 불교 책을 그간 무척 많이, 정성스레 펴냈다. 그래서 스님을 '학자 스님'이라 부르는 사람도 많다. 무비 스님은 경전을 번역한 뒤 이를 주석하고 해설한 책을 많이 냈다. 금강경, 직지, 법화경, 신심명, 임제록, 대승찬, 유마경, 증도가, 전심법요, 보현행원품 등에 관한 강의와 강설 서적이다.
스님은 화엄경(전10권)을 번역했고, '무비 스님이 가려 뽑은 명구 100선 시리즈'(전4권) 같은 부드럽고 친절한 불교 책도 적지 않게 펴냈으며, 현재는 80권 짜리 '대방광불화엄경'을 내고 있다.
그런 스님이 '초발심자경문 강설'을 낸 뜻은 무엇일까? 초발심자경문은 말 그대로 "처음 발심해서 수행하겠다고 출가한 사람들에게는 정말 소중한 경책과 교훈"을 담았고, "근래에는 불자들을 위한 교양대학 또는 불교대학 등에서도 강의를 많이 하는"(머리말 중) 책이다.
말하자면 무비 스님은 수많은 저서와 역서를 통해 고담(高談)과 준론(峻論) 세계에서 노닐다가 갑자기 초심자를 위한 초발심자경문으로 방향을 튼 것으로 독자들에게는 보인다.
사실, '갑자기'는 아니다. 초발심자경문은 보조국사 지눌 스님이 쓴 '계초심학인문', 원효 스님이 쓴 '발심수행장', 야운 스님의 '자경문'으로 이뤄지는데 무비 스님은 이 가운데 발심수행장만을 떼어내 지난해 단행본으로 펴낸 바 있다.
자! 그렇다면 무비 스님이 초심을 강조하면서 초발심자경문을 다시 들고 나선 뜻은 어디 있을까?
무비 스님은 책 속에 실마리를 소개해 놓았다.
'망용상덕(望龍象德)하야 능인장고(能忍長苦)하고 기사자좌(期獅子座)하야 영배욕락(永背慾樂)이니라'. (용상의 덕을 바라면서 능히 긴 세월의 괴로움을 참고, 사자의 자리를 기약하며 길이 욕락을 등지고 살아야 하느니라.)
이 구절(140쪽)을 소개한 뒤 저자 무비 스님은 이렇게 애정 어린 마음으로 풀고, 그 속의 가르침을 전한다.
"제가 '발심수행장' 중에서 특히 좋아하는 구절입니다.…수행의 길이란 물론 즐거워서, 재미가 있어서, 자기가 좋아서 가는 것이지만 한편으론 고행의 연속입니다. 이 길은 하루이틀에 끝날 것도 아니고, 한두 달에 끝날 것도 아니고, 한두 해에 끝날 것도 아니며, 한두 생에 끝날 것도 아닙니다. 이 길에 한 번 들어서면 세세생생 이 길만을 가리라는 마음가짐으로 해야 합니다."(140쪽)
이어 부처님의 삶을 떠올린다.
"피곤하면 쉬고 졸리면 자면서,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는 식으로 해서는 안 됩니다. 부처님을 보십시오. 부처님은 고행을 통해 성도를 이룬 뒤에도 얼마나 많은 정진을 하셨고, 중생을 위해 얼마나 노력하셨습니까. 그야말로 길에서 태어나서 길에서 사시다가 결국 길에서 열반에 드신 분이 바로 부처님이십니다."
무비 스님은 '초발심자경문 강설'을 내면서 "여기에 펼쳐진 말씀들은 출가 수행자를 위해 쓰여진 것이기는 하지만, 재가 수행자에게도 꼭 필요한 가르침을 담고 있다"고 이 책을 내는 뜻을 밝혔다.
쉽게 달아올랐다가 빨리 포기하고, 우직하게 노력하기보다 과실만 따 먹고 싶어하고, 기다리거나 참는 힘을 점점 잃어가는 요즘 세태에 비춰볼 때 대강백 무비 스님이 강조하는 '초심'과 '초발심'은 깊이 울린다. 조봉권 기자 bgjoe@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