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량촌 복권 추첨 기록화
- 부관연락선 자료와 사진 등
- 역사적 유물 200여점 전시
1892년 12월 부산 초량촌(현 중구 용두산 일대). 구름 같은 인파의 시선이 일제히 한 곳을 향하고 있다. 복권 추첨이 시작된 것이다. 높은 무대 위 세 사람이 둥근 모양의 통을 돌린다. 그 안에서 번호가 적힌 '찰(札·패)'이 나오면 그것을 줄을 통해 건너편에 있는 관리에게 보낸다. 관리는 번호를 장부에 적고 사람들에게 당첨 번호를 큰소리로 알린다. 당첨자는 현금을 받는다. 당시 복권 한 장의 가격은 50전. 내·외국인에게 널리 팔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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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92년 12월 부산 초량촌(현 중구 용두산 일대)에서 복권 추첨을 하는 장면이 묘사된 화첩 '조선견문도해(朝鮮見聞圖解). 높은 무대 위 세 사람이 둥근 모양의 통을 돌린 뒤 그 안에서 당첨번호가 적힌 '찰(札·패)'을 통해 행운의 주인공을 선정한다. 부산근대역사관 제공 |
조선 시대에도 '복권 열풍'이 있었다. 매주 500여만 명(2015년 통계)이 산다는 오늘날 로또 복권 추첨 방식과 유사한 조선 시대 복권 추첨 모습을 생생하게 묘사한 그림이 화제다. 조선 개항기 미상의 일본인 화가가 그린 화첩 '조선견문도해(朝鮮見聞圖解·1892년 추정)'에 실린 이 그림은 부산근대역사관(부산 중구 대청동)이 5일부터 다음 달 21일까지 여는 특별기획전 '근대 부산항 별곡'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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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립되기 전 부산항 일대를 기록한 '포산항견취도' |
조선견문도해는 복권 추첨 외에도 아이가 호랑이를 물리치는 기담, 여인이 빨래하는 모습, 씨 뿌리고 물 대는 농사 장면 등 조선 풍속을 담은 그림 41점으로 구성돼 있다. 각 그림에는 일본어로 해당 그림에 대한 설명이 적혀 있다. 우리나라 복권의 기원은 조선 시대 후기로 추정된다. 금전을 조달하기 위해 조직한 산통계(算筒契)가 대표적이다. 계원이 정해진 곗날에 일정한 곗돈을 내고 통속에 이름이나 번호를 기재한 알을 넣고 통을 돌려나오는 알에 따라 당첨자를 뽑는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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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관연락선 |
부산이 조선 최초로 개항(1876년 병자수호조약)한 지 올해로 140주년을 맞아 마련된 이번 특별전에는 우리나라 근대화 출발점인 부산항의 역사적 의미와 근대도시로 변화하는 부산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는 유물 200여 점이 전시된다.
매립(1900년대 초)되기 전 부산 해안과 부산항 일대를 상세하게 기록한 '포산항견취도(浦山港見取圖·1881년)', 1900년대 초 동래와 부산을 그린 '동래부산도병(東萊釜山圖屛)', 개항장의 주요 역할을 담당했던 부산해관과 부산항 감리서의 기록물, 부산과 시모노세키를 오가던 부관연락선의 자료와 사진 등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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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부산항 전경 |
미국인 선교사 어을빈(Irvin의 한자식 이름)이 개발해 유행했던 드링크제 '만병수', 값이 비싸 부유층만 사용할 수 있었던 비누의 갑 등 당시 실물이 전시된 생활 자료도 흥미를 끈다.
부산근대역사관 관계자는 "개항은 비록 일본과의 불평등조약으로 이루어졌지만, 조선이 근대로 진입하는 계기가 됐다. 우리나라 최초의 개항장인 근대 부산항은 단순히 물자를 교역한다는 의미만이 아닌, 개방과 소통으로 세계사 속 일원이 된다는 중요한 역사적 함의를 가진다"고 말했다. 문의 (051)253-3845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