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역사를 이해하는 새로운 시선'이라는 부제에서 알 수 있듯 이 책은 자본이 지배하는 오늘을 탄생시킨 권력 투쟁의 세계사를 다룬다.
이 책은 막강한 힘을 가진 '상인형 자본주의 체제'가 어떻게 오늘과 같은 지위를 누리게 되었는지를 중심으로 역사를 재구성한다. 상인 집단은 평화와 풍요의 확산, 혁신과 효율의 증대를 추구하지만 한편으로는 단기간에 최대의 이윤을 올리려는 욕구와 배타성도 두드러진다. 지난 30여 년간 마땅한 견제 세력 없이 상인 집단의 패권이 지속하면서 경쟁 유연성 이윤을 맹신하고 다른 여러 가치를 희생시키는 질서가 확고히 자리잡았다. 극심한 빈부 격차, 불평등 불안정이 그 부작용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상인 지배 체제의 맹점은 드러났지만 아직 제대로 된 처방과 해결책은 보이지 않는다.
옥스퍼드에서 근대사를 가르치는 저자는 '카스트'라는 고대의 틀을 끄집어 내 역사의 동력을 이해하는 전혀 새로운 관점을 제안한다. 오늘의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려면 상인 군인 현인이라는 세 카스트의 역할과 가치를 파악해야 한다고 역설한다.
상업적이며 경쟁적인 동기를 앞세운 상인, 귀족적이며 군국주의적 동기를 앞세운 군인(전사), 그리고 관료제적 또는 사제적 성향의 현인. 이 세 집단은 서로 대립하거나 협력하면서 노동자 집단을 억누르고 구슬리며 권력을 쟁취하고 기득권을 유지했다.
이 책은 고대부터 근현대, 동양과 서양, 경제이론부터 문학작품까지 다양한 범주를 넘나들며 역사의 주요 장면들을 새롭게 포착하고, 이들 세 카스트가 어떻게 합종연횡하며 권력의 부침과 순환을 만들어 왔는지를 설명한다.
저자는 한 집단이 배타적으로 독주할 때 권력의 수레바퀴는 반드시 다시 돌아간다고 강조한다. 다음은 어떤 카스트가 왕좌에 오를지, 노동자를 포함한 각 카스트가 권력을 나누는 평화의 시대가 도래할지 이 책을 통해 자연스럽게 추론이 가능하다.
신수건 기자 g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