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0년대 들어서면서
- 경상도 지역에서도 어획
- 남해·거제·방어진 주요 어장

- 비린내 싫어하고 담백함 즐기면
- 고등어 못지않게 맛있는 생선
- 곧잘즐긴 서민들과는 달리
- 양반들은 亡자 때문에 천시
- 관혼상제 안쓰는 지역 허다

- 용란이라 불린 알 맛도 일품
- 여름내 살찌워 가을에 절정


꽃 같은 포구 여인 옥 같은 눈동자여

전두(纏頭)로 명주 비단 세 필을 좋아하지

삼치 알을 찾으려고 모래구멍 뒤지다가

잘못해서 방게잡고 웃음을 그치지 않네

-김려(金鑢)의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 중에서-


■삼치의 다른 이름, 마어·망어

	김홍도(金弘道)의 '단원 풍속도' 중 '점심'. 서민들의 소박한 점심 식사 모습을 담은 그림으로 생선 반찬이 보인다. 국립중앙박물관 제공

삼치는 고등어과에 속한 물고기로 몸집은 고등어보다 더 크다. 몸이 홀쭉하고 길며 측편(側扁)하고, 몸빛은 등 쪽은 회청색, 배 쪽은 은백색이다.

서유구(徐有榘, 1764~1845)도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에서 "모양은 조기(石首魚)와 비슷하나 몸이 둥글고 머리가 작다. 주둥이는 길고 비늘은 잘다. 등은 청흑색으로 기름을 문지른 것처럼 빛나고 윤기가 있다. 등 쪽 밑 좌우에는 검은 반문이 있고 배는 순백색이다. 큰 것은 길이가 1장(丈) 가량 되고 둘레가 4∼5자 가량 된다"고 그 외형을 기록했다.

조선시대 사람들은 삼치를 마어(麻魚)나 망어(䰶魚)라고 불렀다. 서유구에 따르면 주로 북쪽 지방에서는 마어로, 남쪽지방에서는 망어라고 불렀다고 한다. 망어란 이름이 붙은 것은 조선시대 한 지방관이 삼치 맛이 좋아 중앙의 고관에게 선물로 보냈으나 삼치가 상해 맛이 이상하므로 고관이 '망할 놈의 물고기'라고 했기 때문이라는 설이 있으나 말 그대로 설에 지나지 않는다.

진해(鎭海)에서 유배 생활을 한 김려(1766~1822)는 '우해이어보(牛海異魚譜)'에서 삼치는 이름이 소곤(鰺鯀)이며 방어 종류라고 했다. 또 진해 사람들은 삼치를 참어(醦魚)라고도 불렀다고 했다. 이는 삼치가 방어 맛과 비슷하지만 신 맛이 더한데, 진해 사람들은 신(酸) 맛을 참(醦)이라고 불러 그렇게 된 것이라고 전했다.

일제시기에는 삼치를 참치(參致), 삼치(三治), 마어(馬魚) 등으로 쓰기도 했지만 일반적으로는 마어로 썼다고 한다.

서유구는 삼치가 우리나라 동·서·남해에서 모두 난다고 했다. 하지만 그 이전 사료들을 보면 경상도 지역에서는 삼치가 많이 잡히지는 않았던 것 같다. '세종실록지리지(世宗實錄地理志)'에는 경기도와 충청도, '신증동국여지승람(新增東國輿地勝覽)'에는 경기도·평안도·황해도·충청도·강원도·함경도에서 삼치가 나는 것으로 기록되어 있으며, 영조(英祖) 때에 편찬된 '읍지(邑誌)'들에서도 경상도는 제외되었다. 동래의 경우도 1740년 간행된 '동래부지(東萊府誌)'나 19세기 편찬된 '내영지(萊營誌)' 토산조(土産條)에서 모두 포함되지 않았다.

조선시대 말기에 편찬된 '읍지'들에서도 경상남도와 평안남도의 토산품 가운데 삼치는 빠져 있다. 이것으로 볼 때 삼치는 경상도, 특히 지금의 경상남도 지역에서는 잘 나지 않았던 것 같다.

하지만 1930년대에 오면 경상남도 지역에서도 삼치가 나기 시작한다. 1939년 6월 27일자 '동아일보' 기사를 보면, 삼치는 조선 전 연해를 위시하여 일본 북해도(北海道) 남부에서 본주(本州), 구주(九州) 연해까지 널리 분포한 것으로 확인된다. 그리고 경상남도에서는 남해도(南海島), 거제도(巨濟島), 방어진(方魚津) 근해가 삼치 잡이의 주요 어장으로 기록되었다.

■삼치는 망한 물고기(?)

삼치는 부산사람들에게도 낯설지 않은 생선이다. 하지만 오랜 기간 부산 바다에서 나지 않아서였을까 부산사람들은 삼치보다는 비릿한 풍미가 있는 고등어를 선호한다.

고등어도 맛이 있지만 삼치도 맛있는 생선이다. 특히, 비린내를 싫어하고 담백한 맛을 즐기는 이들에겐 삼치 맛이 결코 고등어 맛 못지않다. 조선시대 사람들도 삼치 맛을 좋아했다. 김려는 진해 사람들이 삼치 맛을 좋게 여기고 있다고 전했고, 서유구는 "맛이 극히 좋다"는 한마디로 그 맛을 극찬했다.

이러하다보니 삼치는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서민들과 달리 사대부(士大夫)들은 드러내 놓고 삼치 맛을 즐기려고 하지 않았다. 대체, 서유구도 극찬한 삼치 맛을 그들은 왜 꺼렸던 것일까?

이유는 삼치의 이름에 있었다. 서유구는 사대부들이 삼치의 이름인 망어(䰶魚)에 망하다는 '망(亡)'자가 들어 있어 악명(惡名)이므로 먹기를 꺼려하는 풍습이 있다고 전했다. 요즘 사람들에게는 그저 우스운 이야기로만 들릴 뿐이지만 실제로 20세기에 들어서도 이러한 인식이 사람들 사이에 널리 펴져 있었다.

1905년에 간행된 '한국수산업조사보고'를 보면 충청도 연해에서는 삼치를 우어(憂魚)라고 하여 기피하는 경향이 있다고 했다. 또 1939년 6월 27일자 '동아일보' 기사에서 "사실상 최근까지도 삼치를 관혼상제(冠婚喪祭) 시에는 사용하지 않는 지방이 허다하다. 이것은 일종 미신에서 생긴 풍습이라 점점 해소되어 가는 경향이 보인다"고 밝히고 있다.

실제로 사대부들이라고 삼치를 먹지 않았을 리는 없다. 반상(班常)의 구별로 어찌 진미를 포기할 수 있을 것인가. 어쩌면 사대부들이 남의 눈을 피해 삼치 맛을 더 즐겼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해 보니 그 허세에 웃음이 절로 난다.

삼치는 그 알의 맛도 일품이었다고 한다. 진해 사람들은 삼치 알을 용란(龍卵)이라고 불렀다. 용란과 관련해서는 김려의 '우해이어보'에 아래와 같은 흥미로운 이야기가 전한다.

"바닷가 상인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니, 봄과 여름이 바뀔 때에 삼치 여러 마리가 물 근처에 모여들어 왕뱀과 서로 교미하고, 가을이 되면 알을 낳아 머금고 있다가 꺼내서 얕은 물가 비옥한 모래 속에 묻어 두면 이듬해 봄에 새끼가 태어난다고 한다. 그렇다면 성질이 가물치와 서로 비슷하니 반드시 독이 있을 것이다. 이곳 사람들은 이 알을 용란이라고 한다"

삼치는 4~5월 사이 연안 가까운 완만한 지형에서 산란하는 습성이 있다고 하는데, 이때의 모습을 이렇게 기술한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여하튼 용란이라고 부를 만큼 삼치 알의 맛은 대단했던 것 같다. 진해 사람들은 매번 서리가 내린 뒤에는 남자나 여자나 모두 삽으로 모래를 파낸 뒤 용란을 꺼내 젓갈을 만들거나 말려서 먹었는데 그 맛이 좋았다고 김려는 '우해이어보'를 통해 전하고 있다.

조선 삼치 맛은 일본인도 좋아했다. 일본인들은 조선 삼치를 사실상의 미미(美味)한 어족이라 여겼다. 그리하여 일제시기에는 일본 내지까지 조선 삼치가 진출하기도 했다. 삼치 중에도 겨울철에 잡은 삼치가 일명 '한춘'이라고 해 특히 맛이 있었다고 한다.

삼치는 이제 막 산란기를 마치고 여름내 살을 찌우기 시작한다. 그리고 찬바람이 일기 시작하는 9~10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 그 맛이 달한다. 삼치는 살이 희고 부드럽기 때문에 아이나 노인들도 먹기 편하다. 더욱이 DHA가 다량 함유되어 있어 두뇌 발달과 치매 예방, 기억력 증진에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쯤 되면 삼치는 망어(望魚)라고 해도 되지 않을까. 조금만 더 기다려 올가을에는 삼치 맛을 꼭 즐겨보자. 그리고 삼치의 신맛이란 과연 어떤 맛인지 꼭 음미해 보시길.


◆삼치를 부르는 다양한 이름들

◇삼치

- 고등어과에 속한 물고기로 몸집은 고등어보다 더 크다. 몸이 홀쭉하고 길며 측편하고, 몸빛은 등 쪽은 회청색, 배 쪽은 은백색이다.

◇참어

- 경남 진해 사람들은 삼치를 참어라고 부르기도 했다. 이는 삼치가 방어의 그 맛과 비슷하지만 신 맛이 더한데, 진해 사람들이 신(酸) 맛을 '참'이라고 불러 그렇게 된 것이라고 전해온다.

◇망어

- 조선시대 한 지방관이 삼치 맛이 좋아 중앙의 고관에게 선물로 보냈다. 그런데 삼치가 상해 맛이 이상하자 고관이 '망할 놈의 물고기'라고 했다고 한다. 재밌는 유래지만 말 그대로 설에 지나지 않는다.
이름 속 망(亡)자 때문에 사대부들은 악명으로 치부, 먹기를 꺼려하기도 했다. 이는 1930년대 들어서도 관혼상제에 삼치를 쓰지않는 풍습으로 전해지기도 했다.


부산박물관 학예연구사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아 취재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