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녀 실종 파헤치는 추리극
- 작은 역할 하나도 개연성 있어
- 설명하듯 담론할 땐 집중 어려워
★★★★☆
신선한 연출, 탄탄한 연기
↑(좋아요) 연출 연기 무대의 삼합(三合)
↓(싫어요) 브레이크가 된 담론 혹은 설교
이 연극, 입장부터 독특하다. 극장 입구에 노란 '폴리스라인' 테이프를 쳐 놓았다. 관객이 오면 경찰 제복을 입은 남자가 테이프를 올려준다. 공연 시작. 자신을 '특별수사본부 팀장'으로 소개하는 또 다른 남자가 등장한다. 사건 보고를 시작하겠다면서 관객에게 휴대전화 전원을 끄라고 지시한다. "휴대전화가 울리면 공연…(고개를 흔들며) 보고를 바로 중단하겠다!" 극장 입구를 지키던 경찰 역할 배우가 몇몇 관객에게 다가가 휴대전화를 껐느냐고 묻는다. 객석에서 웃음이 터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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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1~31일 나다소극장에서 상연하는 연극 '실종'의 커튼콜 장면. 미지시어터 제공 |
미지 시어터의 연극 '실종'(양지웅 작·연출)은 재치있는 도입부로 관객을 극에 연착륙시킨다. 얼마나 짜임새에 공들였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다. 주인공이 아닌 인물도 적재적소에 배치돼 극의 골격이 탄탄하다. 배우 출신 양지웅 연출이 이 작품을 썼기 때문인지 작은 역할도 개연성 있게 만들었다. 모든 배우의 존재감이 확실하다. 다만 조 기자와 배 씨가 오늘날 기자의 역할이나 사건의 진실을 놓고 담론할 때, 일부 관객이 극에 집중하기 어려운 듯 몸을 뒤척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이 연극의 내용은 배 씨(김병철)가 조 기자(양성우), 고 사장(염지영)을 납치해 소녀(김민지)의 실종에 얽힌 의문을 추적하는 것이다. 무대 장치를 효과적으로 사용해 추리극의 서스펜스를 직조했다. 실종된 소녀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이 백미다. 소녀가 침대에 줄로 발이 묶인 채 객석으로 육박해 오면, 순간적으로 무대가 확장되는듯한 입체감이 있다. 암전된 상태에서 휴대전화의 불빛만으로 자신이 갇힌 곳을 살피면서 긴장감을 조성하는 대목도 여름에 맛볼 수 있는 스릴이 넘쳤다. 배관이 가득한 폐쇄된 지하 공간, 끊임없이 들리는 물소리도 여러 상상을 하게 한다. 소녀의 인상적인 등장은 실종의 전말을 궁금하게 만드는 동력이 됐다.
연극이 끝난 뒤 관객이 삼삼오오 내용을 추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풍부한 해석이 가능한 텍스트, 고심이 묻어나는 연출, 열연이 조화를 이룬 덕이 컸다. 비수기지만 300명 이상이 사전 예매를 했고, 첫 공연에만 80여 명이 객석을 채웠다. 제작진과 출연진이 지역 연극계에서 쌓아온 신뢰를 가늠할 수 있었다.
▶21~31일 오후 8시(월요일 공연 없음) 부산 남구 대연동 나다소극장, 균일 1만 3000원, 010-9237-9390
박지현 기자 anyway@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