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기생이란 다만 뜬 사내들의 다정한 것이나 사랑하는 것인데, 누가 도의(道義)를 사모하는 기생이 있는 줄 알겠는가. 게다가 잠자리를 받아들이지 않아도 부끄럽게 여기지 않고 도리어 감복하니 더욱더 보기 어려운 일이로다."
율곡 이이가 각별한 정을 나누었던 기생 유지(柳枝)에 대해 쓴 글(柳枝詞) 중 일부다. 이이는 39세 때 황해도 관찰사로 부임한 후 해주에서 자신의 시중을 들게 된 12살짜리 동기(童妓) 유지를 만났다. 두 사람의 나이 차는 무려 27살. 이이는 총명하고 예쁜 유지를 귀여워했으나 가까이하지는 않았다고 한다. 이후 9년이 지난 뒤 이이는 명나라 사신을 맞이하는 원접사로 평야에 가는 길에 해주 관아에 들러 하룻밤을 지내게 됐다. 그날 밤에 율곡의 침소로 그를 애타게 염모해왔던 유지가 찾아왔다. 유지는 이날 이이를 모시려했으나 그는 이를 거절했다. 당시 그는 "내생이 있다는 말이 빈말이 아니라면 죽어서는 신선이 사는 나라에서 너를 다시 만나리"라는 글을 남겼다.
이 책은 조선을 대표하는 선비들의 사랑 이야기다. 이들의 절절한 사랑은 주옥같은 작품들을 탄생시켰다. 조선의 대표적 문장가인 최경창의 멋진 작품들은 그와 사랑을 나눈 홍랑이 없었더라면 탄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대학자 서경덕과 기생 황진이의 사연을 비롯해 잘 알려지지 않은 이황과 두향, 정철과 진옥, 임제와 한우, 최치원과 쌍녀분, 허균과 이매창, 신재효와 진채선 이야기 등 다채로운 선비들의 사랑 이야기가 실려 있다.
현재 영남일보 기자로 조선 선비들의 삶을 연구하는 칼럼니스트인 저자는 "조선시대 선비와 기생은 당대 최고의 지식인들이고 문학가이자 예술가들이라 할 수 있다. 자유로운 영혼을 가진 이들의 흥미로운 사랑이야기와 그 사랑이 남긴 주옥같은 시들은 시대를 초월해 큰 감동과 멋을 선사한다"고 말했다.
신수건 기자 giant@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