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후카다 코지 감독의 '하모니움'

끔찍한 풍금의 소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0-10 19:56:49
  •  |   본지 22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후카다 코지의 영화 '하모니움'은 충격적이다. 이 충격은 몇 가지 차원에서 이루어지는데 먼저 영화제목 '하모니움'에서 엿볼 수 있다. 하모니움의 의미인 '풍금'은 페달을 밟아 바람을 일으켜야 연주가 가능한 악기이다. 이때 풍금의 바람은 물리적 바람이 아니라 영화의 내용과 인물의 정서나 느낌으로 변용된다. 이 정서와 느낌은 대위법이나 화성학의 규칙이나 절차(영화 문법)와 무관하게 이루어져, 관객들을 질식하게 만드는 소리를 자아낸다. 그때, 극장의 객석은 풍금이 낼 수 있는 소리 범위를 벗어나, 끔찍한 사운드 스케이프를 만들어낸다.

이 끔찍함은 살인과 치정, 자살 범벅으로 전개된다. 남편과 남편 친구의 비밀, 남편 친구와 아내의 비밀, 남편 친구와 딸의 비밀, 남편 친구 아들과 딸의 존재는 형상화되어 정직하게 화면으로 다 드러나지 않는다.

말하자면 영화에서는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야기들이 숨어 있다. 11년 전 남편과 친구의 살해사건, 딸의 사고, 8년 간이라는 공백이 주는 무지로 인해 관객들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객석에 머무르게 되고, 관객들은 영화적 고통에 무방비로 대처할 수 없게 된다.

해결되지 않고 영원히 반복되고 영속될 것 같은 '사건'에 영화적 인물들이 내몰릴 뿐만 아니라, 관객들도 영화적 해결에 안정감을 누리지 못한다. 그래서 영화는 영화로 머물러 있지 않고 현실로 육박해 들어온다. 영화의 카메라가 철공소와 가족 공간(거실)을 떠나지 않고 배회하고 있는 것은 철저히 상식적이고 일상적인 삶의 공간이 치명적이고 끔찍한 것을 내장한 장소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다.

영화적 인물들이 누리는 안정감은 '죄의식' 혹은 '부채감'을 기반으로 해서 이루어져 있다. '죄'는 해소되지 않고 반복되고 변형될 뿐만 아니라 영속된다. 남편의 죄는 딸의 '장애'를 통해 해결한 것처럼 생각하거나, 아내의 욕망이 불러온 죄는 '결벽증'과 '환영'으로 나타난다. 죄는 해결되는 법 없이 자리를 바꿀 뿐이며, 심지어 남편의 친구가 사라진 후, 그 자리는 남편의 친구 아들이 철공소 견습공으로 대체된다. 그래서 가족의 안정감은 위장에 지나지 않는다.

영화 '하모니움'의 카메라는 이 얇은 막을 한꺼풀 벗겨냄으로써, 곪아버린 상처를 흩뿌린다. 그런데도 남편과 아내는 아무것도 해결하지 못한 채로 함께 지낸다. 딸을 보살펴야 한다는 명목이, 마땅한 벌을 받아야 할 남편 친구 야사키를 단죄해야 한다는 이유 때문이다. 그러나 야사키의 행적을 찾을 수 있을지 의문이다. 야사키를 만난다고 해도 부부가 무엇을 할 수 있을까. 이 가족에게 미래는 없다. 더 이상 풍금(하모니움)을 연주하지 못하는 것처럼.

김필남·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2. 2"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3. 3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4. 4[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5. 5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6. 6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7. 7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8. 8트럼프 “韓 알래스카 안 해도 괜찮다…더 청구하면 돼”
  9. 9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10. 10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1. 1軍 “北, 동해상으로 미상 발사체 발사”
  2. 2추미애 “김지용, 언제든 국민과 정의에 등 돌릴 수 있는 자”
  3. 3靑, 北 탄도미사일 발사에 긴급회의…“안보리 위반, 즉각 중단 촉구”
  4. 4‘교정시설 조성 지원 특별법’ 발의…부산구치소·교도소 통합 뒷받침
  5. 5[속보] “전두환 내란 아냐” 김태규 ‘제명 촉구 결의안’의결
  6. 6김민석 부산 찾아 “전재수 시정 성공시키겠다”
  7. 7부산 국힘 “보좌진 유죄 선고…전재수 시장, 시민에 사과해야”
  8. 8李대통령 “우크라, 상대국 원수 거짓말쟁이 만들어…사과 거부시 추가 조치”
  9. 9[속보]우크라 외무 “한국 중요해…외교적 오해 해결바라”
  10. 10국힘, 중수청 앞서 “범죄자 천국될 것” 여론전(종합)
  1. 1"삼전닉스 ETF 출시 때 투자자 보호 대신 시장 확대만 급급"
  2. 2“가덕 공사비 증액 법 개정 앞서 정부 약속부터”(종합)
  3. 3삼성중공업, 올해 LNG운반선 20척 수주. 글로벌 경쟁력 입증
  4. 4"건보료 재정누수 심각…1000만원 초과 고액체납 2배 급증"
  5. 5동래 플래그십 문 연 ‘르노’…미래차 R&D센터 내년 오픈
  6. 6최태원, 9440억 규모 SK 지분 매각 결정…노소영 재산분할액과 같은 규모
  7. 7국민·하나·부산은행도 당했다…금융권 해킹 피해 확산(종합2보)
  8. 8북극 누빈 아라온호, 항로예측 기틀 마련
  9. 9신한은행 해킹 서버서 “‘중국어 AI 침투도구’ 흔적 발견”
  10. 10대선주조 부산 문화 앞장…‘부산국제록페스티벌’ 8년째 후원 행보
  1. 1[속보]만취상태로 예인선 오르던 선원 추락사…법원 “직무상 재해”
  2. 2[속보] 투자사기 치고 돈세탁은 카지노 칩으로…40대 징역 1년8개월
  3. 3LH 미매각 토지 22조 육박…19년간 못 판 상업용지도
  4. 4부산에 하나 뿐인데…‘부산예대’ 내년 2월 문 닫는다
  5. 5“능인선원 매각 협상 나서라” 국제신문 사활 건 총력투쟁
  6. 6“택시부제 풀었더니 매출이 쑥”…밀양시, 시범운영 거쳐 전면 해제
  7. 7준비 덜 된 경찰시대…‘대국민 수사 실험’ 우려
  8. 8‘반쪽’ 자갈치 축제…내홍에 창립멤버 어패류조합 빠졌다
  9. 9김해시민 민생회복지원금, 2주 만에 지급률 80% 돌파
  10. 10시민이 만든 '부캉이' 공공 자산으로…부산시, 상표권 독점 막는다
  1. 1송교창·최준용 빠진 KCC…‘루이스 킹’ 희망될까
  2. 2KLPGA 대회 처음 부산서 여는 HJ重… “지역과 상생할 것”
  3. 3메치고 쏘고…한국 유도·양궁 ‘금빛 데이’
  4. 4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인도에 져 은메달…8연패 무산
  5. 5성적 부진·단장 공백·감독 결별·구단주 경고…김해FC ‘사중고’
  6. 6자존심 지켰다…남자 양궁 리커브 단체전서 금메달
  7. 7LoL 대표팀, 대만 꺾고 아시안게임 금메달…무실 세트 제패
  8. 8돌아온 금빛 주역들, 프로야구 막판 순위·타이틀 경쟁
  9. 9HJ중공업, 8∼11일 KLPGA 챔피언십 대회 주최…부산서 처음 열려
  10. 10해볼 만하다…女축구, 8년 만의 AG 메달 도전
우리은행
얼굴에 담긴 이야기
코 성형과 마음 성형
미리보는 제31회 BIFF
해운대 벗어나 우리동네로…부산이 온통 극장이네요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사랑이 불가능한 시대의 가능한 사랑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약학박사 연륜이 깃든 시조집 外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노력과 성공은 비례하는가…현대사회 씁쓸한 이면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박자현-꾸지 않는 꿈
장승택-ayered Painting P60-11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기다림의 미학 /윤종순
빨래 /심여혜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추석 연휴 ‘암살자(들)’ 정상…2위 ‘타짜: 벨제붑의 노래’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10월 1일 (음 8월 21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30일 (음 8월 20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할아버지·아버지·본인·아들까지 정쟁으로 죽은 김제겸의 글
아침 산안개를 읊은 조선 전기의 문신 월헌 정수강
  • 맘편한 부산
  • 부산국제마라톤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