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부산메디클럽

[BIFF 리뷰] 켄 로치 감독의 '나, 다니엘 블레이크'

우리, 다니엘 블레이크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0-11 19:17:39
  •  |   본지 20면
  • 글자 크기 
  • 글씨 크게
  • 글씨 작게
목수, 다니엘 블레이크는 은퇴를 결정했다. 일을 계속하게 되면 심장이 견뎌내지 못할 거라는 의사 소견을 받아들인 것이다.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다니엘은 걱정하지 않았다. 평생 노동자로 성실히 살아온 그의 노후를 국가가 책임져 줄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기 때문이다. 복지란 시민이 누릴 수 있는 최대의 권리와 혜택이 아니던가.

하지만 믿을 수 없게도 다니엘은 질병수당 심사에서 탈락한다. 심장만 빼고 모든 부분이 건강해 보인다는 이상한 논리 때문이다. 탈락에 항의를 해보지만 저 관료들은 매뉴얼에 적힌 말만 기계처럼 되풀이할 뿐이다. 다니엘은 지금까지 자신이 믿고 지지했던 이 세상이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불합리하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다니엘은 두 아이를 둔 싱글맘 케이티의 힘든 상황을 이해하고, 옳지 못한 일을 하는 이웃에게는 충고하고, 그들의 말에 귀 기울이는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이 좋은 사람을 보호하고 지켜줘야 할 정부는 어디 있는가. 정부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관료는 약속시간에 10분 늦은 싱글맘 케이티와 언제 심장마비가 올지 모르는 노인 다니엘에게 원리 원칙만을 강조하며, 그들을 제재하고 관리해야 할 상품쯤으로 취급한다. 여기서, 끔찍한 건 다니엘의 이야기가 어딘가에서 보았고, 들은 것처럼 아주 익숙하다는 사실이다.

주지하다시피 켄 로치 감독은 대처리즘을 한결같이 비판해 온 감독이다. 대처리즘이 주도한 시장의 무한경쟁('자유'라는 이름으로)이 어떻게 약자를 억압하고, 인간의 존엄을 말살시키는지 자신의 영화들을 통해 똑똑히 지켜보게 했다. 그런데 그것을 비단 영국만의 문제라고 할 수 없어 보인다. 쌍용자동차, 한진중공업의 대량 해고자들은 여전히 그들만의 싸움을 이어가고 있으며, 산업정책에 희생된 수많은 노동자들은 자신의 무능함 때문에 문제가 발생했다고 자책하기도 한다.

사실 우리 주위의 사람들 대부분이 비정규직이고 실업자다. 우리는 언제든 직장을 또는 인생을 잃을 수 있다는 불안감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지금도 그 불안 때문에 동료를 경쟁자로 취급하거나, 자신의 몸을 혹사시키며 계약을 갱신하는 중일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우리는 우리끼리 서로 싸워야만 하는가? 타인과 나의 삶을 돌보는 데 등한시하고 미래를 위해서만 살고 있는가.

영화 '나, 다니엘 블레이크'에서는 다니엘이 겪은 부당함이 그의 잘못 때문에 발생한 일이 아님을 추적하고 있다. 인간의 가치보다 이익의 극대화를 우선시 하는 정부와 무능한 관료제에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그러하니 우리는 다니엘이 겪은 일을 동정하지 않아야 한다. 그가 겪은 부당함에 '분노'해야 한다. 바로 우리 모두가 '다니엘 블레이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아니, 이미 '나'는 다니엘 블레이크인지 모른다.

김필남·영화평론가
ⓒ국제신문(www.kookje.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국제신문 뉴스레터
국제신문 네이버 뉴스스탠드 구독하기
국제신문 네이버 구독하기
뭐라노 뉴스

 많이 본 뉴스RSS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3. 3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4. 4[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5. 5[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6. 6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7. 7[속보] 靑 “우크라, ‘북한 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렸다”
  8. 8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9. 9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10. 10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1. 1[속보] 이 대통령, 유시민 겨냥 "국가보안법 폐지 주장하다 독소조항 삭제 못해"
  2. 2우크라 “북한군 포로 한국행, 韓과 직접 대화…비밀이송은 이상했을 것”
  3. 3[속보] 靑, DMZ 지뢰 사고 조사 “철저히 규명할 것”
  4. 4[속보] 이 대통령, 임기 관련 "2030년 6월 2일 넘기는 일 절대 없어"
  5. 5조국 "조희대, 이 대통령 인정 안해" 장동혁 "조희대 탄핵하면 李 탄핵"
  6. 6장동혁 “한동훈 ‘당원게시판’ 사건 수사 중…복당 언급 부적절”
  7. 7합참의장, DMZ 지뢰 폭발 부대 방문해 현장조사 준비 점검
  8. 8靑 "우크라 '北포로 송환' 발표 전 한국에 알려와" (종합)
  9. 9국힘, 지뢰 사고 조사 지연 비판... "보고 체계 공개" 촉구
  10. 10청와대 ‘검찰개혁 국민 속였다’ 유시민에 법적 대응 검토
  1. 1집세 받는 미성년 집주인?…올해 20세 미만이 산 주택 115건
  2. 2세금 안 낸 '억대 유튜버' 작년만 총 17명…당국, 239억원 추징
  3. 3[차호중의 재테크 칼럼] 통화량과 물가
  4. 4다대소각장 개발 다시 원점…부산시, 부지매각 해지 결정
  5. 5HJ重 올해 8척 ‘릴레이 수주’…대형선 경쟁력 입증
  6. 6북항 핫플만든 인싸 상어 '부캉이', "인기 덕 좀 봅시다" 마케팅 열풍
  7. 7가덕신공항 부지공사 기본설계 정부심의 통과
  8. 8[한 손 뉴스] 국산 전투기로 영공 수호…KF-21 공군 1호기 배치
  9. 9바리스타 심사위원이 만든 스페셜티
  10. 10홍지선호 국토부 출범 “公기관 2차이전 속도”(종합)
  1. 1부산 울산 경남 흐리고 밤부터 가끔 비
  2. 2귀성·귀경 행렬로 고속도로 정체…서울→부산 8시간 40분
  3. 3귀성·귀경길 정체 지속…부산→서울 8시간10분
  4. 4호주 시드니 총격 사건 세 번째 용의자 체포…한국계 20대 남성
  5. 5민형배 전남광주시장 “제주항공 유족 위해 특별팀 다시 꾸릴 것”
  6. 6추석 저녁 귀성길 정체 해소, 귀경길은 다소 혼잡
  7. 7'부캉이' 북항 놀러 왔다가 덜컥 정착?…부산 명예홍보대사 도전
  8. 8대구도 ‘돔 유치’ 참전…부산 부지·재원 서둘러야 국비 선점
  9. 9장기체류 ‘부캉이’ 연휴 뒤 외해로 유도할 듯(종합)
  10. 10수해 상처 여전한 거제, 전국서 ‘한가위 온정’
  1. 1[속보] ‘평균대 유망주’ 황서현, 아시안게임 기계체조 금메달
  2. 2한국 여자 축구, 우즈벡에 6-3 승리로 준결승행
  3. 3류지현호, 일본에 0-5 영봉패
  4. 4[속보] 한국 3대3 남자 농구, 아시안게임 사상 첫 금메달
  5. 5이민성호, 베트남 4-0 완파하고 준결승 진출
  6. 63경기 1실점 철벽 마운드 韓, 조1위 슈퍼라운드행
  7. 7父 여홍철과 어깨 나란히…여서정, 8년 만에 도마 금메달
  8. 8여서정·안세영·우상혁…‘금빛낭보’ 기대
  9. 92전 전승 한국축구, 조 선두로 8강 진출
  10. 10송세라, 항저우 한 풀었다…AG 첫 ‘금빛찌르기’
박물관에서 꺼낸 바다
지볼트의 ‘일본’과 조선인들
최진숙의 유네스코 세계 유적지 이야기
붉은 요새, 그 절제 뒤 숨겨둔 보석같은 이슬람 건축
궁리와 시도 [전체보기]
노동 운동부터 계엄까지…예술로 사회문제 비추다
비바람 견뎌낸 그의 회화…마침내 ‘고정관념 감옥’서 해방
김민우의 인서트 [전체보기]
환상이 불러일으킨 파국
정답 없는 가족의 기록
문화레시피 [전체보기]
‘부산 발레’ 낙동강 타고 새 물길 열다
붉은 빛 조명, 배우·합창단의 호연…눈앞에 다가온 부산오페라하우스
박현주의 신간돋보기 [전체보기]
익숙한 물건에 깃든 삶의 온기 外
인간 빈자리 차지한 반려 로봇 外
박현주의 책 이야기 [전체보기]
히말라야 빙하 붕괴로 대참사…더 심각해진 기후 재난
세계유산 ‘한국의 갯벌’ 얼마나 알고 있나요
아침의 갤러리 [전체보기]
이소윤-sky above,river below,and birds between
김민정-도시의 숲
이 한편의 시조 [전체보기]
빨래 /심여혜
잡는 법 /김만옥
주말 영화 박스오피스 [전체보기]
‘인턴’, ‘오디세이’ 제치고 정상…허진호 감독 ‘암살자(들)’ 예매율 1위
‘오디세이’ 6주 연속 1위 질주, 역대 외화 관객 수 7위 올라
오늘의 운세- [전체보기]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3일 (음 8월 13일)
오늘의 운세- 2026년 9월 22일 (음 8월 12일)
조해훈의 고전 속 이 문장 [전체보기]
추석 때 사람들 만나 술 마시며 시 읊은 조선 중기 권벌
1740년 영조가 성균관 문묘서 석전 거행 때 남태회가 지은 시
  • 2026 국제환경에너지산업전
  • 국제골프아카데미
  • 부산국제마라톤
  • 어린이청소년경제아카데미
  • BNK생명나눔챌린지
  • 유콘서트
걷고 싶은 부산 그린워킹 홈페이지
국제신문 대관안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