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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IFF 리뷰] 네이트 파커 감독 '국가의 탄생'

흑인의 역사 그리고 미국의 탄생

  • 디지털콘텐츠팀 inews@kookje.co.kr
  •  |   입력 : 2016-10-14 20:31:41
  •  |   본지 1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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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 이전에 몽타쥬라는 영화언어를 발명한 그리피스 감독의 '국가의 탄생'이 먼저 있었다. 100년 전에 만들어진 이 영화는 국가의 탄생을 백인들의 투쟁에 포커싱하고 있다. 전자가 남북으로 분리된 미국의 갈등이 노예 문제로 기인한 것이었음에도 주인인 백인들 사이의 정치적 선택으로 문제를 치환해 보여주었다면, 후자는 그 역사를 흑인 노예의 위치에서 조명한다. 말하자면 노예 해방은 링컨의 선언이 아니라, 노예들의 자기해방, 능동적 쟁취의 역사라는 뜻이다.

네이트 파커 감독의 '국가의 탄생'은 1831년 버지니아 주에서 발생한 흑인 노예 폭동을 주도한 '넷 터너'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다. 글자를 읽고 쓸 줄 아는 넷은 성경공부를 시작하고 흑인 노예들의 전도사가 된다. 노예들은 성경에 위안을 얻지만 하느님은 믿지 않는다. 하느님이 있다면 어찌 인간이 인간의 목에 줄을 달아 개처럼 끌 수 있으며 백인이 흑인을 강간하는 걸 당연히 여길 수 있겠는가.

넷은 흑인 노예의 참상에 성경을 읽을 수 없는 상태가 되지만, 주인의 명령이 있기 전까진 어떤 행동도 생각도 할 수 없다. 그것이 노예의 삶이다. 넷은 흑인에 가해지는 폭력의 세기가 강해질수록 그들만의 연대, 결속이 필요함을 깨닫는다. 비록 그의 흑인해방운동은 실패하지만 위대한 시작지점임은 분명해 보인다.

그래서 영화의 카메라는 넷의 슬픈 얼굴과 비장미 넘치는 얼굴 등을 클로즈업하며 그의 감정적 변화에 주목한다. 이런 방식은 넷의 각성이 흑인노예운동을 가져오는 계기로 이어지지만 넷 이외에 다른 흑인들의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약점이 생긴다. 이는 흑인해방운동을 흑인들의 연대가 아닌, 단 한 사람만을 신화화하려는 의도로 보여 불편하다.

또한 영화는 주인(백인)의 시선이 아닌 흑인 노예의 투쟁을 재서술하는데 '페이드 아웃'을 전략적 카메라로 활용한다. 이러한 전략은 관객들로 하여금 흑인 노예의 삶을 정서적으로 통합시키려 들지 않는다. 즉 흑인의 삶을 동정적 시선이 아니라 미국 탄생의 계보와 연결하려는 의도다. 주지하다시피 흑인 노예 해방조차 백인들의 민주적인 절차와 선택으로 결정되었다. 백인의 의지가 아니라 흑인의 노역과 고통, 폭력에 저항하며 이룩해낸 '새로운' 미국인 것이다.

미국의 탄생을 흑인의 시점으로 포착하는 이 영화는 미학적 성취와 뛰어난 연출을 자랑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흑인 노예의 삶을 사실적으로 재현하는 등 관객의 시선을 끌 여지는 충분해 보인다.

김필남·영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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