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신장애인·교도소 수형자들에
- 문학 가르치는 프로그램 운영
- '사람, 나를 이야기하다'로 펴내

- "사람으로서 자존감 느끼는 것
- 인문학의 힘이자 예술의 가치"

'예쁜 봉우리 열리면/고운 향기를 내뿜는다./꼭꼭 싸매어둔 꽃이야기를 들으며/우리도 옹기종기 이야기를 한다.' -꽃피우기/황○ 수-

	빈빈 김종희 이사장이 사무실 입구에 걸어놓은 정신장애인의 시화 앞에서 활짝 웃고 있다.

"이 시를 찬찬히 보세요. 자신의 감정만 들여다보는 정신장애인이 쓴 것이라고 여겨지나요? 문학이 마음의 병을 고칠 수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죠."

부산 수영구 남천동 주택가에 위치한 ㈔문화공간 빈빈 입구에 알록달록 색을 입힌 시화가 여러 장 붙어 있다. 빈빈 김종희(50) 이사장이 일일이 읽어보라고 권유해 유심히 봤더니 흔들리는 인간의 감정이 진솔하게 느껴져 마음이 울렁거렸다.

"'조현병' '정동장애(조울증)'라는 '장애'를 가진 이들이 쓴 시라고 믿어지나요? 인간은 누구나 감정이 왔다 갔다 하고, 정신장애인은 그 폭이 더 클 뿐입니다. 그들이 문학을 만나 감성을 발견하고 이 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으로 자존감을 느끼게 되는 것, 그것이 인문학의 힘이자 예술교육의 가치일 거예요."

1999년 신춘문예 당선 이후 수필가로 활동한 김 이사장은 2010년 인문교육공간 '빈빈'을 만들고 정신장애인과 교도소 수형자들을 대상으로 '문학'을 가르치는 인문예술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그간의 과정과 소감, 그들이 쓴 시를 담은 '사람, 나를 이야기하다'(도서출판 선은)를 최근 펴냈다.

"저 또한 감정의 변화가 컸던 사람이에요. 하지만 문학을 붙잡고 감정의 폭을 시와 수필로 풀어내며 한 인간으로 성장할 수 있었어요. 저의 경험을 마음이 아픈 사람들과 나누고 싶어 정신장애인에게 문학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6년간 하다 보니 성과가 서서히, 뚜렷하게 나타났어요."

그는 문학 교육을 2010년 시작했다. 그간 부산·경남지역 정신장애인시설 11곳에서 200여 명이 참여했다.

'가족'과 같은 주제를 주면 시를 쓰고 일주일 뒤 그것을 여러 사람 앞에서 발표하는 시간을 몇 주간 거듭 가졌다. 1년에 두 번씩 유치환 시인 등 문인의 생가를 찾아 사색에 잠기며 문학적 상상력을 펼치도록 했다. 그렇게 쓴 시는 매년 시화집과 시 낭송회, 시화전 등의 방법으로 발표했다. 지금은 시설마다 생활문학동아리까지 결성돼 왕성하게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문학은 여백과 펜만 있다면 말하고 싶은 것을 나의 언어로 말할 수 있어요. 정신장애인은 후천적으로 마음의 병을 얻은 사람입니다. 이들에게 시는 내면을 깊숙이 들여다볼 수 있게 해주었고, 또 그렇게 쓴 시를 낭송하며 나와 남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게 되었죠. 그 과정에서 사회성이 길러지고, 마침내 그 사람들의 변화도 일어납니다."

교도소 수형자들과 문학의 만남도 같은 맥락에서 시작했다. 김 이사장은 2011~2014년 청송교도소 등 전국 4개 교도소에서 무기수, 장기수 등 40여 명을 대상으로 문학을 가르친 '나는 날마다 신화를 꿈꾼다'를 진행했다.

"수형자는 본인 스스로 변화하는 것이 중요하죠. 자기와 화해, 사회와 화해를 시도하는 데 문학만큼 좋은 게 있을까요. 교도소에서 번호로 불리던 이들에게 '이름'을 불러주고 그걸 주제로 시를 써보라고 했더니 어느새 자신의 존재와 가치를 고민하고, 가족 등 남을 생각하며 '내가 왜 여기 들어왔는지' 생각하더군요. 모두의 마음에 선한 씨앗이 있는데 그걸 건드리면 닫힌 마음에 균열이 생기며 벽이 사르르 녹아내리죠."

김 이사장은 그동안 진행한 인문예술 프로그램의 과정과 반응, 그들이 쓴 시와 감사 편지 등을 책에 담았다. 누구든지 책을 보고 소외된 이웃에게 문학을 가르쳤으면 하는 마음에서라고 했다.

"정신장애인과 교도소 수형자 모두 우리와 차이가 있을 뿐 사회를 함께 사는 구성원이에요. 문학이 그들의 닫혀 있던 마음을 열고 변화를 끌어낸 것을 보면서 더 많은 이가 문학을 접했으면 해요. 그러면 편견도 사라지지 않을까요."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