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면과 본질적 가치 꿰뚫는
- 러시아문학 같은 영상 미학
- '희생' '솔라리스' 등 8편 소개

- 상업작품에 길들여진 관객
- 오랜만에 지적 갈증 풀 기회

부산 해운대구 영화의전당은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30주기 특별전-타르코프스키와 소쿠로프'를 오는 12일부터 다음 달 11일까지 개최한다. 옛 소련 출신의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1932~1986) 감독은 영상미의 정점을 보여준, 세계 영화사에서 손꼽히게 중요한 인물이다.

	타르코프스키의 작품'안드레이 루블료프'.

그는 한국 영화 문화에서도 각별한 의미를 갖는다. 1990년대 국내에서 예술영화관이 느는 가운데 '씨네21'과 '키노' 등 영화잡지가 창간(1995년)되고, 국내 최초 국제영화제인 '부산국제영화제'가 출범(1996년)했던 한국 영화문화 황금시대에 타르코프스키가 나타났기 때문이다. 그는 당시 영화광들의 넘치는 열정과 지적 갈증을 '해갈'하러 나타난 존재였다.

타르코프스키로 박사 논문을 쓴 동의대 김이석(영화학과) 교수는 "타르코프스키는 국내에선 책을 통해 먼저 소개됐다. 1986년 세상에 처음 공개된 그의 마지막 작품인 '희생'이 국내에는 1995년 2월에야 개봉했다. 오랜 기다림 때문인지 관심은 최고조에 달했지만, 낯선 영화 형식에 당황한 것도 사실"이라고 말했다.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

김 교수는 "당시 관객이 이 영화를 어떻게 수용했는지 알 수는 없지만, 그때 국내 팬들이 품었던 다양한 장르에 대한 열정, 지적 호기심이 타르코프스키를 통해 표출됐고 그 같은 현상이 한국영화의 지평을 넓혔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상영이 그때의 기억을 떠올리고 새로운 영화적 체험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황금시대'를 지나온 한국 영화 시장은 더욱 크고 화려해졌다. 동시에 산업이 돼버린 영화는 예술의 영역보다는 관람이 끝나면 버려지는 소비품목이 되어가고 있다. 잘 짜인 상업영화만이 남은 오늘 '영화는 영화가 끝난 후에 비로소 시작된다'는 말은 진부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김 교수는 "타르코프스키는 19세기 러시아 문학의 전통을 영화라는 20세기적 예술 형식을 통해 구현하고자 했다"며 "내면적이고 본질적인 측면을 추구했던 타르코프스키의 영화를 통해 우리가 영화를 보는 '습관과 태도'를 다시 한 번 생각해봤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번 기획전을 마련한 영화의전당 허문영 프로그램 디렉터는 "당시 열광했던 타르코프스키에게서 발견치 못했던 관능성을 체험하길 바란다. 그의 영화는 여전히 매혹적인 수수께끼의 보고다"고 설명했다.

특별전에서는 타르코프스키가 학생 시절 만든 단편영화 '증기기관차와 바이올린(1961)'을 비롯해 '이반의 어린 시절' '안드레이 루블료프' '솔라리스' '거울' '잠입자' '노스탤지어' 그리고 마지막 작품인 '희생(1986)'까지 그의 장편영화 8편을 모두 상영한다. 타르코프스키의 후계자로 꼽히는 알렉산드르 소쿠로프의 작품도 데뷔작 '인간의 고독한 목소리'를 비롯해 14편 상영한다.

오는 25일 '21세기에 타르코프스키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김이석 동의대 영화학과 교수', 26일 '내가 타르코프스키를 좋아하는 이유-황현산 문학평론가', 다음 달 3일 '소쿠로프의 심미주의에 대한 비판적 읽기-정성일 영화감독' 특별강연도 열린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