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인이 쥐는 초밥은 아무나 흉내 낼 수 없다. 매번 같은 밥의 양과 생선을 적절한 비율로 만들어 내는 일은 수십 년 간 초밥을 쥐어온 장인의 섬세한 손끝 감각이 해내기 때문이다. 혀와 뇌로 초밥의 맛을 느끼고 상상하지만, 손과의 긴밀한 협조는 쉽지 않다. 그래서 손은 '행위하는 감각기관'으로 정의되기도 한다. 의학박사 마르틴 바인만은 육체가 그저 뇌의 명령에 따라 움직이는 도구라는 인식을 반박했다.

도구를 써서 직접 물건을 만드는 모습. '손의 모험' 저자들은 '내 손을 직접 만드는' 체험이 주는 장점을 들려준다. 코난북스 제공

손의 모험은 우리가 어느새 거대한 시스템에 종속되어 자신을 잃어버린 오늘, 손의 감각을 깨운 '만들기'로 자존감을 회복하라고 권한다. 시각디자인을 공부하고 웹디자이너로 일하던 선윤아 씨, UX 디자이너로 일했던 박지은 씨, 도예와 제품디자인을 공부했던 정혜린 씨는 각자의 분야에서 안정된 삶을 살다가 '순응하며 작동하지 않고 작으나마 내 손끝으로 제작하고 싶어서' '결국 이윤을 내는 데 목적이 있어 정해진 답에 맞추는 것이 싫어서' 등의 이유로 2013년 '릴리쿰'을 결성해 서울 용산구 이태원에 문을 열었다.

이들은 '스스로 생산할 능력이 있다면 사회에서 낙오하거나 제대로 살아갈 수 없을 거란 두려움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한다.

'손의 모험'은 릴리쿰을 시작한 뒤 3년간의 경험을 풀어낸다. 저자들은 서문에서 '단언컨대, 매번 실패했다'고 시작한다. 그럼에도 소비사회에 맞서서 만들기로 저항하는 사람들의 의미 있는 '메이커 운동', 스스로 만들고 고치고 공유하는 삶으로 자신을 둘러싼 세계를 이해하려는 노력, 그리고 그중 일부라도 스스로 장악하며 삶을 만들어가려는 릴리쿰과 사람들의 생생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롭다. 국내외 풍성한 사례는 소비사회에 지친 이들에게 새로운 대안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안세희 기자 ahnsh@kookj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