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는 다양한 캐릭터의 향연이 눈길을 사로잡는 영화다.

'감시자들'(2013)로 흥행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은 조의석 감독이 선물 내용(각본)을 직접 골라 담아 마지막 포장(연출)까지 담당했다.

조 단위 규모의 금융사기 사건을 벌이는 금융조직 원네트워크의 진회장(이병헌)과 지능범죄수사대 김재명 팀장(강동원), 둘 사이를 오가면서 자기 살 궁리를 하는 진회장의 브레인 박장군(김우빈)의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영화의 큰 줄기다. 세 배우는 자기만의 색깔이 뚜렷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중 이병헌의 카리스마는 단연 돋보인다. 이병헌은 희대의 사기꾼이면서 사람을 믿지 못하는 냉혈한 진회장 역을 맡아 '내부자들'(2015)의 안상구와는 또 다른 팔색조 연기를 펼친다.

체육관에 모인 수만 명의 다단계업체 회원들 앞에서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명연설을 하거나, 필리핀으로 도주한 뒤 특유의 악센트까지 살린 필리핀 영어를 구사하며 외국 정부를 상대로 사기를 치는 장면 등 면모가 상황에 따라 시시각각 돌변한다. 조 감독은 진회장의 롤모델로 희대의 사기꾼 조희팔을 떠올렸다고 했다. 강동원은 그런 진회장을 쫓는 경찰이다. 단순히 사기꾼 한 명을 잡아넣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돈을 받은 권력층의 썩은 싹까지 모두 도려내겠다는 것이 목표다. 처음으로 형사 연기에 도전한 강동원은 자동차 추격신 등에서 강도 높은액션 연기를 선보인다.

'기술자들'(2014)에서 뛰어난 두뇌를 지닌 금고털이로 나왔던 김우빈은 이번엔 어디로 튈지 모르는 컴퓨터 프로그램 전문가로 등장한다. 이외에도 지능범죄수사대 경위 신젬마 역의 엄지원, 검사 출신 엘리트 변호사 오달수, 원네트워크의 홍보이사 김엄마 역의 진경까지 조연 배우들마저 각각 개성 강한 캐릭터를 선보인다. 이처럼 선물 하나하나를 뜯어보면 훌륭하다. 문제는 전체적인 만족감이 개별 선물의 합보다 크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쫓고 쫓기는 추격전이 핵심인데, 긴장감과 긴박감이 살아나지 않는 편이다.

조 감독이 전작인 '감시자들'에서 탄탄한 구성과 긴장감 있는 연출로 호평을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다소 의외다. 등장하는 모든 캐릭터를 다 살리려다 보니 캐릭터의 입체감이 다소 떨어진 점이 그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특히 관객들이 가장 공감할 만한 인물인 경찰 김재명 캐릭터는 지나치게 단선적이다. 한번 정한 목표로 무조건 직진하는 사명감 있고 두뇌가 뛰어난 형사인데, 그의 목숨 건 활약에도 통쾌함이 덜한 편이다.

극 전반부에 세 주인공의 속고 속이는 두뇌 싸움도 밋밋하게 전개되는 편이다. 서로를 속이기 위해 친 덫에 너무 쉽게 걸리는 탓이다. 그래서 세 배우의 시너지가 폭발하는 순간이 너무 뒤늦게 찾아오는 감이 없지 않다.

이 영화에는 뇌물을 받고 사건을 무마해주는 고위공무원이나 서민들의 쌈짓돈을등치는 사기범까지 현실의 뉴스에서 자주 보던 장면도 많이 등장한다.

정세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