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심을 거쳐 본심에 오른 응모작은 모두 8편이다. 이들 작품은 노년, 정리해고자, 폭력피해자, 소수자 등의 상처와 고통을 다채로운 시각으로 드러냈다.
상처 입은 자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에서 응모자들이 소설 쓰기에 품은 웅숭깊은 뜻을 알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자들은 구차하고 남루한 삶을 다루되 평면적 구성을 면하지 못한 작품, 도발적인 발상을 지녔으되 소설로서의 매혹을 갖추지 못한 작품, 독자가 따라 읽기 어려운 작품을 배제할 수밖에 없었고, 최종적으로 정희로의 '흉'과 양정규의 '화분'을 두고 논의하였다.

'흉'은 남부러울 것 없는 부부가 느닷없이 들이닥친 횡액으로 고통을 겪고 삶의 빙벽 앞에서 좌절하지만, 상처를 딛고 일어설 가능성을 놓치지 않는다. '화분'은 성장기의 모성 부재로 인해 심리적 외상을 입고 성년이 되어서도 여러 병원을 전전하는 등 불안에 장악된 인물의 일상을 다룬다.

'화분'과 비교해 '흉'은 작가의 작의가 뚜렷하지만, 상황의 설정과 전개가 낯익은 것이고 서술의 긴밀성에 아쉬움이 적지 않다. '화분'은 얼개가 다소 느슨하고 인물의 비대한 자의식이 부담스럽지만, 작중인물의 불안이 우리 주변에 살아 있는 사람의 생생하고 자연스러운 감정으로 다가온다. 특히 빈틈없이 구성된 문장은 독자의 읽기를 견인하는 힘을 지니며, 이 미덕은 작가가 오랫동안 갈고닦은 노력의 결과물이라고 여겨진다. 향후 작가가 도달할 수준 높은 성취를 믿고 '화분'을 당선작으로 선정했다. 당선자와 함께 기쁨을 나누고 싶다.


▶본심 심사위원=황국명 문학평론가, 한창훈 소설가

▶예심 심사위원=전성욱 문학평론가, 나여경 소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