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길을 여러 해 동안 묵묵히 걸었다. 약학도가 감성을 조율하는 글을 쓰자니 그 흐름이 자꾸만 덜컥거렸다. 턱을 깎고 모를 죽이며 다듬기를 거듭했다. 언어를 조탁하는 일은 수신(修身)과 같았다. 운율이 조금씩 매끄러워지자 시상(詩想)이 살아난다는 느낌이 들었다.
한때 흐트러지려는 마음을 다잡기 위해 국궁을 취미로 삼은 적이 있었다. 한번 시위를 떠난 화살은 되돌릴 수가 없다. 거리를 가늠하고 바람을 감안해 화살이 과녁의 중심에 꽂히도록 해야 했다. 과녁에 명중시키는 것은 화살이 아니라 전신의 힘이 실려 있는 시위와 그것을 다스리는 마음이었다.
멀고 지루한 길이었다. 끝이 보이지 않는 사막을 정처 없이 홀로 걷는 것 같았다. 사서 고생한다는 말을 들을 때마다 포기할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여기서 멈추면 길을 잃은 화살이 될 것 같았다. 목표를 향해 다가가려는 의지와 노력이 있으면 과녁에 정확히 명중한다는 믿음이 힘이 되었다.
시련 속에서 뽑아 드는 또 한 대의 화살, 시조! 나라 시(詩)인 시조는 난세에 흩어진 마음을 아우르는 명약이 아닐까 싶다. 삼장 육구 열두 마디에 실리는 가락 가락을, 올 고운 국수 면발처럼 뽑아내려면 또 얼마나 먼 길을 가야 할지….
과분한 자리를 내주신 국제신문과 어설픈 글에 따뜻한 눈길을 보내주신 이우걸, 전연희 심사위원님께 경의와 감사를 드린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도록 더 낮은 자세로 정진하겠다는 다짐을 한다. 그리고 막힌 운율에 혈을 터주신 선생님께 감사드리며 격려를 아끼지 않은 아내를 비롯한 가족들, 애정으로 응원해 준 선후배님에게도 고마움을 전한다.
▶약력=1939년 울산 출생. 약학박사, 철학박사, 울산제일고등학교 설립자 겸 이사장. 울산광역시 교육위원회 의장 역임. 2015년 제1회 매일시니어 문학상 시조 부문 우수상, 2015년 제6회 경북문화체험 전국수필대전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