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 전국 최초 관련 조례 제정
- 2019년까지 5년 간 218억 투입
- 선제적인 정책 불구 추진 미미

- 독자 영역을 공공 영역에 묶어
- 일자리 창출·산업으로 바라봐
- 상당수의 육성·지원 계획들
- 신규 사업 없고 재포장 수준

- 청년문화위·부산문화재단 등
- 관 주도·친목, 창구 역할 못해
- 4월 민·관거버넌스 신설에 희망

"청년문화는 새롭고 다양한 것을 창조하고 지향하는 과정에서 형성된 사회구성원들의 행동방식, 가치관, 규범 등의 생활양식이 반영된 문화를 말한다."

2013년 부산시의회는 전국 최초로 '부산시 청년문화 육성 및 지원에 관한 조례(이하 청년문화 조례)'를 제정했다. 부산시는 조례에 따라 2015년 '부산시 청년문화 육성·지원 추진계획'을 수립하고 세부 사업을 실행하고 있다.

	부산시가 청년문화 육성 정책 발표 이후 지난해 새롭게 시행한 '청년예술가 창작활동 지원' 사업에 참여한 청년들이 예술 프로젝트를 펼치고 있다. 하지만 시의 청년문화 육성 정책에서 신규 사업 반영은 미미한 수준이다. 부산문화재단 제공

시의 '청년문화' 정책은 문화예술 분야의 실험이다. 사회 부조리에 저항한 '대학문화'에서 시작된 청년문화는 시대 흐름을 타고 대중문화, 인디문화, 다원예술로 발전했다. 그렇게 스스로 독자 영역을 구축한 청년문화를 공공 영역이 의도적으로 개입해 키우겠다는 것은 문화를 산업의 측면에서 바라보는 것이라 지금까지 문화정책과 결을 달리한다. 청년문화 조례를 제정한 지 3년이 흐른 지금 부산의 청년문화 정책은 어디까지 왔을까.

■청년문화 '육성' 대상으로 삼다

2013년 '청년문화 조례' 제정 이후 시는 본격적으로 청년문화 육성 정책을 추진했다. 2014년 부산발전연구원에 '부산지역 청년문화 활성화 및 지원방안' 연구용역을 맡겼고, 같은 해 전국 최초로 청년문화 심의기구로 '부산청년문화위원회'를 구성했다. 부산발전연구원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2015년 '부산시 청년문화 육성·지원 추진 5개년 계획'을 세우고 2019년까지 청년문화에 218억 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시가 처음부터 청년문화 육성에 적극적이었던 것은 아니다. '청년문화 조례'를 처음 제안한 송순임 전 부산시의원은 "부산에 문화기획 인력이 부족해 청년문화기획자와 기술인력을 키우고자 조례를 발의했다"면서 "하지만 시가 청년문화는 저항의 상징인데 지자체가 돈을 투입하는 것이 맞지 않다고 부정적인 의견을 제시해 조례 제정에 어려움을 겪었다"고 털어놨다.

시의 생각이 바뀐 것은 청년문화 육성과 청년 일자리 창출을 연계하면서다. 시는 지역 청년 예술인의 역외 유출을 막고, 이들이 부산에서 활동하도록 하면 일자리가 창출될 것이라 판단하고 청년문화 육성 정책을 적극적으로 펴기로 했다.

사실 부산 문화계에서 청년문화는 오랫동안 독자 영역을 구축하며 젊은 층의 지지를 받았다. 부산대와 부경대·경성대 인근 클럽에서 인디밴드의 공연이 활발했고, 스트릿댄스 공연과 독립영화 제작도 꾸준히 청년문화 영역을 형성했다. 부산문화재단이 2011년부터 공공예술 지원을 목적으로 젊은 예술가의 다원예술 프로젝트 '회춘프로젝트' '청년문화수도' '무빙트리엔날레'를 지원해 호응을 얻으며 청년문화가 더욱 주목받았다. '청년문화' 연구용역을 맡은 부산발전연구원 오재환 박사는 "부산의 청년문화는 저항, B급, 인디 등 여러 성격을 포괄하며 다른 도시에서 볼 수 없는 특징을 보였다. 이것을 부산 문화의 강점으로 키워야 한다는 여론이 힘을 얻으면서 청년문화 육성이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분석했다.

■청년문화, 구심점이 없다

시가 청년문화 육성을 목표로 발표한 '청년문화 육성·지원 추진 계획'을 살펴보면, 2015년부터 매년 30억~40억 원씩 5년간 218억 원을 투입해 ▷창조적 문화활동 지원 ▷다양한 청년문화인력 양성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 ▷청년문화 인프라 및 공간 육성 등을 추진한다. 청년 예술인 창작 활동 지원, 청년문화인력 양성과 해외 진출 지원, 청년 예술인 네트워크 공간 마련 등이 골자다.

하지만 시의 계획 중 상당수는 기존에 시의 다른 부서와 문화재단에서 진행하던 것을 끌어모아 '청년문화' 사업으로 재포장한 것에 불과하다. 시가 계획에 포함한 '청년예술가 창작활동 지원'을 비롯해 ▷부산독립영화제 지원 ▷젊은 예술가 해외 진출 지원 ▷레지던시 활성화 지원 등은 몇 년째 진행한 사업이다. 반면, 청년문화 육성을 위해 새롭게 배정한 예산은 2015년 4억5000만 원, 2016년 12억 원, 2017년 15억 원뿐이다. 이 예산으로 시는 ▷청년예술가 창작활동 지원 ▷청년문화위원회 운영 ▷청년문화인력 인큐베이팅 등을 진행했으나 예산이 적다 보니 청년문화 육성의 기초인 실태 조사와 공간 조성은 시작도 못 했다. 청년문화 육성 의지는 내비쳤으나, 걸맞은 기초사업과 신규사업을 시행할 예산조차 확보하지 못하고 기존 사업을 끌어다 포장하는 데 그친 것은 시의 정책 실행 의지가 부족함을 의미한다.

특히 청년문화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는 점이 느슨한 정책 실행에 한몫한다. 청년문화 정책은 시가 정책 추진과 예산 배정을 담당하고, 문화재단이 시의 위탁을 받아 세부 사업을 시행하며, 청년문화위원회가 사업 자문과 심의를 맡는다. 하지만 3곳 모두 역할에 소극적이다. 시가 청년문화 정책 전반을 맡지만, 직원 한 사람이 업무를 총괄한다. 청년문화위원회는 청년문화 전문가 15명을 위촉했으나, 적극적으로 사업을 발굴·자문하기보다 위원 간 친목 도모에 치중한다는 평가다. 문화재단은 시의 청년문화 육성 정책에 따라 지난해 태스크포스팀인 '청년문화팀'을 신설했지만 정식 기구가 아닌 데다 시의 사업을 받아 진행하는 역할에 그치고 있다.

특히, 시가 청년 정책을 적극 추진하고자 2015년 '청년정책네트워크'를 만들고 ▷일자리 ▷문화융성 ▷사회참여 ▷생활안정 분야 청년위원 35명을 위촉하면서 청년문화위원회와 역할이 겹쳤다. 이에 시는 문화와 일자리 등으로 흩어진 청년정책을 하나로 모으고자 '청년정책 태스크포스팀'을 꾸리고 오는 4월 관련 조례를 제정한 뒤 청년문화위원회와 청년일자리위원회를 통합한 청년위원회를 구성할 방침이다. 이럴 경우 청년 정책의 구심점은 만들어질 수 있으나, '청년문화'에 얼마나 집중할 수 있을지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된다. 시 비전추진단 윤정노 비전전략팀장은 "부서별로 청년 정책을 추진하다 보니 부서 간 이견을 조율하고 현장 목소리를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창구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며 "청년으로 구성된 청년위원회와 청년네트워크가 민·관 거버넌스 역할을 할 것이며, 시 내부에도 별도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관 주도 정책, 청년 예술인은 소외

	지난 12일 남구 부경대 앞의 한 카페에서 열린 시와 청년과의 대화 자리 '청년진담' 행사에서 서병수 부산시장과 청년들이 참석한 모습. 부산시 제공

시가 청년문화 육성에 선제적으로 대응한 점은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3년이 지난 지금까지 청년문화 정책에서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는 것은 정책 수행 과정에서 당사자인 청년 예술인의 목소리를 듣거나 담아내지 못한 데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청년 예술인에게 무엇이 필요하고 어떤 부분을 지원해야 하는지 잘 알지 못한 채 단순히 예산을 투입해 사업을 만든 뒤 이것으로 일자리가 창출됐다는 식의 보여주기식 행정에 그치는 모습이다.

플랜비문화예술협동조합 문화사업본부 박진명 팀장은 "청년문화가 지속성을 가지려면 청년이 모여 교류하며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창작할 기회를 만들어야 한다"면서 "민간 영역에서 이를 시도한 사례가 있지만, 지속성을 갖기 어려워 시에 기대했는데 지금 상황에선 청년의 목소리를 수렴할 통로가 제한적이다"고 지적했다. 시 최기수 문화예술과장은 "청년문화 정책을 계속 보완하면서 현장 목소리를 접목하려 한다"고 말했다. 김현주 기자 kimhju@kookje.co.kr


※부산시 청년문화 육성·지원 추진계획 개요

창조적 문화활동 지원 다양한 청년문화인력 양성 국·내외 네트워크 강화 청년문화 인프라 및 공간 육성 청년예술가 창작활동 지원, 청년문화 활성화 프로젝트 지원, 청년연출가 작품제작 지원, 거리예술 콘텐츠 발굴 지원, 타 장르 융·복합 예술 지원, 청년문화위원회 운영 청년문화 실태 조사, 청년문화인력 인큐베이팅, 청년문화 육성 아카데미 운영, 마을청년 연계사업 추진, 차세대 영화영상 전문인력 양성, 부산독립영화제 지원 국제청년문화 박람회 개최, 젊은 예술가 해외진출 지원, 레지던스 활성화 지원, 부산청년문화공연단 자매도시 파견, 청년문화 포럼, 청년문화 행정지원협의회 운영 청년문화 공간 조성, 자생적 청년문화공간 육성, 아트 프리마켓 활성화, 청년예술인-공공문화시설 매칭 지원, 청년문화소식지 발간, 젊은 예술가 창작활동 컨설팅 지원, 권역별 거점공간 육성, 부산음악창작소 조성, 청년문화아카이브 구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