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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문화…판을 바꾸다 <6> 해외로 눈돌리는 지역 예술가

눈앞 성과보다 미래 투자…민관 협력 국제 문화교류 늘려가야

  • 국제신문
  •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  |  입력 : 2017-02-14 19:18:27
  •  |  본지 21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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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바라기 벗어나

- '오픈스페이스 배' 매년 작가 발굴
- 레지던시로 해외 네트워크 구축
- '공간 힘'은 작년부터 국외 교류
- 향후 10여 개국 예술공간 탐방

# 멀리 못 보는 부산시

- 부산문화재단 청년예술가사업
- 올 2000만 원 삭감 1억 원 편성
- 6년째 지원하지만 과거 틀 못깨
- 전문가 "지속가능 교류 뒷받침"

'서울로 가야 할까'. 부산에서 대학을 나와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라면 한 번쯤 고민해 봤을 주제다. 시장과 관객과 예술가가 한정된 부산을 벗어나 더 넓게 교류하고, 더 멀리 이름을 알리고 싶은 욕구는 자연스럽다. 다만 부산에서 한계를 느끼고 찾아간 목적지가 과거에 대개 '서울'이었다면, 지금은 해외로 넓어졌다는 차이점이 생겼다.

'서울 바라기'를 벗어나 세계 교류에서 돌파구를 찾는 젊은 부산 예술가들의 활동을 살펴봤다. 서울이 아닌 '세계'에서 먼저 주목받는 부산 예술가가 배출돼 '부산 문화판'에 신선하고 선명한 자극을 줄 가능성을 모색해 봤다.
   
대만 '타이페이 아티스트 빌리지'에서 입주 작가와 워크숍을 하고 있는 '오픈스페이스 배'.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민간에서 더 활발한 국제교류

부산 해운대구 대안문화공간 '오픈스페이스 배'는 공공기관보다 앞서 국제교류에 눈을 뜬 민간단체다. 2006년부터 국제레지던시 프로그램 '오픈 투 유(Open to you)'를 만들어 해마다 국내 시각예술분야 작가를 다른 나라 레지던시로 보내고, 국외 작가를 부산으로 데려오고 있다. 매년 12명 안팎이 선발돼 현재까지 약 120여 명이 이 프로그램에 참가했다. 참가 기간은 주로 1개월에서 3개월이다. 현지 스튜디오에 머물며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새로운 영감을 받아 작품을 제작한다.

교류 국가는 모두 7개국이다. 중국 베이징의 이슈 아트하우스(Eshu Art House), 대만 타이페이의 아트 빌리지(Artist Village)와 관뚜미술관, 홍콩의 우퍼텐(Woofer Ten)과 씨엔지 아트파트먼트(C&G Artpartment), 마카오 옥스웨어하우스(OXware House), 일본의 뱅크아트1929(Bank Art 1929), 독일의 non berlin, 영국의 Gas Works와 SPACE 등이다.

민간끼리의 교류이다 보니 꾸준하고 오래 가는 교류를 보장하기 어렵다. 이 때문에 아시아 5개국 단체가 따로 모여 AIA(Asia Independent Arts)라는 단체를 만들어 소통하고 있다. 2010년 부산, 2014년 김해문화의전당에 이어 대만과 중국에서 매년 공동으로 전시를 연다.

큐레이터와 시각예술 작가 등으로 이루어진 대안공간 '공간 힘'은 지난해 11월 처음 해외 교류를 시작했다. 예술경영지원센터 지원금을 받아 시작한 첫 교류의 대상지는 종전 후 미군기지가 들어서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였다. '공간 힘'의 멤버 5명과 광주 대안공간 '다오라' 멤버 2명, 황지희 심점환 작가 등 11명이 한 팀을 이뤘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공간 힘' 멤버들이 현지 작가·기획자들과 '재일조선인과 오키나와' 세미나를 하고 있다. 공간 힘 제공
이들은 오키나와에서 현지 작가 키요코 사카타가 운영하는 '키요코 사카타 스튜디오', 현지 아트 잡지 편집장, 지역 예술가 등과 교류했다. 함께 '전쟁' '평화'를 주제로 설립한 사키마미술관 등을 방문하고, 오키나와와 일본의 관계를 연구하는 전문가를 초청해 세미나를 열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등 역사적이면서 현재적인 문제를 일본인, 재일조선인, 한국 예술가 각자 입장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평화네트워크를 구축하자는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했다.

김효영 공간 '공간 힘' 큐레이터는 "지난해 오키나와, 올해 대만 등 10여 개국의 예술공간을 방문하고 교류할 계획"이라며 "식민지배와 냉전을 경험한 아시아의 여러 국가와 도시의 생태를 익히고, 그 속에서 활성화된 다양한 예술그룹이나 예술공간과 결합해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상태에서도 무엇인가 궁구해내는 것으로서 '예술'이 무엇인지 탐구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공간 힘'은 10여 개국과의 교류 이후에 5·18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광주, 4·3항쟁을 겪은 제주를 방문해 전체를 포괄하는 전시나 프로젝트를 만들 계획이다. 지난 9일까지는 오키나와 예술가가 5박 6일 동안 부산과 광주를 방문해 교류했다.
■부산문화재단도 6년째

   
지난해 중국 베이징 '아트노바 100'을 방문한 부산의 시각예술 분야 청년 작가들. 부산문화재단 제공
부산문화재단은 2012년부터 6년째 '청년예술가국제교류' 사업을 하고 있다. 매년 공연예술, 시각예술, 문학 등 분야를 달리해 10명 안팎 예술가를 영국(2012년), 독일(2013년), 체코(2014년), 미국(2015년), 중국(2016년)의 예술 중심지로 보냈다. 현지의 유명한 예술축제나 작품을 관람해 시야를 키우고,대학 및 문화예술기관 전문가와 교류하며 해외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목적이다.

일회성 사업에 그치지 않기 위해 현지를 방문한 후 연계·교류를 할 경우에도 예산을 지원한다. 2015년 미국 뉴욕 덤보댄스페스티벌에 갔던 춤 예술인 박정윤 씨는 지난해 이 축제의 초청을 받아 뉴욕에서 공연했다. 지난해 중국 미술 현장을 둘러본 청년예술가 11명은 프로젝트팀 '아이가(AIGAI·Artist In Glocal Art Innovation)'를 만들어 중국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2013년 독일 베를린 라이프치히 함부르크 등을 방문한 뒤 다음해 함부르크의 예술가 스튜디오에 초청받은 박자현 작가는 "개발로 땅값이 올라 주민이 쫓겨나는 문제 등 도시 문제는 부산과 독일이 많이 겹쳤다. 재개발 지역 고양이를 그리고, 설치·영상으로 표현하는 현재 내 작업은 당시 경험의 영향을 받았다"고 말했다.

부산문화재단이 세계적인 레지던시 독일 베를린 '쿤스틀러하우스 베타니엔'과 작가 파견 MOU를 체결한 것도 성과로 꼽힌다. 2015, 2016년에 이어 올해도 부산 작가 1명을 1년 동안 파견할 예정이다. 이 외에 원도심창작공간 또따또가의 입주 예술인과 일본 후쿠오카 예술가들이 교류하는 '왔다갔다 페스티벌'도 2011년부터 해마다 열린다.

■공공기관 지원 패러다임 바뀌어야

해외교류의 갈증은 커지는데 부산시의 문화예술 지원방식은 여전히 과거 틀에 머물러 있다. 올해 부산 작가의 서울 진출을 지원하기 위한 인사동 갤러리 운영에 신규 예산 1억 원이 편성됐다. 하지만 부산문화재단의 '청년예술가국제교류' 사업 예산은 지난해 1억2000만 원에서 올해 1억 원으로 삭감됐다.

여기에는 해외 교류가 당장 눈에 보이는 성과를 내기 어렵다는 한계가 작용한다. 자칫 "놀러갔다 오는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도 받는다. 하지만 당장의 성과보다 10년, 20년 후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부산의 한 화랑 관계자는 "부산 작가가 서울 유명 갤러리에 발탁돼도 상업성이 짙은 비슷한 경향의 그림만 그리다 소진되는 경우를 많이 봤다"며 "젊은 시절 이름을 알리려 조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해외의 레지던시 등에 참여해 자신의 틀을 깨고 국제적인 시야를 가지는 게 낫다"고 조언했다.

서상호 오픈스페이스 배 대표는 "서울이라는 벽이 너무나 두텁다. (동의대 출신으로 독일 카셀도큐멘타에 출품해 화제가 된) 전준호 같은 작가가 나오기는 '하늘의 별 따기'다. 서울로 진출한다 해도 '부산에서 온 작가'라는 굴레를 벗기 힘들다. 해외와 교류해 해외에서 먼저 이름을 알리는 게 빠를 수 있다"며 "민간이 이미 구축한 네트워크에 신뢰성 있는 공공기관이 결합해 꾸준하고 오래 가는 교류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끝-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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