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올 김용옥의 딸 김승중 교수
- 토론토대 학생들과 현지 답사
- 도시국가 테베의 유적 발굴해
- 민주주의 탄생 과정·실상 분석

서양을 지배하는 문화의 원형과 현재 서양인 정서의 시작을 서양문화사에서는 '그레코-로망'이라고 부른다. 여기에 기독교문화가 결합돼 서양문명이 성립됐다. 우리가 서양을, 서양이 주도한 19, 20세기 현대문명을 제대로 알기 위해서는 그리스 문명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파르테논 신전의 동쪽면(입구) 모습. 통나무 제공

그리스 문명은 우리와도 멀지 않다. 직접참여 민주주의와 마라톤을 대표로 하는 올림픽은 그리스 문명이 연원이다. 신화에 기반한 서사시, 비극 등의 문학과 이성 중심의 학문인 철학 수학 물리학 등의 발상지도 그리스다.

한국인이 캐낸 그리스 문명 저자 김승중은 캐나다 토론토대학 교수다. 한국인인 김 교수는 너무나도 이질적인 그리스 문명을 신기하고 충격적으로 받아들였다. 그 다른 관점이 연구의 동력이 됐다. 그는 도올 김용옥 교수의 첫째 딸이다. "학자의 집안에서 태어나서 학자의 마음가짐과 생활방식, 가치관을 자연스럽게 배운" 이유 때문인지, 서울대 천문학과를 졸업하고 미국 프리스턴대학 천체물리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뒤 전공을 바꾸어 컬럼비아대학 예술사고고학과에서 '고대 그리스의 비쥬얼 세계에 있어서의 시간에 관한 연구'로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저자는 책에서 그리스의 문화 속에서 신화와 역사를 대하는 그리스인들의 독특한 태도와 신화와 역사의 상호 관계를 분석했다. 특히 눈에 띄는 점은 그리스의 독특한 시간관이다. 그리스인들은 어떤 상황에서든 결정적 순간을 포착해 영원 속에 고정시키려는 '혁명적 발상'을 했다. 일정한 단위로 규칙적으로 흘러가는 상투적인 시간이 흐로노스(chronos)라면, 결정적 순간을 특화해내는 카이로스(kairos)로서 시간관념은 그리스 문명의 가장 빛나는 성과다. 그들의 예술, 특히 그리스 조각에 깃든 숨 막히는 긴장감은 카이로스가 바탕이 됐다.

김 교수는 토론토대 학생들을 인솔해 도시국가 테베의 영역을 발굴했다. 디오니소스의 고향 테베에서 디오니소스를 비롯한 숱한 영웅을 불러내 그들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또한 기원전 514년 독재자를 암살하는 격동의 현장을 생생하게 묘사한다. 거사의 영웅 티라니사이드의 조각상 앞에서 고대 민주주의 제도의 탄생과 진행과정, 민주주의의 허와 실을 설명한다.

원반을 던지기 직전의 '카이로스'를 포착한 조각상.

그는 "우리는 민주주의라고 하는 정치적 질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해야만 할 카이로스에 도달했다. 민주주의를 생산한 고대 그리스인들에게 '데모크라티아'는 항상 검토되어야만 하는 불안한 개념이었다"며 "그리스 민주주의 정신은 미국의 독립과 헌법에 의해 근대적 형태로 부활했지만 '트럼프의 당선'이라고 하는 참담한 결과로 드러났다"고 지적한다.

그에 반해 저자는 한국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이 "근대적 민주주의가 정착된 이래 처음으로 국제사회에 등장한 '직접민주주의'의 한 장면"이라고 설명한다. "희랍의 직접민주주의와 비교해볼 때 한국의 직접민주주의는 고양된 시민의식이 두드러진다"고 높이 평가했다.

박정민 기자 link@kookje.co.kr